프로농구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은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대결로 압축됐다. 삼성은 지난 1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과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1-84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결승진출에 성공했다.

KGC 인삼공사는 일찌감치 모비스에 3전 전승을 거두고 역시 결승에 선착한 상태. KGC와 삼성은 22일부터 7전 4선승제의 마지막 승부를 펼치게 됐다.

양 팀 모두 오랜만의 챔프전 진출이다. 인삼공사는 2011-12시즌 당시 정규시즌 2위로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여 정규시즌 우승팀 원주 동부를 제치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5년만이다. 삼성은 2008-09시즌 결승에 올라 KCC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이후 8년만이다. 삼성은 역대 프로농구에서 2번 우승했으며 2005-06 시즌 이후 11년만의 정상탈환에 도전한다.

객관적인 전력은 인삼공사의 우위로 평가받는다. 인삼공사는 39승 15패의 성적으로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내친 김에 첫 통합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첫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2012년과 비교해도 공수와 내외곽의 밸런스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4강에서 모비스를 예상보다 손쉽게 제치며 챔프전을 앞두고 충분한 체력을 비축한 것도 장점. 정규시즌 막판 9연승 행진까지 포함하면 최근 12연승의 파죽지세다.

반면 삼성은 정규시즌 중반까지 우승권을 다퉜지만 후반들어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34승 20패로 3위에 만족하며 4강직행조차 실패했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는 전자랜드-오리온과 악전고투를 치르며 6강-4강전을 모두 최종 5차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간신히 올라왔다. 플레이오프 3경기만 치른 인삼공사에 비하여 삼성 선수들은 무려 10경기를 소화해야 했다.

역대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팀이 통합 우승까지 차지한 확률은 20회 중 10회로 50%의 확률이다. 3위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4번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삼성은 인삼공사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점했다. 올 시즌 9개구단을 통틀어 인삼공사와의 상대 전적에서 우세를 점한 팀은 하필 삼성뿐이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마이클 크레익이 버틴 삼성과의 외국인 선수 매치업에서 열세를 느낀 인삼공사가 몇 번이나 단신 외인 키퍼 사익스의 교체를 심각하게 검토할 만큼 고민을 안긴 것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재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경기에서 인삼공사 사이먼이 덩크 후 환호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울산 모비스 피버스의 경기에서 인삼공사 사이먼이 덩크 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가 공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고양 오리온과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라틀리프가 공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양팀의 대결은 흥미로운 요소가 매우 많다. 일단 두 팀 모두 골밑에 강점이 있다. 인삼공사의 데이비드 사이먼과 삼성의 라틀리프는 자타공인 올시즌 KBL 최고의 외국인 빅맨을 논할 때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플레이오프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돋보였는데, 사이먼은 모비스와의 4강 시리즈 3경기에서 평균 31.7점, 12.3리바운드, 3.0블록슛으로 펄펄 날았다. 라틀리프도 전자랜드와의 6강 시리즈 5경기 평균 26.8점 16.2리바운드-오리온과의 4강 시리즈 5경기 30.2점 16.4리바운드라는 괴물같은 활약을 선보였다.

삼성의 단신 외인 크레익은 정규시즌 인삼공사전에서 유난히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인삼공사로서는 가드이면서 육중한 체격으로 '언더사이즈 빅맨'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크레익을 수비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라틀리프-크레익-김준일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높이는 성성상 사이먼-오세근이 버틴 인삼공사에게 우위를 점할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인삼공사가 골밑 수비를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삼성 장신슈터 임동섭에게 한방을 얻어맞는 경우도 많았다.

대신 인삼공사에는 스피드와 돌파력이 좋은 단신 가드 사익스가 있다는 것이 차별화된 부분이다. 사익스로서는 시즌 중 몇 번이나 자신을 퇴출 위기에 몰아넣은 결정적 빌미를 제공한 삼성을 챔프전에서 재회한 만큼 집중력이 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사익스의 속공과 이정현의 3점슛을 앞세운 인삼공사의 젊은 백코트진이 김태술-주희정이 주축인 삼성의 노쇠한 가드진을 얼마나 흔들어 놓을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팀의 주장이기도 한 인삼공사 양희종과 삼성 문태영은 농구계에서 알아주는 앙숙이다. 포지션도 같은 포워드인 두 선수는 코트에서 수년간 끊임없이 치열하게 부딪쳤다. 두 선수 모두 승부욕 하면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지라 기싸움이 아슬아슬한 수위를 넘나드는 경우도 많았다. 싸움닭 이미지가 강한 양희종은 2011-12시즌 챔프전 당시에는 동부의 윤호영과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코트 안팎에서 거친 도발과 설전을 이어갔던 전력도 있어서 이번엔 문태영과의 대결 구도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더욱 흥미를 자아낸다.

반면 양희종은 김태술과는 연세대-인삼공사-국가대표팀 등에서 숱한 우승의 영광을 함께한 절친이자 농구인생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인삼공사의 창단 첫 우승멤버였던 두 사람은 이번엔 챔프전에서 적으로 조우하게 됐다. 또한 이번 챔프전 출전 선수중 최고령인 삼성 주희정은 2000-01 시즌 삼성의 역대 첫 프로농구 통합우승 당시 챔프전 MVP까지 차지하며 주역으로 활약한 데 이어 무려 15년만에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 밟게된 챔프전 무대라는 것도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4쿼터 이상민 삼성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다가 뒤돌아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경기. 4쿼터 이상민 삼성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다가 뒤돌아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울산 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 안양 김승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울산 모비스와 안양 KGC의 경기. 안양 김승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양팀의 사령탑인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과 이상민 삼성 감독은 나란히 사령탑으로서는 첫 챔프전 무대다. 농구대잔치 세대이자 프로 1세대 멤버인 두 사람은 나란히 국가대표 가드로서 동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출신 감독이다. 두 사람 중 누가 우승을 차지하든 간에 KBL 역사상 허재 국가대표팀(전 전주 KCC)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로 '프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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