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의 전설' 전인권이 노래와 인생, 시대, 악플, 미술, 꿈 등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오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란 이름의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18일 가진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다.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전인권은 어떠한 질문이 와도 계산 없이 대답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시종일관 솔직했고, 과연 '전인권답다'는 인상을 주었다. 솔로로 활동한 지 올해로 30주년이 됐다고 하니 이번 공연도, 인터뷰도 꽤 의미 있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촛불집회에서 노래하며 무슨 생각했나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인터뷰에 임했다. ⓒ 이정민


"화창한 봄날 만나 뵙게 돼서 반가워요."

전인권은 기자들에게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살갑지 않은데도 인간미가 뚝뚝 떨어지는 독특한 화법이었다. 다른 곳도 많지만 왜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됐는지, 그 이유를 묻는 첫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촛불 집회 때 일이 잘 마무리되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게 돼서 참 좋고, 여러 문제가 많지만, 예술 분야에 눈을 많이 돌려주셨으면 좋겠다." 이 답변 후 그는 잠시 텀을 갖고는 "공연에 많이 오시란 이야기예요"라고 직설적(?) 홍보도 잊지 않았다.

전인권은 지난해 세 차례 광장에 올라 촛불을 든 시민들과 마음을 모았다. '걱정 말아요 그대', '행진', '애국가' 등을 불렀고 지난 15일에는 제주도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3주기 무대에서도 노래했다. 자신의 단독 공연을 앞둔 그에게 공연명에 관해 물었다. 전인권은 "작년 11월인가 박원순 시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운을 뗐다. 이어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이 문구를 (시청광장 현수막에) 써도 되냐고 물으시기에 된다고 했고, 그 후 2~3개월 붙여놓았더라. 좋은 말인가 보다 해서 콘서트 명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란 가사는 전인권이 작사 작곡한 노래 '걱정말아요 그대' 안에 담긴 가사다. 그가 촛불집회 무대에서 이 노래를 불렀고 시민들을 위로했다. 촛불 앞에서 이 곡을 불렀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전인권은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를 오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연다. ⓒ 이정민


"다 같이 노래했는데 '이 노래가 좋은 노래구나!' 느꼈어요. 다른 공연과는 다르게 아주 큰 감동이 왔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허전하고 비어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굉장히 뭉클했죠. 세월호 유족들이 이야기하고 나서 내가 무대에 올랐는데 마음이 아팠고 어떻게든지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 부모님들은 맥도날드 햄버거만 봐도 억장이 무너지잖아요. 그들은 무얼 봐도 잊힐 것 같지 않아요. 그런데 '용서'라는 마음이 들어가면 그들이 바다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고, 마음이 조금은 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난 15일 제주도에서 세월호 추모 공연을 한 전인권은 "거기(제주도)에 (정상적으로) 도착했다면 아이들이 어땠을까 생각했다"며 "제일 안타까운 게…. 살릴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네가 뭔데 용서를 하라 마냐 하느냐'는 악플에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추가 질문. 전인권은 이렇게 답했다.

"악플 하면 전인권이에요. 악플 거의 안 보는데, 잘못 걸리면 나한테 죽어요. 연예인 따위가…. 이런 말 하면 저도 대처해요. 대신에 재미있게요."

정신 차렸다 고백... "난 세계적 가수가 될 거예요"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전인권은 "정신차리고 음악에 전념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 이정민


"이제부터 내 앨범은 다를 거예요. 정신 차리는 데 5년 걸리더라고요. 맞아요, 5년 됐어요. 진실하게 살고, 진실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전인권은 "예전에는 연습을 며칠하고 며칠 안 하는 식으로 하다말다 해서 발전이 없었다"며 "하지만 근래 3년 동안은 매일 연습해서 발전했고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8시에 자고 오전 3시에 깨서 계속 연습했는데 지금은 좀 더 일찍 자고 싶어서 오후 6시에 자고 밤 12시나 1시에 깬다"고 덧붙였다.

"기능적인 것, 실력 이런 건 오늘 연습하면 내일 그대로 나타나요. KBS 가서 <스케치북>이나 <콘서트 7080>에 물어봐요. 내 목소리가 예전보다 파워가 넘친다고 해요. 연습량이 많아지니까 그런 거예요."

