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가운데)과 김주찬(왼쪽)과 양현종이 인사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블루스퀘어 삼성카드 홀에서 열린 2017 KBO 미디어데이에서 기아 타이거즈의 김기태 감독(가운데)과 김주찬(왼쪽)과 양현종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는 올 시즌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 14일 737일 만에 KBO리그 단독 선두에 오른 기아는 넥센과의 주말 3연전마저 싹쓸이하며 쾌조의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현재 11승 3패(승률 .786)로 2위권의 롯데-KT를 2게임 차이로 제치고 초반 단독 선두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지난 시즌 5년 만의 5강 진출에 성공하며 명가의 부활을 알렸던 기아는 올시즌 최형우-양현종 등 FA 대어들을 확보하며 전력을 끌어올렸다. 내친 김에 2009년 이후 8년 만의 'V11' 정상 등극까지 넘보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출발이 좋다. 기아가 잘한 것도 있지만 당초 절대강자가 예상되던 두산을 비롯해 NC, 넥센 등 지난 시즌 PO진출팀들이 초반 다소 헤메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기아가 순조롭게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바탕이 됐다.

기아가 10승 고지에 가장 먼저 선착한 것은 2013년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역대 프로야구 사상 10승 고지를 선점한 팀들은 대부분 최소한 가을야구 진출에는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우도 12번(단일리그제 기준)이나 된다. 초반 성적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 없는 통계다.

하지만 정작 기아 선수단이나 팬들은 초반의 상승세를 반기면서도 아직 우승 후보 같은 평가에는 다소 신중한 모습이다. 초반 성적에만 지나치게 고무되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2013년이 좋은 예다. 기아는 그해 최소 경기로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선착했고 5월 초까지만 해도 1위를 유지했으나 정작 2013년 최종 성적은 9개구단 중 8위(51승 3무 74패 승률 0.408)에 그쳤다. 역대 10승 선착팀 중 몇 안 되는 가을야구 진출의 실패 사례다.

물론 10승 선점이 꼭 가을 야구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아의 2013년이 이후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놀림감이 된 것은 바로 '타어강'이라는 희대의 에피소드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초반 기아의 상승세를 두고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거나 앞서가는 전망이 많았는데 심지어 한 매체에서는 "타이거즈는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기아의 전력을 심층분석하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필 그 직후부터 기아는 귀신 같이 역주행을 거듭하며 결국 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부상 선수 속출과 불펜의 방화, 트레이드 실패의 부작용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 시즌 초반 한때 기아가 '강팀이 된 것처럼' 보이던 요소와 미디어의 각종 분석들은 순식간에 허풍으로 전락해 버렸다. 줄임말로 유행어가 된 '타어강'은 이후 LG 트윈스의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등과 더불어 스포츠 세계에서 섣부른 '설레발'의 부작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으로 남았고, 기아 팬들에게도 한동안 트라우마가 됐다.

4년 전 '타어강'과 달라진 기아

4년 전과 비교하면 어떨까. 그 때와 차이점이 있다면 투타의 전력이 좀더 안정적이고 선수층이 넓어졌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기아는 최대 강점으로 거론되었던 양현종, 팻 딘, 헥터 노에시의 선발진이 초반부터 기대만큼의 위력을 선보이고 있다. 기아 1-3선발은 9번의 등판에서 7승과 8번의 QS(퀄리티스타트)를 합작했다. 세 투수가 벌써 완투 2회 포함 65.1이닝을 합작하며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책임질 만큼 이닝 소화력도 출중하다. 여기에 지난 12일 두산전에서 첫 선발승을 거둔 임기영의 가세는 기아 선발진의 미래를 더 밝힌다.

4번타자 최형우가 가세한 중심타선의 위력도 강해졌다. '키스톤 콤비'인 안치홍과 김선빈의 타격감도 좋다. 현재 팀타율(.266) 5위, 출루율(.336) 6위, 홈런(7개) 8위, 전반적인 타격지표는 아직 중위권 이하에 그치고 있지만 돋보이는 것은 무서워진 후반 뒷심과 집중력이다.

기아는 최근 5연승을 달리는 동안 유독 경기 후반인 6회 이후에 결정적인 득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뒤집는 장면이 많았다. 넥센과의 주말 3연전 1차전(14일)에서도 최형우의 8회 역전타로 3-2 역전승을 거뒀고, 3차전(16일)에서는 5-1로 끌려가다가 6회말 이후에만 안치홍의 결승타 등 마지막 3이닝간 6점을 몰아치며 또 한번 전세를 뒤집었다. 2013년과 비교하면 진루타와 득점권 타율의 성공률이 확실히 높아졌고, 타선이 침묵하다가도 꼭 필요한 순간에는 점수를 뽑아주는 모습이다.

SK와의 4-4 대형트레이드로 내준 노수광-이홍구 등이 아깝지만 기아도 이명기-김민식 등이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아직까지는 '상호 윈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몇 년간 속출하는 부상 선수들 때문에 고전해왔던 기아는 올 시즌도 초반 이범호와 윤석민, 김진우 등 투타의 주요 전력이 이탈해 있지만 아직까지 큰 공백이 드러나지 않는 것도 달라진 기아의 저력을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바로 불펜이다. 2013년에도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던 불펜 문제가 아직도 가장 큰 고민이다. 마무리 임창용이 올해도 초반부터 블론세이브를 잇달아 저지르며 1승1패 1세이브 자책점 7.63에 그치고 있으며 대안으로 꼽히는 심동섭(2세이브 2홀드 4.36)과 한승혁(1세이브 2홀드 5.62), 김윤동(1패 2세이브 2홀드 6.43) 등도 안정감이 떨어진다. 현재 기아는 불안한 집단 마무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타선에서도 브렛  필의 대체자로 영입한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와 김주찬도 타율이 2할대 초반에 그치며 최근 나아지고는 있지만 타격감을 좀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기아가 아직 정말로 강팀이 되었는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초반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번 주 kt-LG와의 원정 6연전은 올시즌 상위권 판도의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한판이 될 전망이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