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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하는 대로>와 <마이리틀텔레비전> 등에서 방송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고 있는 역사 작가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심용환의 역사 토크> 출간했다.

<심용환의 역사 토크>는 위안부 문제와 식민지 근대화론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 등 우리 현대사 문제와 고대사까지 다루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한티역 근처 커피숍에서 심용환 소장을 만나 역사 논쟁과 <심용환의 역사 토크> 출간 뒷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심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심용환의 역사 토크>
 <심용환의 역사 토크>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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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초 <심용환의 역사 토크>라는 책을 출간하셨잖아요. <헌법의 상상력>이 출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역사 논쟁이 한풀 꺾인 느낌이라 반응이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잘 나가는 편이지만 지금까지 낸 책에 비하면 덜 잘나가는 거죠. <헌법의 상상력>이 출간 되고 얼마 안 되어 출간되니 매체에서 같은 작가를 연달아 다뤄주기 좀 그런가봐요. 자승자박이죠. 앞으로는 이렇게 내지 않으려고요(웃음). 지적을 잘 하신 게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은 당하면서 역사 논쟁이 꺾인 건 맞죠. 그러나 좋은 현상은 아니에요. 솔직히 말하면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거든요. 언젠간 짚고 넘어가야 할 논쟁이에요. 이건 정치 이슈가 터졌다고 해결된 건 아닌데 아쉬운 거죠."

- 역사 논쟁은 끝난 게 아니라고 보세요?
"끝난 게 아니죠. 예를 들어 위안부의 경우 당장 정권 교체가 되어 위안부 합의를 뒤집어도 끝났다고 볼 수는 없죠. 왜냐면 일본 극우세력이 준동하고 있고 우리가 한번 합의를 맺은 걸 뒤집는 것도 국가 간 충돌할 가능성이 있어서 위안부 합의가 지속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나머지 논쟁들도 결국 우리가 미래 역사를 설계하는 데에 있어서 '어찌 됐건 박정희가 산업화 하지 않았냐'거나 '이승만 때문에 대한민국이 살아남지 않았냐' 등의 담론이 존재하면 그것 하나하나를 개선하고 고쳐 나가지 못하는 한 같은 논쟁은 재연될 수밖에 없는 거죠."

- 그래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어렵잖아요?
"물론 국정화는 어려워서 검인정 체제로 가면 학생들이 어느 정도 바른 역사 인식을 갖는 건 맞아요. 하지만 문제가 뭐냐면 우리나라 역사교육이 제한적이고 시민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상태에서 해묵은 역사논쟁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런 논쟁은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죠. 제일 나쁜 건 정치를 통해 모든 걸 바꾸려는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정치를 통해 바꿔야 하는 부분이 있고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도 알겠어요. 그러나 중요한 게 사람의 생각과 마음은 정치를 통해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이잖아요. 고정관념을 고치지 못하는 한 똑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 아니에요.

예를 들어 산업화를 했던 게 박정희 아니냐를 뒤집어서 얘기 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거든요. 물론 그 말도 의미가 있어요. 그러나 우리에게 성장동력이 부족해서 10, 20대가 힘든가 하면 그건 아니잖아요.

부의 재분배가 안 이뤄졌기 때문에 경제가 힘든 것도 있어요. 그런 저번에는 사람들이 과거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태도와 관습이 있다는 것과 그건 역사 이야기와 정면으로 닿았어요. 그래서 한풀 꺾인 건 사실이지만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거죠."

-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는 아무래도 국정 역사 교과서가 클 것 같지만, 그것만은 아닐 것 같아요.
"국정교과서 논쟁은 <역사전쟁>으로 출간했어요. 문제는 국정 교과서 이후로 위안부 사태가 터졌죠. 그 이전에 아주 해묵은 논쟁일지도 모르지만, 친일인명사전을 참여정부에서 하려고 했으나 박정희를 넣냐 마냐에서 결국 못 넣으며 천명 단위로 줄었어요. 그게 너무 분통해서 민족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역사학계가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었더니 좌빨로 몰아요.

분명 정권 교체가 되고 나서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을 할 텐데 그러면 똑같은 레토릭으로 공격할 것이라는 게 뻔하다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친일파 문제에 답변할 수밖에 없고 뉴라이트 세력이 우리 사회에서 식민지를 근대화 과정이라고 하는 등 잘못된 담론을 퍼뜨리잖아요.

