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그 노래를 들었을 때

아마 2003년이었을 것이다. 가족과 함께 강원도에 놀러갔다가 밤늦게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주머니에서 128Mb짜리 아이리버를 꺼내 이리저리 노래를 찾다가 무심코 라디오를 켰는데 콜드플레이(Coldplay)의 'In my place'가 흘러나왔다.

처음이었다. 그런 음악도, 그런 느낌도. 나는 그때 13살이었다. 사랑, 이별, 슬픔, 외로움, 고독함 뭐 이런 감정들과는 별로 상관이 없을 나이였다. 드럼 라인이 지나가고 기타 연주가 시작되자 왈칵 눈물이 났다. 음악 때문에 사람이 울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어린 나를 채워주던 그 노래들을 들으며 어른이 된 나는 14년만에 울었다.

#2. 우리는 왜 콜드플레이에 열광하는가?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현대카드


지난 15일 오후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 단독 콘서트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렸다. 함께 공연을 보러 갔던 친구는 연신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몸을 칭찬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XY염색체의 소유자라 그런 데에는 큰 감흥이 없었다. 심지어 밴드의 프론트맨이 크리스 마틴이라는 사실마저 공연 직전까지 모를 정도였으니 다른 멤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축구선수 외질을 약간 닮은 듯한 얼굴을 유튜브에서 몇 번 본 게 다였다.

역설적으로 그 점이 나를 포함한 많은 남성 팬들을 매료시켰다. 누가 기타를 치고 누가 베이스를 잡는지, 누가 드럼을 맡고 누가 노래를 부르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사운드' 그 자체가 우리를 열광시키는 것이다. 요컨대 콜드플레이는 소리만으로 전율의 경험으로 기억된다.

콜드플레이 음악을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를 찾자면 바로 '서정성'이다. 뮤즈(Muse)의 노래는 강렬하고 저항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라디오헤드(Radiohead)의 곡은 실험적이거나 사이키델릭하거나 혹은 나른하다. 근래에는 콜드플레이도 다양한 사운드를 연출하면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콜드플레이 음악의 본류는 여전히 서정성에 있다. 굳이 'Yellow', 'Fix you'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아도, 비교적 최근 앨범의 수록곡인 'True love', 'U.F.O'를 들어보면 여전히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 감성으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러니 수많은 이 땅의 청년들이 콜드플레이의 음악에 빠져들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3. 2017년 최고의 무대로 기억될 콘서트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이번 콜드플레이 한국 공연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알찬 구성이었다. 무대 연출과 라이브 연주는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특히 무대를 총 세 군데로 나누어 운영했던 것이 신의 한수였다. 초기 앨범의 어쿠스틱한 노래들, 예컨대 'In my place', 'Don't panic', 'God put a smile upon your face' 같은 곡도 운동장 한복판에 설치된 C-스테이지에서 연주하니 전혀 사운드가 비는 느낌이 없었다.

오프닝의 감동도 빠질 수 없다. 자일로밴드에 붉은 조명이 들어오면서 'A head full of dreams'가 울려퍼졌다.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특유의 경쾌한 베이스 라인만으로 두근거리던 마음은 이윽고 기타 사운드와 함께 폭죽이 터져나오면서 폭발해버렸다. 열광의 도가니였다. 후렴구에 모든 관객이 한 마음으로 같이 노래를 부를 때 나를 포함한 몇몇은 이미 울어버린 듯하였다.

모든 곡들이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Clocks'였다. 공연에 알맞게 편곡된 사운드는 앨범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웅장하고 폭발적이었다. 피아노 선율에 맞춰 붉은 빛깔의 조명과 레이저가 더해지니, 사운드의 깊이감이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이 곡이 15년 전 노래라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이번 공연에서 재해석된 'Clocks'는 작년에 나왔다고 해도 믿을 만큼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Fix you'는 또 어떠한가. 이 곡이야말로 한국인의 입맛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서정성의 극치이다. 잔잔하게 흘러가다 2절이 끝나면 폭발하는 구성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 정서와 놀랍도록 닮아있다. 하지만 그 에너지를 완전히 폭발시켜버리지 않는다. 기타 피킹에 힘을 실어 소리를 실어내지만 감정을 완전히 노출시키지 않고 절제한다. 그래서 더 슬프다. 공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고, 치유와 정화의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Fix you'부터 'Viva la Vida', 'Adventure of a lifetime'으로 이어지는 무대는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 특히 'Adventure of a lifetime'은 많은 사람들이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해 왔던 곡이기도 했다. 정말이지 방금 전까지는 'Fix you'를 들으면서 숨죽여 울다가, 이제는 'Adventure of a lifetime'을 들으며 록페스티벌에 온 것마냥 신나서 온몸을 공중에 던진다. 그만큼 관객들의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어내고 함께 호흡하는 콜드플레이의 능력은 과연 21세기 최고의 밴드라는 명성에 걸맞은 듯하였다.

자일로밴드를 활용한 공연 연출을 처음 경험하였는데, 확실히 청중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공연의 일부로 참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4만 5천 개의 빛나는 불빛들이 물결을 이루는 장관을 상상해보라. 때로는 붉게, 때로는 노랗게(Yellow), 때로는 여러 색이 섞이기도 하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흥미로운 미적 체험이었다. 공연 몰입도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있었다.

그밖에도 볼거리와 들을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한 공연이었다. 난데없이 솟구쳐 나온 풍선 무더기하며, 한국의 팬들을 위해 특별히 선보인 'South Korea Song'까지 일반적인 밴드 공연을 넘어서 페스티벌의 수준으로까지 고양된 감동의 현장이었다. 'Up&up'이 끝나고 혹시 앙코르를 받아주지는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미 티켓 값은 넉넉히 하고도 남았다. 후련했고, 미련도 없었다.

#4. 다시 일상으로

주말이 가고 월요일이 되었다. Coldplay는 다음 도쿄 공연을 위해 출국했다. 여기 서울은? 뻔한 일상이다. 대도시에서의 삶은 분주하고, 노래 한 곡 편하게 듣기가 참 쉽지 않다. 그래도 분명 달라진 것은 있다. 이어폰 속 흐르는 Coldplay의 노래가 이제는 감동을 넘어 실체가 있는 추억과 경험이 되었다는 것. 나의 젊은 날에 또다시 그들을 볼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그날의 기억과 그 노래들이 평범하고 따분한 일상을 채우는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콜드플레이 세계적 밴드 콜드플레이가 지난 15일과 16일 총 2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2 콜드플레이>를 열었다. 이번 공연은 콜드플레이가 지난 1998년 정식 데뷔한 후 19년 만의 첫 내한 콘서트다.

▲ 콜드플레이 ⓒ 현대카드



COLDPLAY 콜드플레이 내한 크리스 마틴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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