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싱어송라이터 한영애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독보적 음악 세계로 40년 넘게 대중음악계에서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아티스트다. 1976년 혼성 포크 그룹 해바라기 멤버로 대중음악계에 들어와 80년대 솔로 가수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연극 및 뮤지컬 배우, 라디오 DJ 등 여러 방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왔다.

음악인으로서 40여 년을 오롯이 다 채우지는 않았지만 그가 남긴 정규 앨범과 노래들은 비워진 공백을 다 채우고도 넘친다. 2014년 11월 말, 무려 15년 만에 여섯 번째 음반 <샤키포>를 냈지만,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몰랐다고 이야기했을 만큼 '한영애의 음악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 듯하다.

2015년 10월 10일에는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지며 팬들과 의미 있는 순간을 남겼고 여전히 직접 부르고 들려주고 싶은 곡들이 많아 2년 4개월 전 발표된 앨범활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는 한영애. 그는 지난해 12월 3일과 올 3월 11일, 촛불집회 무대에서 광장에 모인 촛불 시민을 하나의 목소리로 만든 감동을 연출한 바 있다.

 한영애

한영애는 인터뷰 중 자신은 사회 문제에 있어 '샤이'하게 살아온 사람이지만 동시대에 같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음악인으로 직면한 현실 앞에서 절실함으로 공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 나무뮤직


한영애는 인터뷰 중 자신은 사회 문제에 있어 '샤이'하게 살아온 사람이지만 동시대에 같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음악인으로 직면한 현실 앞에서 절실함으로 공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 자리에서 한영애가 부른 '조율'은 25년 전 발표된 곡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절실하게 와 닿는 노랫말로 대다수 사람이 아는 국민가요가 되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대중음악계 거장 아티스트'임에도 여전히 음악에 대한 갈증과 고민에 목말라하고 끊임없이 노력과 도전을 해나가는 한영애. 그는 15일 저녁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인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문화제>에서도 '조율'을 노래할 예정이다.

'음악은 숨이고, 무대는 거울이다'라고 표현할 만큼 뮤지션이 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우리 시대의 대표 아티스트 한영애를 지난 13일 오후 3시 가톨릭평화방송라디오(cpbc-fm) 프로그램 <김도향의 명동연가> 출연에 앞서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났다.

6집 앨범 발매 후 2년 넘게 공연

 한영애 6집 샤키포 앨범

한영애 6집 <샤키포> 앨범의 재킷 이미지. 한영애 개인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음반이었다. ⓒ 한영애


- 6집 앨범 <샤키포> 발매 후 주로 어떤 활동을 해 왔는지?
"콘서트 위주로 활동했다. 여섯 번째 정규 음반 <샤키포> 발매기념 콘서트는 물론 수많은 초청 공연도 했고, 올해에도 라이브 무대를 많이 갖고 있다. 앨범이 발매된 지 2년 4개월여가 됐지만 지금도 꾸준히 수록된 곡들을 음악팬들에게 들려드리면서 활동 중이다. 2015년 10월에는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어 관객들과 뜻깊은 순간을 보냈다.

현재 한 대학에서 4년째 보컬레슨 수업을 하고 있는데, 내 음악적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나 역시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서로에게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해주는 시간이다."

- <샤키포> 앨범과 활동에 관해서 혹시나 아쉬웠던 점은 없나?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두 달 정도 늦게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4년 11월 29일에 나왔는데 연말을 앞둔 시점이라 당시 홍보 담당자들도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런데 앨범 발매 콘서트 스케줄도 잡혀 있었고 2015년 10월에는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도 예정되어서 마냥 늦출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어쨌든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지속해서 수록된 노래들을 부르고 들려드릴 수 있어서 좋다."

