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올해로 16년 차를 맞은 장수 액션 시리즈입니다. 영화적 재미로 따지자면 평균적인 수준의 액션물에 불과하지만, 다른 영화에서 볼 수 없는 호쾌한 자동차 액션 시퀀스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젊은 남성 관객들이 선호하는 주제인 의리와 가족애를 강조한 점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었죠.

이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으로서, 전 세계에서 15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흥행을 거둔 전작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의 뒤를 이은 후속작입니다.

이전 시리즈보다 훨씬 훌륭한 '수작'

 <본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한 장면.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을 배신하게 된 도미닉(빈 디젤)은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본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한 장면.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을 배신하게 된 도미닉(빈 디젤)은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UPI 코리아


도미닉(빈 디젤)은 전작에서 기억을 되찾은 연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스)와 쿠바로 떠납니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도미닉 앞에 나타난 의문의 여인 사이퍼(샬리즈 시어런)는, 도미닉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한편 정부 요원 홉스(드웨인 존슨)는 강탈당한 최신 무기를 되찾기 위해 베를린으로 향하고, 도미닉과 그의 팀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도미닉의 배신으로 무기를 잃고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지요. 이때부터 사이퍼에게 합류한 도미닉과 나머지 친구들 사이의 불꽃 튀는 대결이 펼쳐집니다.

시리즈의 특성상 이번에는 또 어떤 자동차 액션을 보여 줄 것인지가 관심사였지, 영화적 완성도나 극적 재미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날려 버립니다. 여러 면에서 시리즈 전체에서 첫손에 꼽을 만큼 재미있거든요.

우선, 악역 캐릭터의 존재감부터가 다릅니다. 보통 이런 식의 이분법적 대결 구도를 가진 작품들은 악역이 세면 셀수록 관객들은 주인공 편에 더 몰입해서 보게 돼 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악행을 일삼는 인물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니까요.

샬리즈 시어런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으며 악당 사이퍼의 카리스마와 비정함을 제대로 보여 줍니다. 그녀의 연기는 이전까지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하던 브라이언(故 폴 워커)의 부재를 단번에 메우면서, 도미닉 패밀리와의 대결 구도를 제대로 형성할 정도로 성공적입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액션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한 장면. 최고의 악당 사이퍼 역할로 새롭게 합류한 샬리즈 시어런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당당한 존재감을 보여 준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한 장면. 최고의 악당 사이퍼 역할로 새롭게 합류한 샬리즈 시어런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당당한 존재감을 보여 준다. ⓒ UPI 코리아


이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자동차 액션 또한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쿠바의 아바나 도심에서 벌어지는, 목숨을 건 자동차 경주는 액션의 한계를 시험하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지가 담긴 선전포고입니다.

사이퍼가 해킹을 통해 도심의 자동차들을 자기 멋대로 좀비처럼 조종하는 장면, 도심 한복판에서 도미닉과 그의 친구들이 자동차로 벌이는 힘겨루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엄청난 규모의 북극 액션 시퀀스 등은 이전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장면들로서 그야말로 입을 떡 벌어지게 합니다.

양념처럼 들어간 격투 장면들의 완성도도 높은 편입니다.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하는 최근의 다른 할리우드 액션물과는 달리, 적절하게 동작을 생략하는 편집과 아크로바틱 체조를 연상시키는 액션 구성으로 아기자기한 재미를 추구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성룡이 할리우드 진출작에서 보여 줬던 것과 유사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유머 감각도 이 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홉스(드웨인 존슨)와 데커드(제이슨 스타뎀)의 기싸움, 로먼(타이리스 깁슨)의 너스레, 클라이맥스의 한 축을 장식하는 데커드와 아기의 호흡 등이 주는 잔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모든 것들을 솜씨 좋게 한 편의 영화에 집어넣은 감독 F. 게리 그레이의 능력은 확실히 돋보입니다. <셋 잇 오프>(1996), <네고시에이터>(1998), <이탈리안 잡>(2003) 같은 수작 액션물을 감독했던 그는, 일급 뮤직비디오 감독답게 훌륭한 리듬감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합니다.

3편부터 쭉 이 시리즈의 각본을 도맡아 온 크리스 모건의 시나리오 역시 좀 더 진화했습니다. 전작들에 나왔던 설정이나 장면들을 교묘하게 재탕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적절한 복선을 통해 반전이 있을 것을 미리 알려 줌으로써 관객이 다음 전개를 궁금해하게 만든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이야기가 확실히 덜 지루합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앞으로 8편부터 10편까지의 3부작 시리즈와, 홉스 중심의 스핀오프 작품 등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은 이 새로운 기획의 선두 주자로서 나무랄 데 없는 출발을 했습니다. 이전까지의 등장인물과 상황 설정을 효과적으로 마무리 짓고, 사이퍼의 역습이 펼쳐질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하였으니까요. 이런 식이라면 2019년과 2021년으로 예정된 9편과 10편의 흥행도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포스터. 자동차 액션물의 대명사인 시리즈 최신작이 돌아왔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포스터. 자동차 액션물의 대명사인 시리즈 최신작이 돌아왔다. ⓒ UPI 코리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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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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