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당시 진압은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이었다.

경찰의 당시 진압은 무차별적이고, 야만적이었다.ⓒ SBS


"제가 이렇게 선두에 섰었어요. 선두에 섰는데 경찰이 캡사이신을 막 쐈어요. 쐈는데 제가 이제 고개를 수그렸죠. 경찰들이 장갑에 캡사이신을 묻혀서 제 눈을 비빈 거예요. 너무 친절하게 그냥. 아예 눈도 못 뜨게 막 문지르더라고요.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럴 수 있어요? 우리는 죄를 지은 게 아니고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왜 정부가 구조를 안 했는지에 대해서 이유를 알고 싶다는 거잖아요.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지금 생각해도 이런 대한민국에서 내가…. 진짜 좋은 나라라고 살았었나 싶은 생각을 하면 참…. 이루 말할 수가 없죠. 이럴 수는 없는 거죠."

고 김도언 학생 어머니 이지성씨는 몇 번이나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열린 세 번의 집회에 쓰인 경찰의 캡사이신 사용량(509.21리터)은 전년 한 해 사용량(193.7리터) 대비 2.5배에 달했다. 절대 한 해 사용량 비교가 아니다. 당시 의경으로 세월호 집회에 참여했던 한 제보자는 "(경찰)청장이 직접 수고했다"고 털어놓았다.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직후 경찰과 정보기관이 유가족들을 사찰한 정황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증언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 <그알>)와 인터뷰한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성씨 역시 "지금 목포신항에서도 똑같은 그 날 2014년 4월 16일이에요"라고 말했다.

다섯 번째로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 날 <그알>은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온 지금에도 반복되는 정부와 해수부의 안일함과 그 원인을 짚고 지적하고 끝나지 않은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슬픔과 고통을 다뤘다. 보는 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이게 나라냐"는 말을 되뇔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지금 목포신항에서도 똑같은 그날 2014년 4월 16일이에요"

 어쩌면 이 모든 제스쳐가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제스쳐가 정치적인 '쇼'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SBS


"거기 도착했을 때 바로 내가 먼저 뛰어 올라가서 확인한 거 아니에요. 족발 그 뼈가 딱 있어. 해수부 역시도 좀 안일하지만, 아예 무슨 뼈인지 생각도 안 한 거예요."

미수습자 권재근씨 형 권오복씨는 허탈해했다. 그는 세월호 인양 직후 해프닝으로 끝났던 이른바 '동물뼈' 보도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인물이었다. 선체에서 발견된 뼈는 국과수 직원의 육안으로 확인해 본 결과 해당 뼈는 미수습자 유해가 아니었다. 해수부 측이 제대로 된 확인을 거치지 않고 기정사실인 양 발표한 게 원인이었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었다. 역시나 해수부의 준비 부족과 미비한 대처는 곳곳에서 지적됐다. 뼛조각이 뚫린 유실 방지막을 통해 펄과 함께 배출됐는지와 관련해 유실 방지막이 제대로 설치가 됐었는지, 설치된 이후에 훼손은 없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확인도 없었다.

또 유해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를 펄도 그대로 포댓자루에 쓸어 담거나 펄을 밟고 다니는 모습도 일상이었다. 발견된 유류품 중 휴대전화를 어떻게 보존할지에 대해서도 해수부의 말이 엇갈렸다. 휴대폰은 당시 참사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한 마디로, 기계적인 인양만 이뤄지고 있을 뿐 디테일한 상황에서는 총체적인 무능을 보인다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선체인양은 됐지만, 진실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알>은 해수부 측의 무능과 함께 기존에 제기된 선체 평형수 문제와 C테크의 개방 문제도 짚었다. 세월호 참사 직전 일을 그만뒀던 세월호의 전 기관사는 제작진에게 다시 한번 세월호가 평소 선체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평형수를 비웠다고 제보했다.

또 <그알>은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벌였다고 알려진 조타수 오씨가 병으로 사망 직전 장헌권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세월호 C테크의 개방 문제도 언급했다. 이날 방송된 <그알>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했다. 때때로 "대통령 파면 이후 해수부가 달려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정부와 해수부의 진실 규명에 대한 노력은 여전히 미비하거나 무능력하다는 점 말이다.

