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성식


LDP무용단(Laboratory Dance Project)이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7번째 정기공연을 열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으로 구성된 LDP무용단의 이번 공연은 DV8 피지컬 씨어터 댄서 출신의 프랑스 안무가 에릭 롱게의 <I was admiring her through a series of precision cut mirrors>와, LDP무용단을 김동규 대표의 <Look Look>으로, 일상을 '본다'는 것에서 출발해 다르게 풀어낸 두 작품이었다.

전반부 선보인 에릭 롱게의 작품은 프랑스다운 자유분방함 속에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서로가 들여다보길 희망하고 있었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방들, 방마다 각자의 모습들로 TV를 보고 옷을 입는 남녀, 엘리베이터 속 남녀 각각의 바쁜 일상, 고요하게 책 읽는 여자, 활기차게 수다 떨며 즐거운 두 여자의 모습이 보인다.

모여 있을 땐 각자의 모습과는 다른 활기참이 있다. 음악이 바뀌며 창 안의 여자 둘이 스트립쇼를 펼치고, 밖에 모인 남녀들은 TV 보듯 스트립쇼를 응원하며 난리가 났다. 노래방에서 여자가 노래 부를 때 여자 주위로 둥그렇게 모여 일동은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무척 신이 났다.

ⓒ 문성식


하지만 밤이 되고, 다시 제자리의 사람들, 조용한 음악에 두 남녀가 서로 운동화 끈과 옷을 오브제로 춤을 춘다. 남자가 혼자 노래를 부르지만 듣는 이는 없다. 조용한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창 안은 각자의 모습들이 다시 표현된다. 에릭 롱게는 다양한 일상 속 고독을 짜인 춤이라기보다 일상적인 몸짓으로 펼쳤다. 기존의 춤 다운 안무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어려웠겠지만, 제목대로 저마다의 일상을 정확한 간격의 창을 통해 각각이 모두 소중함을 드러내기에 간결하고도 좋은 방법이었다.

두 번째 김동규의 <Look Look>은 다분히 춤답게 신나면서도 또한 상징적인 장치들을 통해 인간군상 속보기의 미학을 풀어냈다. 무대 가득 널브러진 각종 색의 옷들과 천장으로부터 동아줄처럼 늘어뜨린 옷들은 풀어헤쳐 지고 얽혀 매진 우리의 관계들을 말한다. 울부짖는 소리, 허허허 웃음소리가 들리고, 조용하고 몽환적인 음악 속에 빨간 의상의 남자가 회색 옷의 여자를 이리저리 마네킹처럼 끌고 다닌다.

ⓒ 문성식


머리 전체를 덮은 마스크로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의도적으로 보기를 포기했거나 혹은 타의에 의해 가려진 시선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가려졌기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기도 하고, 안 보이기에 불안해하고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안 보고 싶기에 안하무인일 수도 있다. 똑같이 얼굴과 눈이 가려졌지만, 자세히 보면 분홍 빨강 계열과 회색, 녹색의 계층의 층위와 역할이 다르다.

중저음의 현악기와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분홍이나 흰색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독무를 하는 등 15분가량 후반부 군무가 근 한참 계속된다. 음악이 점점 중간 음역 높아지더니 공진음이다. 각자 상의를 벗고, 한 무용수가 그것을 주우러 돌아다닌다. 하지만 여전히 모두 머리는 가려진 채로다.

보여주기와 보기. 롱게의 작품은 창을 통해, 김동규의 작품은 머리 마스크를 통해 보여짐의 서로 다른 측면을 표현했다. 한쪽은 다분히 일상적이라서, 한쪽은 다분히 추상적이라서 어려웠다. 하지만 '보기와 보여지기' 라는 한 주제에 대해 서로 대조되는 표현을 의도했기에 한편의 신선함이 있었으며 두 작품 모두 일반적인 스타일의 무용공연이 아닌 독창성이 있었기에 계속 생각의 여지를 주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플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LDP무용단 김동규 에릭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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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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