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레알 마드리드가 데포르티보에 3대 0 승리를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가 볼을 몰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자료사진).ⓒ EPA/ 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정말 대단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로 인해 볼을 잡아내는 것조차 어려웠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고도 탈락 위기에 놓였던 팀을 구해냈고, UEFA 챔피언스리그 통산 100호골이란 기쁨도 맛봤다. 그런데 호날두 못지않게 대단한 선수가 있었다.

경기 시작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마르셀로처럼 변화 없는 선수가 또 있을까. 더군다나 이날 경기는 120분간의 대혈투였다. 그러나 마르셀로는 지치지 않았고, 엄청난 스피드를 유지했다. 안정된 수비를 보여줬고, 상대 페널티박스 부근을 끊임없이 휘저었다. 연장 후반 4분, 뮌헨 수비수 3명 사이를 뚫고 나와 호날두의 득점을 도왔던 그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19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바이에른 뮌헨과 90분간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하지만 1, 2차전 합계 3-3 동률을 이루어 양 팀은 연장전을 펼쳤다.
결국 레알은 연장전에서만 3골을 몰아치며 4-2로 승리했다. 최종 1, 2차전 합계 스코어 6-3으로 레알이 승리, 준결승 진출을 확정 지었다.

비달의 퇴장이 아쉬웠던 뮌헨

뮌헨은 8강 1차전 홈경기에서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최정예 전력을 내세웠다. 중앙 수비수 마츠 훔멜스와 '주포'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선발로 복귀했고, 프랑크 리베리와 아르연 로번은 지난 경기보다 날카로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선제골도 뮌헨의 몫이었다. 후반 5분 로번이 카세미루의 반칙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레반도프스키의 깔끔한 마무리로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레알에는 호날두가 있었다. 뮌헨 수비진의 집중 견제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그는 후반 30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낸 카세미루가 뮌헨 골문을 향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고, 호날두가 이를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필립 람이 그를 막아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대로 끝나면 레알의 준결승 진출이 확정되는 상황. 레알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32분 나초가 마르셀로에게 볼을 연결해 뮌헨의 공격을 끝내려 했지만, 그의 패스가 달려 들어오던 세르히오 라모스의 발에 맞으면서 자신들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운이 따르지 않았고, 선수들 간의 소통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뮌헨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후반 37분, 변수가 발생했다. 아르투로 비달이 마르코 아센시오를 막아서는 과정에서 반칙을 범했고, 옐로카드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비달은 지난 1차전 페널티킥 실축에 이어 이날도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이것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해트트릭' 호날두보다 위대했던 마르셀로

수적 열세에 놓인 뮌헨은 후반 43분 레반도프스키 대신 조슈아 키미히를 투입하면서 연장전을 대비했다. 로번과 토마스 뮐러, 더글라스 코스타를 활용해 빠른 역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실제로 효과가 있는 듯보였다. 연장 전반 1분 만에 로번의 돌파와 슈팅이 레알의 골문을 위협했고, 뮐러의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레알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었다. 연장 전반 14분 라모스의 크로스를 받아낸 호날두가 가슴 트래핑에 이은 예리한 슈팅으로 뮌헨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호날두의 결정력이 감탄사를 자아냈다. 다만, 라모스의 크로스 시점에 호날두의 위치가 오프사이드란 것이 느린 화면을 통해 확인됐던 만큼, 뮌헨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실점이었다.

뮌헨은 더 이상 뛰지 못했다. 중앙 수비수 훔멜스와 제롬 보아텡은 상대 공격수를 따라가지 못했고, 공격의 로번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이제 막 경기에 투입된 선수처럼 그라운드를 질주한 마르셀로를 막지 못했고,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지켜봐야 했다. 2분 뒤, 아센시오의 돌파와 마무리 슈팅이 자신들의 골망을 출렁이던 모습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120분간의 혈투는 레알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승리의 주역은 역시 호날두였다. 그는 상대의 집중 견제와 노이어의 엄청난 선방에 막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자신을 찾아온 기회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며 동점을 만들어냈고, 페널티박스 안쪽을 휘저으며 역전과 쐐기를 박았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호날두란 이름에 열광하는 이유를 제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마르셀로가 없었다면, 호날두의 해트트릭과 레알의 승리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로번과 람의 측면 공격을 철저하게 틀어막았고, 끊임없는 공격 가담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이날 마르셀로의 드리블 돌파 성공은 무려 9번이었고, 키패스는 8개였다. 사실상 레알의 공격은 마르셀로의 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마르셀로는 중앙 수비수보다 더 뛰어난 수비력을 선보였고, 공격수보다 더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다. 특히, 12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은 믿을 수가 없는 정도였다. 이제 막 경기에 투입된 선수처럼, 그는 전반전부터 연장전 후반까지 그라운드를 내달렸다. 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 닷컴' 역시 그에게 평점 10점(만점)을 부여했다. 호날두(9.7점)보다 높은 수치다.

현대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날 마르셀로는 측면 수비수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보여줬다. 수비면 수비, 공격이면 공격, 흠이 없었고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축구의 신' 못지 않았고, 돋보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바지를 향해 가는 2016·2017시즌, 과연 마르셀로는 자신보다 뛰어난 측면의 지배자를 만나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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