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에 이어 <도깨비>로 시청률은 물론 신드롬을 만들어 낸 김은숙 작가. 이제 김은숙의 경쟁자는 김은숙이라는 정의가 나돌 정도로 데뷔작 이래 줄곧 히트작을 내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단 김은숙이라면 사람들은 '믿고 보게' 된 것이다. 이렇듯 드라마계에서는 출연한 배우들 못지않은 '스타 작가'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작가만이 아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모래시계>의 고 김종학 PD부터 시작된 '스타 PD' 열풍도 있다. <비밀> <태양의 후예> <도깨비>의 이응복 PD,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 등 또 다른 '스타' 피디들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그 이름만으로도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된 작가와 연출자들, 그들이 빚어내는 히트작들 속에서 당차게, 그리고 신선하게 자신들의 작품으로 자신들을 '들이대는' 신인 작가와 연출들이 있다.

ⓒ OCN


제 2의 김은희와 김원석? <터널>의 이은미와 신용휘

제일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3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OCN <터널>이다. 첫 방송 이래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방송 초반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는 이유로 <시그널>과 비교되기도 했다. 하지만 <터널>은 똑같은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현재와 과거의 만남이라는 비슷한 소재를, '과거'의 아재 형사가 '현재'와 와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과거에 못 풀었던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신선한 구성 방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OCN 특유의 장르물로서의 '수사 드라마'라는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구수한 1980년대 아저씨의 어설픈, 하지만 왕년에 잘 나가던 형사의 내공이라는 '인간미'를 내세우며 전작 <보이스>보다 더 접근성 높은 작품으로 호평받고 있다.

<터널>은 <드라마 스페셜-불청객> 등 단막극을 집필한 이은미 작가의 입봉작이자, 신용휘 감독의 입봉작이다. 두 사람은 '입봉'이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이미 익숙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그 희생자들의 '의지'에 초점을 맞추며 수사물의 새로운 영역을 매끄럽게 풀어내고 있다.

 KBS 2TV <추리의 여왕>

KBS 2TV <추리의 여왕>ⓒ KBS


공모전 수상 작가의 화려한 데뷔,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

이영애, 송승헌 복귀작에 맞서 수목드라마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KBS 2TV <추리의 여왕>과 MBC <자체 발광 오피스>는 모두 드라마 극본 공모 당선작가의 입봉작이다.

<추리의 여왕> 이성민 작가는 2016년 'KBS 경력 작가 극본 공모'에서 동명의 작품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이때 필명은 '이정은') <자체 발광 오피스> 정회현 작가 역시 동명의 작품으로 2016년 'MBC 드라마 극본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아 입봉한 케이스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작품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한 장르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입봉' 작가의 패기가 느껴진다. 경찰이 되고 싶었으나 이른 결혼으로 꿈을 접은 채 동네에서 '한 추리'하며 파출소장에게 '선생님' 대접을 받는 유설옥(최강희 분)과 그녀와 엮이게 된 경찰대 수석 입학에, 알고 보면 거대 로펌의 후계자라는 금수저이지만, 현실은 파출소로 경질된 현직 형사의 생활 밀착형 '추리 수사물'은 그 신선한 소재와 출연한 배우들 모두를 살려낸 생동감있는 캐릭터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비록 <추리의 여왕>에 눌려 2위이지만, 3.8%로 시작해 10회 7.1%(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거의 두 배가 넘는 시청률 상승을 기록한 <자체 발광 오피스>는 우리 시대의 현실에 기반한 실감 나는 오피스물이자, 로맨틱 코미디로 인정받고 있다. 만년 공시생에, 입사 면접 100번 흙수저 낙방생에, 마마보이. 우리 시대 어디선가 만날 법한 주인공들이 자살 위기를 겪고, 어렵사리 들어간 회사의 비정규직으로 애환과 사랑을 엮어가는 사연은 뻔한 재벌남, 혹은 능력자 로맨스물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이렇게 <터널> <추리의 여왕> <자체 발광 오피스>는 뻔한 소재의 답보 상태에 놓인 드라마계에서 신선한 소재와 캐릭터의 구성으로 신선한 수혈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들 드라마들이 '추리', '수사, '오피스'물이라는 전통적 드라마의 경계를 넘어서며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드' 등으로 기존의 드라마와는 다른 드라마에 대한 젊은 드라마 시청자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한 것으로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되어가는 드라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MBC <자체발광 오피스>

MBC <자체발광 오피스>ⓒ MBC


모두가 성공적으로 입봉하는 것은 아니다. <오만과 편견> <결혼 계약>의 김진민 피디의 첫 tvN 연출작이자,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드라마화로 화제가 된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는 김경민 작가의 미니시리즈 입봉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연 배우들의 아쉬운 연기와 '음악과 사랑'이라는 주제가 대중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했고, tvN 월화드라마의 암흑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입봉 작가와 피디들의 작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 2TV <완벽한 아내>의 후속작 <쌈 마이웨이>는 단막극으로는 처음으로 미니시리즈를 제압한 <백희가 돌아왔다>의 임상춘 작가와, <눈길>의 이나정 PD의 미니시리즈 입봉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MBC에서는 2016 드라마 극본 입상작인 김수은 작가의 <파수꾼>이 대기하고 있다. <자체 발광 오피스>의 후속작 <군주-가면의 주인> 박혜진 작가 역시 입봉작가다. SBS에서는 <사임당> 후속으로 권기영 작가의 <이 여자를 조심하세요>가 대기 중인데, 연출은 맡은 박선호 PD의 첫 미니시리즈다. 케이블과 종편에서도 신인 작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힘센 여자 도봉순>의 후속 드라마는 김은숙 작가와 함께 <태양의 후예>를 집필했던 김원석 작가의 첫 단독 미니시리즈 집필인 <맨투맨>이며, 조승우와 배두나의 만남 만으로 화제가 되었던 <비밀의 숲> 역시 이수연 작가의 입봉작이다.

이들 '입봉' 작가, 혹은 PD들은 기존 드라마들과는 다른 새로운 장르, 새로운 구성, 새로운 서사들을 가지고 자신들의 포부를 펼친다. 물론 그들 중 누군가는 성공적인 데뷔를 할 것이고, 혹은 화제의 외곽에서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이런 신인들의 야심찬 도전이 드라마계에 신선한 활력소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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