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영화 포스터

▲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영화 포스터 ⓒ NEW


슈퍼전대 시리즈, 울트라 시리즈, 가면라이더 시리즈는 일본 특촬물을 대표하는 3대 시리즈라 불린다. 이들 중에서 토에이가 제작한 슈퍼전대 시리즈는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1975년 <비밀전대 고레인저>를 시작으로 2017년 41번째 시리즈인 <우주전대 큐레인저>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슈퍼전대 시리즈는 어느덧 일본을 상징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슈퍼전대 시리즈의 영향력은 단지 일본에 국한하진 않았다. '파워레인저'란 형제 때문이다.

슈퍼전대 시리즈의 가능성을 예견한 미국의 사반 엔터테인먼트는 판권을 구매하여 '공룡전대 쥬레인저'를 리메이크한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져>(국내 방영 제목은 무적파워레인저)를 제작한다. 슈퍼전대 시리즈와 함께 보폭을 맞추던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초창기엔 독창성을 그리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역사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고유한 설정을 가미하며 재미를 얻어 독자적인 팬덤을 차츰 구축했다. 현재 전대물의 세계사는 동양에선 일본이, 서양에선 미국이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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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사반 엔터테인먼트와 <트와일라잇><헝거 게임> 시리즈로 유명한 라이온스게이트가 힘을 합한 극장판 파워레인저다. 영화는 첫 번째 파워레인저 시리즈인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져>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파워레인저스의 멘토인 조던(브라이언 크랜스톤 분)과 빌런 리타(엘리자베스 뱅크스 분) 사이에 변화를 주고 도입부에 새로운 설정을 넣는 등 영화는 원작에 일부 변화를 주었으나 대부분은 <마이티 몰핀 파워레인져>의 유산을 고스란히 살렸다.

파워레인저의 이름은 그대로 제이슨(데이커 몽고메리 분), 킴벌리(나오미 스콧 분), 빌리(RJ 사일러 분), 트리니(베키 지 분), 잭(루디 린 분)이고 그들을 돕는 알파 5(빌 헤이더 목소리)도 변함없이 만날 수 있다. "고 고 파워레인져(우리나라에선 '무적 파워레인져')"로 친숙한 오프닝곡도 영화 중간에 나와 반가움을 더한다.

최근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는 고뇌에 빠져있다. 영웅은 정체성에 고민하고 같은 편끼리 방향을 놓고 대립한다. 이들은 어린이의 영웅이라기 보단 성인 사회를 대변하는 모습에 가깝다. 반면에 원작부터 저연령층을 겨냥한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가볍고 경쾌한 색깔을 유지한다. 전반부는 강한 힘을 얻은 10대의 즐거움이 담겨 있고 후반부는 함께 힘을 모아 악을 무찌르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선악 구도는 여전히 단순하고 인물간의 갈등은 손쉽게 해소한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이나 <크로니클>의 어두움은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에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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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시대상을 적극 반영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 세계의 근심거리인 인종 차별과 성 차별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흑인, 중국인, 중남미계 인물을 파워레인저스에 넣고 성별을 남자 셋, 여자 둘로 맞추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10대의 불안을 포착하는 시도도 함께한다. 제이슨은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 10대이고 킴벌리는 친구들과 관계가 깨진 청춘이다. 빌리는 자폐증을 앓고 트리니는 성소수자다. 잭은 병든 어머니로 힘겨워한다.

이들을 묶어 하나로 만드는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에 해외의 일부 평자는 1980년대 청춘 영화를 대표하는 <조찬클럽>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조찬클럽>류 청춘 영화가 21세기 슈퍼히어로 문법으로 다시 써진 셈이다.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1억불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답게 TV 방영물에선 볼 수 없었던 시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리타가 만든 거대 괴물 '골다르'와 파워레인저스의 로봇 '조드'의 싸움, 다섯 개의 '조드'가 합체한 '메가 조드'의 위용은 <트랜스포머>의 한 장면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파워레인저스는 쫄쫄이 타이즈를 벗어던지고 아이언맨의 파워 슈트에 가까운 멋들어진 아머를 장착한다. 물론 '변신'이 안겨주는 짜릿함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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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거듭난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지나치게 안전하게 만들어진 인상도 짙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인 첫 걸음이다. 다만,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은 현재 나오는 슈퍼히어로 장르 영화와 비교하면 서사의 동력은 떨어진다. 다음번엔 이야기의 힘이 넘치는 파워레인저스로 돌아와야 한다. 이대론 총 7편으로 계획한 극장판의 여정을 완수하기 버겁다.

파워레인져스 딘 이스라엘리트 데이커 몽고메리 나오미 스콧 베키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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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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