세월호의 '세'자도 싫어했다던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그토록 세월호를 지우고 싶었던 것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왜 그토록 세월호를 지우고 싶었던 것일까.ⓒ SBS


"대통령께서 세월호의 '세'자도 싫어하시기 때문에 아예 안건으로 올리는 것 자체를 못한다. 그런 어떤 정치 권력자들의 분위기 때문에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인양하려고 했을까."

전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인 박종운 변호사는 말한다. 정부와 해수부가 인양을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파면과 구속, 특검팀의 조사 때문에 "정부의 의지 없음"은 충분히 지적됐다. 이날 <그알>도 다시금 그 문제를 지적했다.

 뻔뻔한 태도를 보였던 그들, 책임을 회피했던 그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더 높은 자리에서 잘 살고 있다.

뻔뻔한 태도를 보였던 그들, 책임을 회피했던 그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더 높은 자리에서 잘 살고 있다.ⓒ SBS


왜 관제데모에서는 물론 여당 국회의원이나 보수 인사들이 "시체장사" 운운하며 인양을 반대했는지, 왜 유족들을 정부 반대 세력으로 몰아가며 감시하고 사찰했는지,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왜 예산과 관련해 여당 인사들로부터 "세금도둑"이라고 비난을 받았는지 말이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세월호의 '세'자도 싫어했다는 그 전직 대통령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월호 문제는 철저히 묻혀야 했고, 인양 역시 금기시되고 터부시돼야 했다.

"제가 조금만 더 거기서 침착했으면 더 많은 사람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못한 거 때문에 아직도 그 혁규도 바로 눈앞에서 있는 걸 그냥 다 놔두고 온 거고 일반인들, 학생들 눈이 다…."

제작진과 만난 세월호 생존자인 김동수씨는 아직도 그날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죄책감을 호소했다. 목포신항을 찾은 그는 끝내 카메라 앞에서 펑펑 울었다.

민간잠수사 공우영씨는 잠수작업 도중 목숨을 잃은 동료 잠수사 죽음에 책임이 있다며 검찰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를 당했다. 10여 차례 재판을 받은 끝에 올해 1월 무죄 선고를 받은 그는 "이게 정부냐"고 성토한다.

반면 당시 참사 수습에 책임이 있는 이들은 승진을 거듭 중이다. 2014년 당시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현재 동해해양경비안전서 1513 함장 자리에 올랐다. 이춘재 당시 경비안전국장 역시 현재 해양경비안전조정관(해경 2인자)으로 승진했다. <그알>은 현재 주중 대사를 맡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필두로 당시 안전 책임자들과 해경 고위직들은 간판만 바뀌었을 뿐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아직 그날 4월 16일에 살고 있다

 진행자 김상중의 멘트는 오래도록 시청자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진행자 김상중의 멘트는 오래도록 시청자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SBS


"세월호의 형식적인 인양은 이뤄졌지만, 진정한 의미의 인양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 선체에서 의류와 담요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유류품은 107점으로 늘어났지만, 아직까지 유해는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체 내부의 폐기물과 진흙 등이 뒤섞여 있어 9명의 미수습자를 수습하는 과정은 철저히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9명이 유해가 무사히 발견될 수 있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해주기를 당부드립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우린 지난 3년 동안 모두 5차례에 걸쳐 세월호의 진실을 추적해 왔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은 무엇인지, 누가 왜 사고를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는지, 국정원과 세월호의 관계는 무엇이고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은 무엇인지 우리는 그 답을 찾기 위해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부끄럽게도 아직 그 진실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진실을 찾아 억울하게 숨져간 수많은 영혼의 슬픔을 달래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그것이 알고 싶다>는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고 그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는 진정한 세월호 인양의 그 날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좀 길지만, 진행자 김상중의 마지막 멘트를 인용한 이유가 있다. 이날 <그알> '세월호, 3년 만의 귀환 - 희망은 다시 떠오를 것인가' 편을 시청한 시청자들 역시 총 5번에 걸쳐 세월호 문제를 다룬 <그알> 제작진의 이러한 다짐과 당부를 적극적으로 공감했을 것이다.

미수습과 가족들과 유가족들, 생존자의 고통과 슬픔은 참사 3주기를 맞은 오늘에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 직후,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란 글을 적었다.

하필 3주기를 맞는 오늘은 기독교의 부활절이다.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3년 기억식'이 진행된다. SBS는 이날 오후 12시부터 <그알> '세월호, 3년 만의 귀환' 편을 재편성했다. 우리의 시간은 아직 일정 부분 그날 4월 16일에 멈춰져 있지 않을까. 역시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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