5년 만에 '정신 차린' 전인권은 세계 진출을 할 것이고, 세계적인 가수가 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촛불 무대에 서면서 음악적 방향이 변한 게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방향은 하다 보면 생기는 건데 나이 생각 안 하고 세계적인 가수가 되어보자 (결심)했다"며 "나도 세계적인 사람들과 겨뤄 생각이 꿀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에 새로운 연습실을 만들었다"고 밝히며 음악 활동에 몰두하는 근황을 살짝 털어놓기도 했다.

준비하고 있는 새 앨범을 묻는 말에도 답했다. "사운드적으로 단순해졌다"며 "영화의 스토리처럼 가사도 거기서 거기인데, 리듬과 가사가 일치되고 듣기에 편안한, 실력이 쌓인 음악이 나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애초 6월 15일 발매로 약속됐는데 일정을 좀 미뤄보려 한다고도 했다.

"세계진출을 할 거예요, 분명히. 그러고 나서 미술을 할 거예요. 내가 데생으로는 져본 적이 없어요. 내가 왜 평소에 자신감이 있고 내가 왜 희망적일까를 생각해봤는데 그건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자신감이었어요. 50평쯤 되는 건물을 마련해 벽화를 그리고 싶어요. 손녀 둘을 위해서요. 옛날에도 벽화를 그린 적이 있어요."

들국화 재결합, 그리고 바라는 지도자상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이 '전인권답다'는 인상을 줬다. ⓒ 이정민


2013년 발표한 앨범 <들국화>는 들국화의 마지막 앨범이 됐다. 멤버 주찬권의 갑작스러운 사망 때문이었다. 그 후 전인권은 2014년 새롭게 전인권밴드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고, 이날 인터뷰에서 들국화 재결합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확실하게 어떻게 되겠단 건 모르겠어요. 만약에 최성원이 난처한 일에 빠져있고 공연이 도움된다면 들국화로 뭉치지 않더라도 우리 밴드(전인권밴드)와 어울려서 할 수도 있는 거죠. 옛날 한 동지 같으니까요."

불화설이 불거진 최성원과 연락을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하게 답했다. "주찬권의 죽음 이후에는 최성원과 연락하지 않아요. 싸울 것 같아서."

전인권은 자신의 음악의 특징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는 "'블로윈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처럼 밥 딜런의 가사는 시적이고 교육적"이라며 "나 같은 경우는 대중의 애환을 노래한다. 무대에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중의 애환을 노래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때가 때인 만큼 '바라는 지도자상'에 관해 물었다. 역시, 주저 없이 내뱉는 말투로 대답했다.

"나는 깨끗하고 남의 말 많이 안 하는 사람이 좋아요. 그런 지도자를 사람들은 닮아가게 되거든요. 표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머리 쓰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요. 그냥 깨끗하게 자기 소신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좋아요."

허를 찌른 한 마디, 다들 그렇게 살아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전인권은 "매일 음악연습을 하는 덕분에 실력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정민


30년 동안의 가수생활을 돌아보면서 전인권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정신요양원에서 1년 4개월 17일을 생활했어요. 그때 죽고 싶었는데, 지금 죽어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5년 만에 한 번씩 히트곡을 냈는데 그게 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근데 죽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까지 히트곡 중 가장 아끼는 한 곡만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그것만이 내 세상', '행진'을 불렀을 때 많은 음악동료가 저렇게 큰 히트곡을 냈는데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이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사랑한 후에', '돌고 돌고 돌고'가 이어 나와서 큰 히트를 했고 그다음 곡들은 (음악적으로)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 후에 내놓은 '걱정말아요 그대'가 히트했다"며 말을 끝내는 그에게, 그래서 가장 아끼는 한 곡은 무엇이냐 재차 질문이 던져졌고 그가 답했다.

"제 노래 중에 '걷고 걷고'를 제가 참 좋아해요. 힘들 때 의지가 됐던 노래예요."

그러면서 공연에서 있었던 일화도 더불어 들려줬다.

"공연장에서 20대 남학생이 벌떡 일어나서 나에게 묻더라고요. '힘든 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어요?' 하고. 그래서 내가 말했어요. '공연장에 있는 이 사람들 다 고생하고 있어요. 감수하고 사세요.' 사람들이 박수를 쳤어요. 힘들어도 감수하고 걷고, 걷고 걷다 보면 이겨낼 수 있다고 했어요."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 이정민


 가수 전인권이 18일 오전 서울 정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열린 <전인권밴드 콘서트 기자회견>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인권밴드>의 첫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5월 6일과 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전인권은 애환과 희망을 노래한다. ⓒ 이정민



전인권 인터뷰 콘서트 세종문화회관 걱정말아요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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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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