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셀틱스는 이번 시즌 '킹' 르브론 제임스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제치고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를 차지했다. 보스턴이 1번 시드를 획득한 것은 '빅3(레이 알렌, 케빈 가넷, 폴 피어스)'가 모인 2007-2008 시즌 이후 9년 만이다. 1번 시드를 차지했던 2007-2008 시즌 보스턴은 통산 17번째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말해 이번 시즌에도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 2경기를 치른 현재 보스턴의 흐름은 전혀 순조롭지 못하다. 1라운드에서 시카고 불스라는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홈구장인 TD가든에서 열린 1, 2차전에서 8번 시드 시카고에게 뜻밖의 연패를 당했다. 보스턴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7전4선승제로 치러진 2002-2003 시즌 이후 2패를 당한 1번 시드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카고의 에이스 지미 버틀러나 우승 반지를 3개나 가지고 있는 베테랑 드웨인 웨이드의 활약은 어느 정도 계산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보스턴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선수 한 명을 간과했고 그 선수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시카고의 원정 2연승을 이끌었다. 바로 2014년까지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던 포인트가드 라존 론도가 그 주인공이다.

'빅3' 보스턴을 '빅4'로 만들었던 만능 포인트가드

농구 명문 켄터키 대학 출신의 론도는 2학년을 마치고 NBA의 문을 두드려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1순위로 피닉스 선즈에 지명됐다. 당시만 해도 론도는 운동 능력이 뛰어나지만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원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는 일찌감치 론도의 재능과 잠재력을 눈치채고 트레이드를 통해 론도를 영입했다.

루키 시즌 식스맨으로 출전하며 6.4득점 3.7리바운드 3.8어시스트 1.6스틸을 기록한 론도는 2007년 현역 최고의 스타 알렌, 피어스, 가넷을 만나면서 농구 인생에 꽃길이 열렸다. 돌파를 하다가 외곽으로 공을 빼주면 알렌과 피어스가 3점슛을 쏠 준비를 하고 있고 골밑에는 가넷이 버티고 있으니 론도로서는 농구하기가 여간 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7-2008 시즌 대단한 선배들과 입단 2년 만에 우승 반지를 낀 론도는 시즌을 치를수록 성장을 거듭하며 보스턴의 리더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2009-2010 시즌엔 평균 2.3개의 스틸로 스틸 부문 1위에 올랐고 2011-2012 시즌과 2012-2013 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 어시스트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론도는 2012-2013 시즌 후반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며 다음 시즌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론도가 재활에 매진하는 사이 알렌을 미애애미 히트로, 가넷과 피어스는 브루클린 네츠로 떠나 보낸 보스턴은 새 시대를 준비했다. '빅3 시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론도 역시 리빌딩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2014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서부 컨퍼런스의 댈러스 매버릭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론도는 댈러스에서 몬타 앨리스(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동선이 겹치면서 보스턴 시절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론도는 2015-2016 시즌을 앞두고 새크라멘토 킹스와 1년 계약을 맺었다. 대런 콜리슨의 부상 속에 72경기에 출전한 론도는 11.9득점 6리바운드 11.7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하며 생애 3번째 어시스트왕에 올랐다.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회복하는 데 성공한 론도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와 2년 총액 280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데뷔 후 9년 동안 한 팀에서 뛰었던 론도가 최근 2년간 세 번이나 유니폼을 갈아입게 된 것이다.

자신을 버린 '친정' 보스턴 상대로 끄집어 낸 론도의 봄DNA

사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많은 농구팬들은 론도와 시카고의 궁합에 의문을 보냈다. 시카고의 에이스 버틀러와 새로 영입한 웨이드, 그리고 론도가 모두 오랜 시간 공을 소유하면서 득점 기회를 만드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 선수 모두 포지션 대비 외곽슛 능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심지어 론도는 통산 자유투 성공률도 60.6%에 불과하다).

실제로 세 선수가 함께 나왔을 때 시카고는 그리 효율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 결국 프레드 호이버그 감독은 세 선수가 함께 코트에 나오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제리안 그랜트 같은 백업 포인트 가드를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론도는 이번 시즌 69경기에서 평균 26.7분을 소화하며 7.8득점5.1리바운드6.7어시스트1.4스틸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보스턴에서의 초창기와 태업 논란에 시달렸던 댈러스 시절을 제외하면 데뷔 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론도는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숨겨져 있던 자신의 '봄DNA'를 끄집어냈다. 1차전에서 12득점8리바운드6어시스트2스틸1블록슛을 기록하며 워밍업(?)을 끝낸 론도는 2차전에서 11득점9리바운드14어시스트5스틸을 기록하며 자신을 향해 야유를 내뱉는 친정팬들을 침묵에 빠트렸다. 시카고 유니폼을 입고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10득점10어시스트5스틸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그분' 마이클 조던 이후 론도가 처음이다.

프로 데뷔 후 11 시즌 동안 평균 10.7득점 4.9리바운드8.5어시스트1.8스틸을 기록하고 있는 론도는 플레이오프에서는 14.4득점6리바운드9.1어시스트2스틸로 성적이 부쩍 좋아진다. 특히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던 2009-2009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14경기에서 16.9득점 9.7리바운드 9.8어시스트 2.5스틸을 기록한 적도 있다. 보스턴에 부임한 지 4년 밖에 되지 않는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미처 이 사실을 체크하지 못한 모양이다.

홈에서 치명적인 연패를 당한 동부컨퍼런스 1번 시드 보스턴은 이틀의 휴식 후 오는 22일부터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3, 4차전을 치른다. 시카고는 이번 시즌 홈구장에서 25승16패로 6할이 넘는 높은 승률을 자랑한다. 그리고 8번 시드가 1번 시드를 탈락시키는 대이변을 준비하고 있는 시카고의 중심에는 2년 5개월 전 자신을 내친 친정팀에 대한 설욕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불꽃남자' 론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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