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미국 의회도서관 공식 블로그에 공개된 내부 사진. 도서 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 다양한 자료들도 기록물로 지정·보관한다.

미국 의회도서관 공식 블로그에 공개된 내부 사진. 도서 뿐만 아니라 음악 관련 다양한 자료들도 기록물로 지정·보관한다. ⓒ 미국의회도서관


미국 의회도서관(The Library of Congress)은 매년 역사적 의의를 지닌 녹음물에 대해서 "국가적 녹음 기록물"(National Recording Registry)로 선정,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올해는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Over The Rainbow'를 비롯해서 이글즈, 토킹 헤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의 명반·명곡들을 선정했다. 심지어 메이저리그 박찬호-류현진 경기 중계로 국내에서도 친숙한 LA다저스의 원로 캐스터 빈 스컬리 옹의 1957년 경기 중계 녹음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뜬금없이 이 소식을 먼저 언급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과연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전통 및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기념하고 있을까?

'케이팝이다' 뭐다해서 시장의 규모는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성장한 게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이다. 하지만 그때그때 인기에만 도취할 뿐, 다양하게 배출되는 노래 및 음반에 대한 기록 정리 및 아카이브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희박한 실정이다.

가수, 음반 등에 대한 제대로 된 DB는 사실상 부재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 사이트는 실시간 순위 등을 경쟁적으로 운영하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들 웹사이트를 이용하면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다.
가수를 검색하면 분명히 이 사람(그룹)이 발표한 각종 음반 또는 노래가 빼곡히 쌓여 보이기 마련인데 정작 이 가수의 인기 순위 관련 기록은 어딜 가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가수 A를 검색하면 그냥 노래, 음반 목록만 노출되는 게 전부다. 기껏해야 뮤직비디오, 기타 사진 정보 노출 등이 추가되는 사항일 뿐이다.

반면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 같은 미국/영국 최고 인기 순위 사이트만 해도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영국 오피셜 차트(http://www.officialcharts.com/)에서 검색해본 인기가수 비욘세 관련 정보화면. 그간 UK 인기 순위 각종 기록 등이 곡 발표순으로 노출되고 있다.

영국 오피셜 차트(http://www.officialcharts.com/)에서 검색해본 인기가수 비욘세 관련 정보화면. 그간 UK 인기 순위 각종 기록 등이 곡 발표순으로 노출되고 있다. ⓒ UK Official Charts


윗 화면은 톱스타 비욘세의 이름으로 검색해본 영국의 오피셜 차트 제공 정보 내용이다. 그동안 비욘세가 발표한 싱글, 음반에 대한 각종 기록(주간 최고 순위, 순위에 머문 기간) 등을 시대순으로 제공하는 건 기본이고 이 밖에 그녀의 노래는 총 5차례 1위, 18차례 10위, 34차례 40위 이내 진입했다는 다양한 기록들도 별도의 표를 통해 노출하고 있다.

빌보드의 경우, 약간의 기술상 버그가 있긴 하나 이와 유사한 형태로 해당 가수의 각종 음반·노래에 대한 기록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보를 기록하는 위키피디아만 해도 특정 가수 및 노래 등으로 검색하면 미국, 영국 등 전 세계 각국 주요 음악 순위에서 거둔 기록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올뮤직가이드(allmusic.com), 디스코그스(discogs.com) 같은 음반 정보 및 리뷰 관련 DB 사이트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우리는 과연 어떤가?

매니아DB(maniadb.com) 같은 곳에서 음반 표지 및 수록곡 정보 등을 제공하지만, 해외에 비하면 부족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게다가 무료 봉사에 가까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어려움 속에 운영하다 보니 최근 디도스 공격 등으로 인해 데이터 유실 등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네이버가 한국 대중음악 명반들에 대한 리뷰 및 각종 정보를 <한국대중가요 앨범 6000> 시리즈의 일환으로  DB화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하고 있다.

명예의 전당... 과거가 없으면 현재도 없다

 미국 대중음악계의 역사를 담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 전경.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미국 대중음악계의 역사를 담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 전경.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이다. ⓒ Rock and Roll Hall of Fame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은 각종 예술 및 스포츠 분야에서 친숙한 이름 중 하나이다. 해당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기록)을 거둔 운동선수나 인물에 대해 심사를 거쳐 헌액, 그의 공헌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이러한 제도 및 공간을 운영하는 건 해외에선 흔한 일이다.

미국 팝 음악계만 보더라도 로큰롤 명예의 전당을 비롯한 장르별, 지역 음악계 단위 명예의 전당이 활성화되어 운영되고 있다. 헌액자 선정에는 기본적으로 해당 음악인이 남긴 다양한 업적 및 각종 인기 순위 기록들을 기반에 둔 회원들의 투표가 크게 좌우하고 있다.

매년 시행되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식의 경우, 헌액 대상인 원로 가수뿐만 아니라 업계를 대표하는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해 축하 공연을 펼치는 등 음악계의 축제로 이끌어 가고 있다.

그리고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기념관에선 다양한 역사적 기록물을 전시하고 방문객을 유치하고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수익사업도 펼치고 있다.

국내에도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이 건립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 기대만큼 활성화되진 않고 있다. 또한 몇몇 시상식에서 원로 음악인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공로상 등을 시상하긴 하지만 이를 기억해주는 대중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파편화된 요식행위에 가까운 공로패 수여 정도로 가볍게 치러지는 건 그분들에 대한 제대로 된 예우도 아니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도 없는 건 당연지사다. 이제라도 제대로 된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역사 기록 및 기념사업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 부분에 대해선 비용의 문제가 크기 때문에 민간의 노력 외에 국가 차원의 지원도 절실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의회도서관이 역사적 녹음물을 지정하고 기념하는 것도 그만큼 대중음악 기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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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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