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한장면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한장면ⓒ (주)퍼스트런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거야."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한 이 말은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가 키우는 개나 고양이들은 '애완용'이기에 앞서 주체적인 생명이고, 이미 인간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한 친구이자 가족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단지 너무 귀여워서, 혹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게 안일한 생각인 건 그래서다. '필요'에 의해 동물을 키우는 태도는 언젠가 그 아이가 더 이상 귀엽지 않거나 돌볼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 자신이 거둬들인 반려동물을 버리는 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인간은 인간이 길들인 동물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법이다.

영화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버려지는 반려동물의 실태를 날카롭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방송국 PD로 일하는 카나미(고바야시 사토미 분)가 반려견 '나츠'를 병으로 떠나보낸 뒤 유기 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마주하는 현실들이 영화의 큰 줄기다. 그는 유기견 보호센터를 찾아가 입양을 기다리는 동물들을 카메라에 담고, 유기 동물들을 구해내 보호하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한장면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한장면ⓒ (주)퍼스트런


"주인이 없는 개는 살아있을 수 없어요. 그게 일본 사회의 룰이죠." 극 중 동물 애호단체 '치바왕'의 부대표 요시다의 말이다. 수없이 생겨나는 유기동물을 감당하다 못해 한때 매년 120만 마리까지 안락사 시켰다는 실상은 카나미의 눈 앞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이전까지 외면해 왔던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개들의 모습을 마주하는 장면은 스크린 밖 관객에게도 아릿하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처럼 철창에 갇힌 채 입양과 안락사 사이에서 유예기간을 갖는 동물들의 애처로운 눈빛에는 가슴이 미어진다.

영화가 다루는 유기동물들의 실상은 익히 알려진 것 이상으로 폭넓다. 특히 '부모잃은 개고양이 구조대' 대표 나카타니 부부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원전 인근 마을을 찾는 에피소드는 인상적이다. 지진 3일 후 모두가 떠난 후쿠시마 원전 20km 권역까지 들어가 버려진 동물들을 구조하는 장면 장면들은 큰 울림을 준다. 목줄이 묶인 채 굶어 죽어가는 개에게 물과 먹이를 주고, 하수도 틈에 머리가 낀 채 옴짝달싹 못하는 개를 구해내는 이들의 모습은 영웅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게 나카타니 부부는 고작 차 한 대로 돌아다니며 1400여 마리에 달하는 개와 고양이를 구조한다. "주민들이 피난 가면서 동물을 버리고 간 건 방사능 때문이 아니"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일 거라 생각해 두고 떠난 것"이란 이들의 말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일본 특유의 국민성으로도 비친다.

다른 한편에서 돈벌이의 수단으로 개를 '사육'하는 이른바 '개 공장'의 실상 또한 충격적이다. 수컷 개를 그 새끼와 교배시키고 둘 사이에서 나온 암컷 새끼와 또다시 교배시키는 식의 행각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근친 교배로 태어난 개들이 많은 경우 선천적인 시·청각 장애를 동반하고, 이 개들이 유기동물로 전락하는 사실은 동물을 '상품'으로 대하는 사육자들의 인식을 그대로 대변한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한장면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의 한장면ⓒ (주)퍼스트런


'치바왕'과 '부모잃은 개고양이'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반려동물 애호인들의 온정은 영화 속 한줄기 빛이 되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누군가는 안락사 위기에 처한 유기견을 제 집에서 보호하며 신중히 입양을 주선하고, 다른 누군가는 아예 보호소를 만들어 수십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돌본다. "버려지는 동물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 유기견과 유기묘들의 중성화 수술을 담당하는 수의사도 있다. 영화는 이들을 통해 길들인 것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되새기고, 전면에 나서 책임을 수행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속 이들의 열정은 아마 다음 한 마디 대사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보호할 곳이 없다고 보호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보호하고 나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긴다."

덧붙이는 글 2017.04.06 개봉 / 러닝타임 107분 / 야마다 아카네 감독 /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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