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믿을 사람 하나도 없는 궁궐, 각종 음모의 정황은 늘어가고 손은 모자란다. 그래서 왕이 직접 나섰다. 신입 사관(역사를 기록하는 신하)과 함께.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기본 골격이다.

서울 왕십리 CGV에서 17일 오후 언론에 선 공개된 영화는 예상대로 코믹함이 가득한 수사 활극이었다. 영화 <코리아>(2012)로 상업영화계에 데뷔한 문현성 감독의 차기작이며 사극에 처음 도전하는 이선균과 안재홍이 각각 왕과 신하로 호흡을 맞춰 신선함을 더했다.

영화는 허윤미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다만 문현성 감독이 시사 후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대로 "기본 골격만 따왔지 세부적인 이야기나 캐릭터 설정은 다르"다. 조선 예종 시대를 배경으로 그 안에서 왕을 해하려는 자들과 스스로 위기를 타파하려는 왕의 수 싸움이 이 작품에서 즐길 거리 중 하나다.

코미디와 메시지의 밸런스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관련 사진.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코믹 활극', '코믹 사극'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차별화를 위해 노력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사건의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화는 거대 철광석 광산을 먹어 왕권을 약화하려는 사대부들과 그 일당을 설정했다. 예종(이선균 분)은 이미 그 정황을 포착하고 자신을 돕는 비밀 신하 그룹을 결성해 단서를 하나씩 잡아간다. 그래서 영화는 액션을 담보로 한 수사극의 성격이 강하다.

사실 코믹 활극, 코믹 사극은 이미 <조선 명탐정> 시리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혹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에서 여러 차례 변주한 장르다. <임금님의 사건 수첩>은 필수로 앞선 영화들과 차별성을 둬야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면모에서 근접하게 찾을 수 있다.

"기존 사극 표현과 다르게 표현하려 했다. 마치 왕이 동네 형이나 군대 생활관 상사처럼 느껴지게끔 잡으려 했다"는 이선균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예종 캐릭터는 '생활 연기'에 강점을 보인 이선균 덕에 현실감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 <응답하라 1988> 등에서 진지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보인 안재홍은 사관 윤이서 캐릭터에 그 장기를 활용했다. 도포를 입은 걸 제외하면 윤이서는 안재홍이 꽤 잘해왔던 연기 요소를 보다 자세하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이런 오락적 요소와 메시지 성의 균형감이 좋다. 일종의 경제 권력을 통해 나라를 흔들려고 하는 고위 신하들은 친족 관계로 얽히고설킨 한국 사회의 재벌가 연합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에서 '친족도'를 통해 사대부 집안들의 친인척 관계를 파악하던 예종의 모습에서도 일부 감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문현성 감독은 "그런 쪽을 생각한 건 아니고 일종의 히어로 물을 생각하다 보니 악당 설정에서 자본을 목표로 한다는 게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고 답했다. 직접 노리진 않았더라도 국내 관객 입장에선 이런 연관성을 염두에 두며 관람해 보는 것도 좋겠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사건 흐름이 단선적이고 플래시백(현시점에서 과거를 설명하는 장면)을 자주 쓴다는 건 좀 아쉽다. 보다 촘촘한 구성 내지는 입체적 사건 설정이 더해졌으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오락 영화가 됐을 것이다.

한 줄 평 : 적폐 청산 직접 나선 왕의 모습, 이런 리더십을 꿈 꿔본다

평 점 : ★★★(3/5)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관련 사진.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포스터. 장점과 단점이 혼재된 작품, 조금만 더 신경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임금님의 사건수첩> 관련 정보
감독: 문현성
출연: 이선균, 안재홍, 김희원
제공 및 배급: CJ 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람
공동제작: CJ 엔터테인먼트, 더타워픽쳐스
크랭크인: 2016년 5월 4일
크랭크업: 2016년 9월 6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4분
개봉: 2017년 4월 26일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안재홍 재벌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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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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