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설>의 한장면

<콜로설>의 한장면ⓒ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뉴욕에 살며 백수 신세로 매일같이 술판을 벌이던 글로리아(앤 해서웨이 분)는 동거 중이던 남자친구 팀에게 버림받는다. 당장 살 길이 막막해진 글로리아는 어린 시절을 보낸 변두리 고향 마을을 찾아 비어있는 본가에 새 살림을 꾸린다. 이런 그 앞에 초등학교 남자 동창 오스카(제이슨 서디키스 분)가 나타나 이런저런 도움을 주고, 글로리아는 오스카의 바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돌연 한국 서울에 거대 괴수가 나타났다는 뉴스로 온 세계가 발칵 뒤집히고, 글로리아는 괴수의 출현이 자신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 <콜로설>의 설정은 일종의 평행우주다. 미국의 어느 자그마한 놀이터와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이 시공을 초월해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매일 아침 8시 5분에 글로리아가 고향 동네 놀이터에 발을 들이면 서울에 거대 괴수가 나타난다. 걷거나 손을 흔들고, 심지어 춤을 추는 글로리아의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서울의 괴수에게서도 재현된다. 이를테면 지구 반대편에서 동작 인식 수트를 입고 '아바타'를 조종하는 식인데, 여기에 제대로 된 설명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콜로설>의 한장면

<콜로설>의 한장면ⓒ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실은 이 얼토당토않은 설정이야말로 <콜로설>의 강력한 무기다. 영화는 서울을 공포로 몰아넣는 괴수 대신 고향 마을에서 이어지는 글로리아의 일상에 방점을 찍는다. 이역만리에서 벌어지는 '재난'은 그저 자신이 사건의 발단이란 사실을 안 글로리아가 겪는 내적·외적 갈등을 부각하는 장치로만 기능한다. 이 영화를 두고 흔한 SF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는 게 오산인 건 그래서다. 영화에 등장하는 괴수는 말 그대로 허수아비일 뿐이고, 그 무대가 서울이 아니라 도쿄나 홍콩, 두바이라고 해도 딱히 달라질 건 없다. "작은 드라마 속에 큰 블록버스터가 숨어있다"는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스펙터클이 아니라 드라마다.

드라마의 중심은 다름 아닌 글로리아와 오스카의 관계다. 이는 글로리아와 더불어 오스카 또한 서울에 새로운 괴수를 출현시키는 지점부터 본격화된다. 두 사람은 술에 취한 사이 자신도 모르게 서울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한편으로는 장난스레 시민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인다. 한 곳에서의 작은 행동이 다른 한 곳에서는 엄청난 재난이 되어 불어닥친다.

영화 중반 이후 벌어지는 글로리아와 오스카의 갈등은 이같은 알고리즘과 맞닿는 중요 요소다. 타인을 향한 질투와 집착, 소유욕, 그리고 비뚤어진 애정과 자기비하까지. 여러 층위로 뭉뚱그려진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서 조금씩 비집고 나오는 후반부 전개는 의미심장하다. 일방적으로 서울 한복판을 유린하는 괴수의 모습은 그렇게 개인 간에 이루어지는 폭력과 맞닿으며 폐부를 깊숙이 찌른다.

 <콜로설> 촬영 장면

<콜로설> 촬영 장면ⓒ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한강 둔치와 여의도 빌딩숲, 부천 시내 번화가 등 영화에 등장하는 국내 로케이션은 퍽 익숙하다. 이에 반해 얼핏 느끼기에도 서툰 연기와 한국어 발음을 선보이는 엑스트라들, 코리아타운에서나 볼 법한 괴상한 한국어 간판과 네온사인들은 못내 아쉽다. 글로리아와 팀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짓밟히는 서울을 보는 건 픽션임을 감안해도 마냥 웃으며 보기 어렵다. 극 중 서울이 내내 비명을 지르고 대피하는 인파 속에서 되레 이국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이는 할리우드의 시각에서 아직까지 먼 나라인 대한민국의 현주소로도 비친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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