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렸던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최고의 히트맨은 이 날의 선발투수 임기영(KIA 타이거즈)이었다. KIA의 입장에서는 선발진의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경기였기 때문에 이 날 경기의 승리가 더 큰 의미를 지녔다.

게다가 임기영은 이번 시즌이 사실상 KIA에서의 첫 시즌이었다. 2014년 시즌이 끝나고 한화 이글스에서 이적했지만, 바로 군 복무가 있었기 때문에 2년 동안 퓨처스리그에서만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사이드암 Top 3에 들었던 특급 유망주 임기영

1993년 대구 태생의 임기영은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2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18순번으로 한화 이글스에 지명됐던 투수였다. 사이드암 투구 폼으로 던지는 투수들 중 당시 한현희(넥센 히어로즈), 변진수(두산 베어스) 등과 함께 상위권 유망주로 주목 받았던 선수였다.

임기영은 잠시 박찬호(은퇴), 류현진(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함께 1군 엔트리에 머물렀던 적도 있었다. 입단 후 첫 시즌인 2012년 10월에 1군으로 콜업되었고, 10월 1일 SK 와이번스와의 홈 경기에서 0.2이닝을 던지면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시즌 종료 직전에 콜업되는 바람에 이 경기가 2012년의 유일한 1군 등판이 되었다.

2013년부터 임기영은 본격적으로 1군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1군에서 풀 타임으로 보내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당시 김응용 감독 체제에서 한화에는 송창식을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필승조가 없었고, 5월 17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구원승을 올리며 데뷔 첫 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임기영은 임창용(현 KIA 타이거즈)이 그랬던 것처럼 투구 폼 변화를 시도했다. 팔 각도를 올려서 스리쿼터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까지 폼을 바꿨다. 한화에서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2013년과 2014년 임기영은 각각 26경기 1승 2패 평균 자책점 4.50, 14경기 1승 1패 6.75를 기록했다.

군 복무를 앞두고 FA 보상 선수 이적, 인고의 시간이 된 2년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임기영은 군 복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무 피닉스에 지원하여 합격했다. 당시 상황에서 그대로 입단했으면 임기영은 군 복무를 마친 뒤 한화로 복귀하여 김성근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FA 시장에서 한화는 '큰 손'이었다. FA 시장에서 지갑을 크게 열었고, 김성근 감독의 부임과 함께 수많은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었다. 이 때 영입했던 선수 중 한 명이 송은범이었고, 송은범의 이전 소속 팀이었던 KIA는 송은범에 대한 보상 선수를 한화에서 지명해야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FA 시장에서 퀄리파잉 오퍼를 제의 받은 A급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했을 경우에 한하여 그 팀으로부터 드래프트 지명권을 한 장 받아올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는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모든 FA 선수들에 대하여 현금과 보상 선수를 받아오거나, 현금만 받아올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그리고 이 제도로 인하여 임기영은 군 입대 직전에 소속 팀을 바꾸게 됐다. KIA가 송은범에 대한 보상 선수로 임기영을 지명한 것이다. 그것도 보상 선수 지명을 마감해야 하는 12월 11일에 마감 시한에 맞춰서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물론 KIA도 당시 선동렬 감독이 팀과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김기태 감독을 새로 영입한 상황이었고, 전반적으로 팀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KIA는 선동렬 감독 시절 3년 모두 하위권에 머물며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덕분에 군 복무로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임기영을 지명한 것이다.

상무에서 복무하는 동안 임기영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하여 체중을 늘렸다. 임기영은 KIA의 주전 유격수였던 김선빈 등과 같이 복무한 뒤 2016년 9월에 전역했다. 전역 후 김선빈 등은 바로 1군에 콜업되어 포스트 시즌까지 치렀지만, 임기영은 컨디션 조절 관계로 1군에 합류하진 않고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전역 후 선발 기회, 새로운 도전 시작한 임기영

전역 후 첫 시즌을 맞이하게 된 임기영은 한화에서 뛰었던 것과는 달리 KIA에서는 선발투수로 기회를 얻게 됐다. 홍건희, 김윤동 등과 함께 스프링 캠프에서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을 펼쳤고, 홍건희가 부진하고 김윤동이 구원투수 보직이 확정되면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 확정됐다.