- 지난 앨범을 통해 음악 시장의 변화를 체감했는지?
"예전엔 세상의 변화만큼 음악 시장의 그것도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막상 10년도 훌쩍 지나 정규앨범 작업을 하다 보니 프로덕션 시스템도 무척 달라졌고 홍보 방법에서도 차이가 있다. 음악의 주 소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세대들이 CD보다는 MP3를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지만, 나와 같은 중견 음악인들에게 CD는 열정과 향수의 산물이다. 앞으로도 CD로 앨범을 내겠지만, 곡 홍보에 대해서는 연구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촛불집회 2번, 세월호 3주기 문화제 무대에 오르기까지 

 한영애

"'조율'이 20여 년 만에 대다수 국민이 아는 노래가 된 것처럼 아직 나누지 못한 노래도 너무 많다." ⓒ 나무뮤직


- 지난 2차례 촛불집회에서의 공연은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
"광장의 촛불 시민과 같은 절실함으로 공연에 임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돌이켜보니 숭고한 마음으로 노래하고 무대를 가졌던 것 같다. 굳이 꼽자면 내 존재와 내 노래를 잘 몰랐던 분들과도 연대감을 통해 노래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듯하다."

- '조율'은 더욱더 특별한 의미를 지닌 국민가요가 됐다.
"1992년 당시 작곡가 한돌씨가 만든 곡인데 허락을 받고 '조율' 코러스 부분을 빼고 노랫말 상당 부분을 고쳐 완성했다. 원래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연보호 등 여러 이야기를 노랫말로 전하려 했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곡점을 가져온 일들이 발생했을 때마다 '조율'의 가사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삶이란 항상 반성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임을 '조율'의 주요 노랫말에서 발견하게 된다. 많은 분이 2017년에 만들어진 곡 같다고 하실 때, 이 노래에서 무엇인가를 해결하려고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을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앞으로 더 나아지기 바라는 내용을 품고 있기에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 같다. 인간의 욕망이 없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르고 들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 세월호 3주기를 추모하는 무대에 오른다. 어떤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지.
"정말 많은 분이 함께 듣고 싶다고 해서 '조율'을 부를 예정이고, <샤키포> 앨범에 담긴 '너의 편'이란 곡도 무대에서 들려드릴 거다. 이 곡은 내 편 네 편을 나누는 것이 아닌 서로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쨌든 우리가 모두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과정에 있고, 그 과정 중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으로 약간의 안도감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기적'이란 부제가 원래 있었던 앨범 동명 곡 '샤키포'를 들려 드리고 싶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상상이 아닌 현실 속에서 '꿈과 기적'을 이루어 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그린 곡이어서 샤키포란 힘찬 구호를 많은 사람이 같이 외쳤으면 한다."

데뷔 40주년 넘었지만... 아직도 못 부른 노래 많아

 한영애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과정에 있고, 그 과정 중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음악으로 약간의 안도감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나무뮤직


- '음악 인생에 마침표를 닮은 쉼표를 찍고 가려고 한다'는 자필 글의 일부 내용이 와 닿는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2015년 9월에 썼던 글의 한 문장이다. 쉼표는 나에게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40년 동안 음악인으로서 뒤돌아보지 않고 항상 무언가를 향해 앞으로만 나아갔다. 다만 숫자상으로나 물리적으로도 긴 시간이 흘렀기에 '내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무거운 마음을 가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내 길을 가고 있지 않나? (웃음)"

- 어쨌든 한영애의 새 노래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신곡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그런데 아직 알리지 못하고 부르지 못한 노래도 무척 많다. (웃음) 항상 신곡과 아직 소개되지 못한 예전 발표곡들을 함께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조율'이 20여 년 만에 대다수 국민이 아는 노래가 된 것처럼 아직 나누지 못한 노래도 너무 많다. 그렇지만 신곡에 대한 갈증은 늘 있다."

- 후배 뮤지션들로부터 협업에 대한 요청을 받게 된다면?
"2년 전 다이나믹 듀오 멤버 개코와 함께 모바일서비스 기반 동영상 프로그램에서 내 음악을 힙합 스타일로 재해석한 무대를 가진 적이 있는데, 굉장히 재밌었고 그 후 힙합계열 공연을 즐겨봤던 계기가 되었다.

어떤 음악 장르의 음악가든 열린 마음으로 환영한다. 후배음악가나 소속회사를 통해 협업에 대한 제안이 간간이 들어오곤 하는데, 저마다 다르겠지만, 멜로디보다는 어떤 노랫말을 담고 있느냐가 협업작업 여부에 대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 올해 중점적으로 하려고 하는 음악 활동이 있다면?
"하반기에 소규모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전국 투어를 준비 중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음악으로 교감할 예정이다."

한영애 조율 샤키포 촛불집회 세월호 참사 3주기 너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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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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