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국민의원'편 예고편. 총 5명의 국회의원이 함께했다.

MBC <무한도전> '국민의원'편 예고편. 총 5명의 국회의원이 함께했다. ⓒ MBC


결국 자유한국당이 MBC <무한도전>에 '조치'를 취했다.

30일 자유한국당이 MBC <무한도전>을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 편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28일 서울남부지법에 냈다"라며 "오늘이나 내일 중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말미 '국민의원' 특집과 관련한 예고편을 내보낸 바 있다. 오는 4월 1일 방송을 앞둔 '국민의원' 특집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무한도전>이 내놓은 기획이다. 지난 2014년 '선택 2014' 특집을 통해 시청률과 공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무한도전>은 지난 연말부터 시청자들의 의견을 모집하며 이번 특집을 준비해 왔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은 것은 자당 김현아 의원의 출연이다. 앞선 28일 정 대변인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제작진의 편파적인 국회의원 섭외, 즉시 시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해당 프로그램은 '국민의원' 특집을 기획하면서 입법에 도움을 줄 5개 당을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을 출연시키는데, 놀랍게도 자유한국당 대표로 김현아 의원을 선정하였다"며 방송 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른정당에서 활동하면서 자유한국당에서 중징계를 받은 김 의원의 출연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17번으로 당선됐으나, 바른정당 창당 행사에 참석하고 공식 행사에 사회를 보는 등 해당행위를 일삼아 왔다. 자유한국당은 자진 탈당을 요구했으나, 김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빼앗길까봐 탈당하지 않고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해당행위자 김 의원을 자유한국당의 대표 선수로 초대한 것은 아무리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형식상 형평성을 맞춘 것 같으나,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고 자유한국당 의원은 출연하지 않는 것이므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이런 황당한 섭외는 MBC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 제작담당자의 불순한 의도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무한도전> 제작 담당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에게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방송 전에 상식적이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무한도전> '국민의원' 특집은 진짜 '정치적'일까

 오는 4월 1일 방송을 앞둔 MBC <무한도전> '국민의원'편의 한 장면. 무사히 전파를 탈 수 있을까.

오는 4월 1일 방송을 앞둔 MBC <무한도전> '국민의원'편의 한 장면. 무사히 전파를 탈 수 있을까. ⓒ MBC


이와 관련 <무한도전> 제작진은 30일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로 "<무한도전>-국민의원' 편을 보면 지금의 걱정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생각이 들 것"이라며 "(이번 편은) 국민들이 어떤 말씀을 하시는지 직접 듣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김현아 의원 등 각 정당 의원들의 출연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무한도전> '국민의원'은 1만 건의 국민 의견 중, 가장 많은 공감대를 얻은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등을 선정, 국민대표인 200명의 국민의원들과 국회의원 5인과 함께 새로운 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법을 도와줄 국회의원으로는 국토교통, 환경노동, 여성가족, 법제사법 상임위 소속인 박주민, 김현아, 이용주, 오신환, 이정미 의원이 함께했다. 이 국회의원들은 가장 많은 의견이 수집된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관련 전문가로 평소 위 관련 법안에 대한 관심이 높고 연구가 많았던 국회의원들이다."

실제로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인 김현아 의원은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민생경제 특별위원회) 소속이다. 과거 오랜 기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고,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과 서울특별시 주거환경개선 정책자문위원을 거쳤다. <무한도전> 제작진의 설명대로라면, 김 의원은 주거 관련 전문가로 섭외된 것으로 보인다.

<무한도전> 측은 이 밖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을 섭외했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이용주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지방재정·분권 특별위원회, 오신환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이정미 의원은 환경노동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자유한국당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MBC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 선봉에 

 오는 1일 방송 예정인 MBC <무한도전> '국민의원' 편의 한 장면. <무한도전> 제작진이 정치적이었던 걸까. 이 특집을 정치적으로 몰고 가려는 이들이 정치적인 걸까.

오는 1일 방송 예정인 MBC <무한도전> '국민의원' 편의 한 장면. <무한도전> 제작진이 정치적이었던 걸까. 이 특집을 정치적으로 몰고 가려는 이들이 정치적인 걸까. ⓒ MBC


<무한도전>은 "1만 건의 의견 중"에서 "주변 이웃이나 사회적 약자에 관한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그 중 주시청층이자 서민들이 관심을 갖는 '일자리, 주거, 청년, 육아' 문제에 집중했고, 그와 관련해서 입법을 도와줄 전문가들을 섭외했다는 설명인 셈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김현아 의원의 섭외를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이런 정치적인 해석은 'MBC 노동조합'(제3노조)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의 기자가 먼저 개진했다. 김 기자는 앞선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무한도전>을 비판했다. 그는 "다음 주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아래와 같이 적었다.

"얼핏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으니 형평성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현아 의원은 몸만 자유한국당에 있을 뿐 마음은 바른정당에 있는 사람이다. 비례대표라서 의원직을 뺏길까봐 자유한국당에 있는 것이다. 유승민계 의원으로 분류되며 바른정당 공식행사에서 사회를 맡는 황당한 일도 저질렀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 당원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이 부분은 방송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다음 주 토요일 방송 전에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김 기자가 말한 그 "조치"가 실제로 이뤄진 셈이 됐다. 결국 MBC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 자사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금지 가처분 청에 앞장 선 꼴과 다를 바 없게 됐다.

또 김세의 기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무한도전> '국민의원' 편은 각 당 국회의원들이 출연, 예능의 시각에서 서민 정책을 시청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나 '선택 2014'편이 큰 반향을 일으켰기에 더더욱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두고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그러한 기대에 기인한다.

하지만, 김 기자의 문제 제기 이후 자유한국당의 논평, 그리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지면서 <무한도전>은 졸지에 자유한국당 내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비치게 됐다. '국민의원' 특집은 방송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무한도전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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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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