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 많은 뽀글머리 다방 레지'는 그간 한국 대중 영화나 드라마가 자의든 타의든 관성적으로(다소 게으르게) 재생산한 이미지다. 배우 임화영이 연기한 '덕포흥업 경리과 사원' 오광숙 캐릭터도 이 '다방 레지'의 고정관념을 어느 정도 답습하는 측면이 있다. 뽀글머리에 다정다감하고 애교 많은 말투를 가진 오광숙이라는 캐릭터는 "한눈에 봐도 예쁘장하고 섹시해 보이는 다방 레지 출신"이라는 홈페이지 소개란을 통해 보다 정형화된다.

하지만 김과장(남궁민)을 "꽈장님"이라고 살갑게 부르는 오광숙은 단순히 그 전형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싸가지' 없는 사람을 만나면 한껏 올렸던 목소리 톤을 사정없이 싸늘하게 내려 깐다. 커피를 배달하는 광숙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배달도 해주고" 같은 말을 하는 고만근(정석용)을 두고 광숙은 "손님도 얼굴 '윤곽'이 참 '미남형'"이라는 대답으로 멋지게 응수할 줄도 안다. 그런 의외성이 고스란히 '꽝숙이'라는 인물의 매력이 된다.

오광숙 아닌, 임화영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오광숙' 역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화영이 10일 오후,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 곽우신


오광숙 아닌, 임화영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오광숙' 역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화영이 10일 오후,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커피 드실래요?" KBS <김과장> 속에서 '오광숙'으로 분한 배우 임하영이 10일 오후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커피믹스를 들고 밝은 표정으로 웃어보이고 있다. ⓒ 곽우신


캐릭터에 감칠맛 나는 디테일을 부여하는 건 결국 배우의 몫이다. 임화영은 기존에 맡은 캐릭터를 벗어 던지고 완벽히 '꽝숙이'로 분한다. 하지만 정작 그는 이런 평가에 손사래를 친다. "꽝숙이는 현장에 있는 배우들과 감독님이 함께 만들었다"는 것. 다만 오광숙을 어떻게 연기했냐는 질문에 "메이크업이나 옷을 입으면 연기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나도 모르게 '광숙이스럽게' 행동하고 있더라"라며 웃는다. 지난 10일 KBS <김과장>을 마친 배우 임화영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내 안에 '꽝숙이' 있다

오광숙 아닌, 임화영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오광숙' 역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화영이 10일 오후,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머리·얼굴·옷'을 입으면 그냥 슥 내게로 '꽝숙이'가 온다." ⓒ 곽우신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부산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랑스러운 꽝숙이는 '반전미' 있는 캐릭터다. 갑자기 종이 박스를 부수거나 큰소리를 치며 욕을 하기도 한다. 배우 임화영은 능청스럽게 "다들 누구나 자기 안에 다른 모습이 있지 않나"라고 말하며 '꽝숙이'가 된다.

 KBS <김과장> 속 '덕포흥업 경리과 사원' 오광숙(꽝숙이)은 배우 임화영이 연기했다.

배우 임화영은 KBS <김과장> 속 '덕포흥업 경리과 사원' 오광숙(꽝숙이)을 연기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끌어냈다. ⓒ KBS

"('꽝숙이'의 말투로) 왜냐하면 우리 '꽈장님'이잖아요? 나의 의인이고 내 영원한 꽈장님인데! '꽝숙이'는 의리녀거든요. 어떻게 보면 확 정말…. 다른 사람들이 꽈장님에 대한 욕을 할 때마다 속에서 뭐가 훅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감독님도 '야 광숙이 여기서 좀 변해야하지 않겠어?' 이렇게 말씀하시고 '여기서 한 번 꼴까요?'라고 답하고." (웃음)

임화영은 '꽝숙이' 역할을 준비하면 할수록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자기를 도와준 의인인 '꽈장님'한테 한 마디 내뱉는 것도 그냥 내뱉는 게 아니더라"라고 한다.

"정말 '사람 냄새' 나는 친구다! 되게 포근하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 챙기는 그런 친구고. 제가 이 친구를 옆에서 봤을 때 되게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이 있구나 싶었다. 정말 매력적인 친구였다.

물론 처음에는 좀 과한 게 아닐까 싶었다. (웃음) 하지만 감독님께서 확신을 주셨다. '좋아, 광숙이스러워 믿고 가!' 해서 그렇게 믿고 갔다."

"공연에 대한 꿈은 늘 품고 있다"

오광숙 아닌, 임화영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오광숙' 역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화영이 10일 오후,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임화영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온 '무대' 출신 배우이다. <오월엔 결혼할꺼야> <광해, 왕이 된 남자> 등 대학로 무대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의 친언니 임강희는 <프라이드> 등으로 이미 대학로에서 입지를 쌓은 배우이다. ⓒ 곽우신


임화영은 몇 년 전 한 결혼정보회사 광고모델로 대중들에게 얼굴을 널리 알렸지만 그보다 더 이전부터 연극 무대에 섰던 배우다. 어린 시절 우연히 연극에 매력을 느끼면서 연기자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단다. "'어디서 뭐 하고 있었냐'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티가 안 났을 뿐 나는 늘 열심히 걷고 있었다"고 임화영은 망설임 없이 이야기한다.

공연과 방송의 각기 다른 특성 때문에 처음 방송에 출연했을 때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무대는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표현을 했다면 화면은 다르더라. 막 화면 속에 '이런 식으로' (얼굴 근육을 극도로 사용한 표정을 짓는다) 보이는 거다.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처음 TV에 나왔을 때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거울 보고 연습도 해보고 직접 찍어보기도 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막힘 없이 '수다'를 떨던 임화영은 "이 일이 너무 좋고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는 말을 하면서 목소리를 약간 떨었다. 그 목소리에서 절실함을 읽었다.

"누구나 힘들 때가 있는데 지금은 연기라는 걸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마 혼자 했으면 힘들었을 것이다. 친구들이랑 '열개 중에 하나는 되겠지'라고 말하면서 털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같이 이겨내고 있다. 옆에 있는 사람들의 힘이 내 원동력인 것 같다. 아마 다른 직업을 생각하는 일은 '1도' 없을 거다!"

우리는 당분간 배우 임화영을 TV가 아닌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다. KBS <김과장> 이전에 찍어둔 영화 두 편이 차례로 개봉한다. 영화 <어느날>에 이어 <석조저택 살인사건>까지 그는 본인의 말처럼 열심히 걸어왔고 그 흔적이 비로소 세간의 눈에 들기 시작했다.

오광숙 아닌, 임화영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오광숙' 역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화영이 10일 오후,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 곽우신


오광숙 아닌, 임화영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김과장>에서 '오광숙' 역으로 발랄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임화영이 10일 오후, 오마이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그녀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풍부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공연하고 싶습니다. 제가 (공연과 영상을) 넘나들 수 있는 내공이 아직 쌓이지 않았지만 선배님들처럼 조금 더 내공이 쌓이면 언젠가는." ⓒ 곽우신



임화영 꽝숙이 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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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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