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개막전 두산 대 한화 경기. 한화 선발 비야누에바가 역투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개막전 두산 대 한화 경기. 한화 선발 비야누에바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외국인 원투펀치를 앞세워 시즌 2번째 연승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19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의 호투와 정근우의 결승타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반면에 6연승으로 신바람을 내며 시즌을 시작했던 LG는 이후 10경기에서 2승8패의 부진에 빠지며 정확히 5할 승률이 됐다(8승8패).

펠릭스 호세가 가진 연속 경기 출루(63경기)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한화의 간판스타 김태균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좌전안타를 때리며 신기록까지 3경기 앞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역시 이날 한화에서 가장 기쁜 선수는 4번의 도전 끝에 8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낸 외국인 투수 비야누에바였을 것이다.

330만 달러 투자해 구성한 한화의 도미니칸 원투펀치

한화는 작년 시즌 외국인 투수 때문에 무척 골치가 아팠다. 2015년 3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10경기에서 6승을 기록하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에스밀 로저스는 작년 시즌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다가 시즌 개막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퇴출됐다. 로저스에게 투자했던 190만 달러라는 거액이 하늘로 날아가버린 순간이었다.

김성근 감독의 인맥으로 영입했던 이탈리아 출신의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구위는 몰라도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만큼 제구는 어느 정도 갖췄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에스트리는 28.2이닝을 던지며 무려 34개의 볼넷을 내줬다. 결국 9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9.42의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됐다.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파비오 카스티요와 에릭 서캠프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카스티요는 7승을 따냈지만 평균자책점이 6.43에 달했고 좌완 서캠프 역시 선발은 물론 불펜으로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작년 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4명의 외국인 투수는 13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는데 만약 외국인 선수들이 20승 이상을 책임져 줬더라면 한화의 시즌 성적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외국인 투수 문제로 1년 내내 고민하던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시장 대신 외국인 투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1월 10일 18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거물' 알렉시 오간도는 그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오간도를 영입한 지 한 달이 훌쩍 넘은 시간까지 다음 외국인 선수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팬들은 로저스의 파트너를 구하다가 마에스트리라는 급이 떨어지는 투수를 데려 왔던 작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화는 스프링캠프 기간이 끝나기 전인 2월 24일 150만 달러에 비야누에바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비야누에바는 빅리그에서 11년 동안 476경기에 등판해 51승을 거둔 베테랑 투수로 작년 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불펜 투수로 활약하며 51경기에 출전했던 '현역 빅리거'다. 한화는 오간도와 비야누에바라는 도미니칸 원투펀치를 결성하면서 무려 330만 달러의 거액을 투자했다.

최근 2경기 14.1이닝 1실점, KBO리그 적응 마무리 단계

계약이 늦으면서 몸을 만드는 기간이 다소 짧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비야누에바는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해 1패3.27을 기록하며 시즌 준비를 마쳤다. 3월 31일 두산 베어스와의 개막전에 선발등판한 비야누에바는 6이닝 동안 2실점을 기록하고도 타선의 침묵 때문에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자책점이 하나도 없었고 탈삼진도 6개나 기록하며 뛰어난 구위를 선보였다.

7일 KIA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5이닝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된 비야누에바는 1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6.1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도 3경기 만에 95개까지 늘리면서 최근 3년간 선발 경험이 적었다는 우려를 씻었다.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좋은 투구 내용에도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물론 본인은 "팀이 승리한다면 나의 승리 여부는 전혀 상관없다"며 태연해 했지만 투수라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야누에바는 시즌 4번째 등판이었던 19일 LG전에서 기다리던 시즌 첫 승을 따냈다. 그것도 8이닝을 던지면서 3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내용이었다. 긴 이닝을 소화해주며 불펜에게 귀한 휴식 시간을 줬고 마운드에서 보여준 존재감도 단연 돋보였다. 빠른 공은 시속 144km에 불과(?)했지만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LG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경기 전 2.60이었던 비야누에바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78까지 떨어졌다.

한화 입장에서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비야누에바가 시즌 첫 승을 따내면서 한화가 기대하는 '도미니칸 원투펀치'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수 있게 된 점이다. 한화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오간도 역시 최근 2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7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초반 부진을 씻고 KBO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장기레이스에서 믿음직한 원투펀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야누에바는 한화에 입단하면서 서캠프가 사용하던 등번호 42번을 물려 받은 후 "내가 정말 이 번호를 달아도 되는가?"라며 영광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재키 로빈슨의 등번호로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물론 KBO리그에서는 얼마든지 달아도 된다). 이렇듯 이미 동료들 사이에서 인성이 좋은 선수로 알려진 비야누에바는 이제 실력에서도 '현역 빅리거'다운 면모를 본격적으로 뽐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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