무엇보다 이승만, 박정희를 객관화시켜서 넘지 못하면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데도 큰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한편에서는 국정 교과서 연장 선상에서의 싸움일지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지난 70년 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 해묵은 통념이나 관성적인 역사 지식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싶었던 거예요."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심용환 역사&교육연구소 소장
ⓒ 심용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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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나오는 이야기가 이제 미래를 얘기해야지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여 살 것이냐는 것이잖아요.
"과거에 대한 청산 없이 미래를 볼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독일이 나치를 청산했으니 민주국가를 만드는 거고 프랑스도 나치를 청산했기 때문에 EU의 주도국가가 될 수 있었잖아요. 과거에 대한 청산은 과거만 돌아보고 있는 게 아니라 과거를 청산할 때 미래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을 얻을 수 있다는 거죠.

미래로 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 지 38년이 지났는데 우리는 언제나 박정희식 사고를 하고, 로봇과 우주선이 만들어진 이 시점에서도 산업화를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라는 이름으로 과거청산을 못해 미래로 못 나가게 하는 주장 아닌가요?"

- 친일과 독재의 대표적인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죠. 보수층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를 같이 평가해야 한다거나 공7과3이란 논리를 들이댑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유린해 권력을 탈취했기 때문에 그의 공과를 논하는 게 부적절 한 것 아닌가 생각해요. 무슨 말이냐면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따지는 건 일제시대 식민지 근대론과 같다는 거죠. 일제시대 악하기만 했을까요? 일본이 필요해서였지만 근대화 시킨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우린 그걸 긍정하지 않잖아요.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그건 저도 동의해요. 그러나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동의를 하더라도 어찌 됐건 일제시대란 과정에서 우리가 여러 가지 문화적 영향을 받았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잖아요. 예를 들어 제가 많이 인용하는 말이지만 김치라면 무와 배추 중 배추가 떠오르죠. 하지만 조선 김치는 무가 중심이에요.

그게 포기김치로 바뀐 게 언제냐면 일제가 배추김치에 대한 새로운 개량종을 도입하면서 바뀐 거예요. 우리가 좋든 싫든 일제시대를 통해 무 중심에서 배추 중심 식습관으로 바뀌었단 건 사실이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공과의 문제가 아니라 현상의 문제거든요. 그처럼 박정희 시대도 도덕적으로 옳고 그른 걸 떠나서 박정희 시대에 사회가 많이 바뀐 건 맞아요.

다만, 이 사람들이 얘기하는 공7과3논리는 미화시키기 위한 거짓 논리인 거고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박정희 시대 때 산업화가 있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어찌 됐던 박정희는 산업화하지 않았냐'는 말이 틀렸다는 거죠. 그리고 박정희 산업화라는 건 그 전 시대의 배경이라든지 여러 관정 속에 해온 걸 객관화시키면 박정희 시대를 둘러싼 지나친 미화를 안 할 수 있다는 거죠."

- 일부에서는 박근혜의 파면으로 박정희 신화가 깨진 것 아니냐고 하는데?
"동의해요. 박정희 시대 종언이 시작됐죠.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박근혜씨 한 명 구속된 거지 최근 떠오르는 안철수 현상이든지 보수진영의 문제인 공격 흐름 자체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것에 강력히 역행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전 문재인을 절대 선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시켜놓고 앞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면 지금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내몰리는 과정을 보면 이승만, 박정희 유산이 그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이잖아요. 앞으로 진행될 아주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경제개혁의 과정이 있어요. 물론 이건 정권교체를 전제로 하는 거죠. 그냥 단순하게 진행되려면 체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생각들을 해가면서 나아가야 하는 거고 그 지점의 한 부분 속에서는 과거 시대에 대한 정리와 새로운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고 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해요. 근데 끝났냐는 거예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없잖아요. 이 상황에 트럼프와 시진핑이 회담을 했는데 자기들끼리는 아무 말 안 했어요. 웃긴 건 양국이 부담해야 할 정치 경제 위기를 우리가 고스란히 부담하잖아요. 박근혜씨 한 명을 쳤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는 거죠.

왜 아직도 독일이 나치를 처벌하겠어요? 스페인도 프랑크 독재정권이 심했잖아요. 스페인도 1997년부터 역사 청산 작업을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2000년대 때 한창 진행되고 지금도 역사청산을 하고 있어요. 무슨 얘기냐면 과거를 바로 봐야지만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죠."