4월 6일부터 풀 타임 선발투수로 등판하기 시작한 임기영은 선발 첫 경기부터 6이닝 1자책의 퀄리티 스타트 피칭(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을 기록했다. 하지만 KIA의 고질적인 뒷문 불안으로 인하여 첫 선발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고, 다음 경기인 12일 경기에서 5이닝 1자책으로 개인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리고 18일 경기가 세 번째 선발 경기였다. 그리고 임기영은 자신을 믿고 2년 동안 기다려 준 팀에 보답하듯 생애 최고의 피칭을 펼쳤다. 임기영은 9회말 2사까지 볼넷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고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9회말 2사 상황에서 힘이 떨어졌는지 볼넷과 안타로 연속 출루를 허용하면서 실점 위기에 놓였다. 임기영이 프로에서 한 경기 100구 이상 던진 적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충분히 투수를 교체할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마운드에 올라간 이대진 투수코치는 상대 팀의 공격 흐름을 끊는 차원에서 올라갔을 뿐, 임기영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내려갔다. 그리고 임기영은 다음 타자인 박경수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7피안타 6탈삼진 1볼넷 완봉승을 완성했다(122구).

프로 입단 이래 선발로 뛰어 본 적이 없었던 임기영이었기에, 풀 타임 선발로 전환한 올 시즌 그의 호투가 더욱 인상적이다.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0.90으로 풀 타임 선발 첫 시즌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사이드암 투수들이 왼손 타자들에게 약하다는 통계가 있지만, 임기영의 왼손 타자 상대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209이면서 왼손 타자에게도 0.242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며 상당히 좋은 편이다. 특히 득점권 상황에서는 0.067로 15번의 상황에서 단 하나의 안타만 허용했을 정도다.

KIA 선발진의 인상적인 활약, 한국 시리즈 직행 여부 관심

임기영의 활약 속에 KIA는 다른 선발투수들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에이스 양현종이 3전 전승에 평균 자책점 0.87을 기록하고 있고, 용병 에이스 헥터 노에시도 3전 전승 1.17을 기록하며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로 자리잡고 있다. 팻 딘 역시 3경기에서 1승 무패 1.25로 호투하면서 임기영까지 4명의 선발투수가 위력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활약 속에 KIA는 18일까지 12승 3패의 압도적인 승률(0.800)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10개 구단들 중에서 가장 먼저 시즌 10승을 기록할 정도로 시즌 초반 페이스가 가장 좋다. 게다가 현재 SK 와이번스와 함께 6연승 가도를 달리며 본격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KIA의 이런 상승세는 주목해 볼 만하다. 타이거즈는 대한민국의 프로 스포츠 사상 가장 많은 챔피언 기록을 갖고 있는데(10회), 이 10번의 챔피언 모두 한국 시리즈에 직행했을 경우였다. 포스트 시즌을 어떤 위치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챔피언 여부가 극과 극으로 갈리던 사례였다.

그동안 KIA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우승 후보로 예상되고 있었지만 항상 전제 조건이 따라 붙었다. 선수들이 집단 부상에 시달리지 않았을 경우로 한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우려대로 KIA는 일부 핵심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정규 시즌에서 항상 발목이 잡혔다.

그랬던 KIA가 2016년 무려 5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비록 와일드 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패하면서 1라운드 만에 포스트 시즌이 끝났지만, 주축 선수들이 건강할 경우 상당히 강력한 전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물론 KIA는 올 시즌도 불펜이 안정적이지는 못하다. 이긴 경기에서도 5점 이상 실점했던 경기가 2경기가 있었으며, 3패 중 2패는 무려 15점 이상의 대량 실점으로 패한 경기였다. 승리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격차가 워낙 심해서 상승세가 어떻게 이어질지 좀 더 두고봐야 하는 요소가 있다.

그러나 선발 야구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선발투수들이 꾸준히 호투하고 "100억의 사나이" 최형우가 가세한 살인 타선이 한 몫을 해 준다면 불펜이 좀 여유있는 상황에서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KIA의 선발 야구에 올 시즌 선발이 첫 경험인 임기영이 한 몫을 보태고 있다. 프로 데뷔 이래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거머쥔 임기영이 풀 타임 선발투수로 확실히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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