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주연의 영화 <프리즌>의 포스터.

한석규 주연의 영화 <프리즌>의 포스터. ⓒ ㈜큐로홀딩스


먼저 2017년 봄. 한국의 교도소 관리자들이 직면한 웃을 수도 울기도 힘든 현실에 관한 끌탕부터 하나.

요즘 서울·경기지역 구치소 책임자들은 머리가 아플 것이 분명하다. 불과 5~6개월 혹은, 1개월 전만 해도 '감옥 밖'에서 세상을 제멋대로 농단한 '보이던 권력자'와 '보이지 않던 권력자'들이 우르르 '감옥 안'으로 들어온 상황.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일 것이다.

법무부 교정본부 시스템에 과부하를 걸어버린 전직 대통령과 그의 '절친', 교정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물론 최상위 공권력인 검찰을 지휘했던 전직 법무장관에 정권의 '신데렐라'로 불리던 전 문체부장관까지.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당연명제지만, 과연 그들을 일반 재소자들과 평등하게 대하기가 쉬울까?

서두가 과도했다. 부패한 권력자들이 갇힌 구치소 책임자 걱정은 주제 넘는 것이니 이쯤에서 접어두고 본론으로 가자.

죄수가 감옥 안 사람들을 좌우하는 왕이 된다?

제목부터가 '더 프리즌(THE PRISON·감옥)'인 영화가 최근 개봉했다. <화려한 휴가> 등 몇몇 영화의 각본을 썼던 나현 감독이 연출했고, <상의원> 이후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난 한석규가 주연을 맡았다.

개봉한 지 3주쯤 흘렀으니 간단하게 줄거리를 쓴다 해도 스포일러라 욕을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하기야, <프리즌>의 스토리는 간명하고 단순해서 길게 적을 것도 없다. 이런 것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기소와 재판의 과정을 거쳐 감옥으로 온 익호(한석규 분). 대중을 휘어잡는 절대 권위를 가진 그는 '감옥 안'의 왕으로 군림한다. '감옥 밖'의 권력자가 부럽지 않다. 익호가 장악한 세상(감옥) 속으로 들어온 전직 형사 유건(김래원 분)은 힘없는 자에겐 팔열지옥 같은 감옥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결국 익호의 눈에 든 유건은 놀랍고도 비도덕적인 상황에 스스로 몸을 던지게 되는데….

 감옥 안이건 감옥 밖이건 '온전한 세계'란 없다. <프리즌>의 한 장면.

감옥 안이건 감옥 밖이건 '온전한 세계'란 없다. <프리즌>의 한 장면. ⓒ ㈜큐로홀딩스


철학자 미셀 푸코(Michel Foucault)에 의하면 감옥은 "학교와 병원, 군대와 지독히도 닮은 곳"이다. 이는 나열된 공간들 모두가 자의가 아닌 타율, 합리가 아닌 명령과 복종의 체제로 굴러간다는 측면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들 조직을 운용하는 상부구조가 있음을 말한 것일 터.

그런데, <프리즌>은 푸코의 논제를 우회적으로 반박한다. 익호는 타율과 복종으로 유지되는 감옥 안의 갇힌 죄수임에도 동일한 입장에 처한 다른 죄수를 자의로 좌지우지하는 '감옥 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런 설정이 허무맹랑한 것인지,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는 논외로 하자. <프리즌>은 상상력에 바탕한 영화이지 논문이 아니니까.

흥미로운 초반 20분, 그러나 그 이후는

어쨌건 영화의 도입부 20분 정도는 흥미진진하다. 생략할 것은 생략하고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한석규와 김래원을 포함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흥미롭게 화면 속에 펼쳐놓는다. 감옥 안팎을 오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엔 긴장감과 스릴이 묻어 있어 후반부 결말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딱 그 20분에서 그치고 만다. 이후 나머지 상영시간은 지지부진에 동어반복을 거듭한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별다른 충격을 주지 못하는 비슷비슷한 에피소드가 자꾸만 등장한다. 지겹다는 이야기다. 선과 악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없었던 두 주인공 익호와 유건의 매력적인 캐릭터는 선·악 한 방향으로만 일방주행으로 달려간다. 유치하다는 이야기다.

 <프리즌>은 초반 20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힘든 영화다.

<프리즌>은 초반 20분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매력을 느끼기 힘든 영화다. ⓒ ㈜큐로홀딩스


누적관객 300만 명에 가까워진 <프리즌>. 별다른 경쟁상대가 없기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관객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 영화가 그만한 관심과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단 하나, 재론의 여지를 주지 않는 한석규의 연기력을 제외하고는.

김래원은 <프리즌>에서 이런 대사를 내뱉는다.

"감옥 안이나 밖이나 사람 사는 곳인데 뭐가 크게 다르겠어." 

맞는 이야기다. 허나, 이 말은 너무 낡은 레토릭이라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감옥 안'과 마찬가지로 '감옥 밖'도 온전한 세상이 아니라는 건 똑똑한 중학생 정도면 다 아는 사실이기에.

프리즌 한석규 미셀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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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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