- 대선 시즌이잖아요. 여야 대선후보들이 현충원에 가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잖아요. 일부에서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전 이런 묘소 참배를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자체가 민주 공화국의 발상이 아니에요. 차라리 미래 지향적이라면 김구 묘소가 차라리 낫겠죠. 제가 굳이 김구를 말하는 건 통일을 말했잖아요. 왜냐면 누군가의 묘소를 참배하는 건 그가 보여준 방향성인데 저는 이승만이나 박정희가 미래적 방향성을 제시했느냐에 대해 의문이 든다는 거예요. 5.18이나 4.19는 의미가 있죠. 우리는 여전히 인권유린이나 민주화가 성숙하지 못한 측면이 있잖아요. 근데 사람을 참배하고 싶으면 대통령을 참배하는 게 아니라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을 찾아가야죠.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 자체가 아닌 것 같아요."

- 장마다 대화 상대가 다르잖아요. 대화 상대를 선택할 때도 고심했을 것 같은데.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나 모티브를 얻어서 한 거예요. 위안부 같은 경우 여성들이 많이 활동하고 젊은 친구들이 소녀상을 위해 싸우죠. 실제로 제자 한 명이 했고 책에 나오는 건 모델이에요."

- 그럼 실제 대화가 아닌가요?
"네 완전히 제 상상력이에요. 그냥 우리 주변에서 많이 만나는 사람들을 캐릭터로 설정한 거죠.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지식이 없거나 지식은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SNS 뒤에서 말하거나 아니면 아주 잘못된 논리로 설파하고 혹은 대화하기보단 싸운다든지 혹은 편향적인 정보만으로 지식을 구성했다든지 하는 캐릭터를 설정한 거죠.

간간이 나오는 건 대중과 소통을 많이 못 하지만 합리적으로 연구하면서 성과를 내는 학자들도 등장해서 대화와 소통을 하려고 했죠. 아주 문학적인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 책은 기존 책에도 많이 나온 내용이라서 연구하며 힘들었던 건 없죠. 최대한 우리 주변에서 있을법한 거죠. 위안부 문제는 흥분하지만 잘 모르잖아요. 박정희 문제는 얘기만 나오면 싸우죠. 교회에서는 이승만 미화가 심각한 문제잖아요."

-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진짜 쉽게 쓰고 싶었어요. 쉽게 쓰고 싶은 이유는 한 번만 읽고 나면 말을 할 수 있는 거죠. 가끔 날 선 논쟁도 하잖아요. 아버지나 생각이 다른 삼촌과 박정희나 이승만 논쟁이 일어났을 때 받아칠 수 있도록 했어요. 활용하기 쉽게 했죠."

- 1장이 위안부에 관련한 윤 제자와 대화잖아요. 맨 앞으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위안부 문제를 지지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나라에서 위안부 관련 책 중 베스트셀러가 한 권도 없어요. 90년대 처음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증언론 같은 게 좀 팔렸고 그 이후 위안부 관련 책은 팔린 적이 없어요. 때문에 제 입장에서 위안부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눠보고 싶었어요."

- 왜 그럴까요?
"결론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니 그런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을 지니고 있지만 몰라요. 그래서 제대로 대처도 못 해요. 모두가 안다고 생각할지만 모르는 것이 많거든요. 사람이 가지 고정관념은 무지에 근거할 때가 많아요. 왜냐면 굳이 서로 따져 묻지 않아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진짜로 싸워야 할 순간 기본적인 지식이 없을 때가 많죠. 위안부 얘기는 국민적 지지를 받음에도 공허한 주제예요. "

- 책을 쓰며 힘든 건 없었나요?
"사실 책보다 현실이 더 비논리적이에요. 그래서 원고를 논리적으로 만드는 게 힘들었어요. 이승만을 목사님이 찬양하잖아요, 실제는 그보다 더 심하거든요. 이승만이 예수님이에요. 심지어 어떤 동영상에는 신사참배를 경남에서 거부했기 때문에 6.25 당시 경남만 북한군의 침공을 안 받았다고 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죠. 그러면서 기독교 신앙을 설파하거든요. 고대사 논쟁은 더 싶어하죠. 그래서 논쟁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논쟁으로 구성할 수 없어서 고고학자를 등장시켜 대화하는 형식으로 했죠."

- 이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는 뭐죠?
"역사 공부를 계속하자는 거죠. 그게 미래로 나아가는 상상력을 얻는 거죠. 특별히 여기 남겨진 6가지 주제는 아주 현실적인 주제고 현실적인 주제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똑같은 주제 속에서만 역사를 사고할 수밖에 없고 현재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위안부 문제 뛰어넘어야겠고 이승만, 박정희 신화 극복해야 하겠고 고대사처럼 허황된 인식이 아닌 한·중·일이 협력해 동아시아 평화를 일구어내면서 새로운 미래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정지 작업을 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태그:#심용환, #심용환의 역사토크, #이승만, #박정희, #식민지 근대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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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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