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손흥민이 슛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지난 28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7차전 시리아와의 홈경기에서 손흥민이 슛 기회를 놓치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지켜보면 '정치인'이 떠오른다. 그는 K리그 클래식뿐 아니라 챌린지도 챙겨보고, 내셔널리그와 대학리그까지 지켜봤다. 우리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유소년 축구에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단, 조건이 있었다. 기자들이 많고, 사진이 찍힐 수 있는 상황이어야 했다. '자신은 열정이 넘친다'는 것을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했다.

물론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정말 열정이 넘쳤을 수도 있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바쁘게 뛰어다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그는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열정과 함께 누빈 시간, 그래서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K리그 현장을 누비며, 어떤 선수를 발굴했나.

K리그 클래식에서 30경기 출전, 4골을 기록한 스트라이커를 선발로 내세우는 것이 국가대표팀 감독의 안목인가. K리그에서 189일째 무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챌린지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하는 스트라이커를 '히든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능력인가. 내셔널리그와 대학리그 현장을 찾았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유소년 리그의 발전을 원한다면서 그가 내놓은 의견은 무엇이었고, 한 일은 뭔가.

정녕 사진 한 번 찍히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낙하산 넘치는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은 충분히 증명됐다. 대표팀에 원칙이 사라졌고, 능력이 부족한 선수를 선발하면서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에 패했고, 원정에서는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으며, 시리아를 제외한 모든 팀에게 실점을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월드컵 본선 16강 이상을 목표로 한다기에 너무나도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런데 대표팀의 문제가 모두 슈틸리케 감독의 잘못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대표팀에서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의 자세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제대로 된 지도자 경력을 찾아볼 수 없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구성도 정상이 아니다. 이렇듯 슈틸리케 감독 뒤에 숨겨진 진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없다.

우리나라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까지 총 3명의 감독과 함께했다.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포어 리베로'와 '만화 축구'를 시도한 조광래 감독,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만 대표팀을 지휘했던 최강희 감독,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이었던 홍명보 감독까지 한국 축구는 어수선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다. 큰 성공을 거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우리나라는 움베르투 코엘류, 조 본프레레,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거쳤기 때문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면서도 핌 베어벡 감독이 물러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렇듯 새로운 감독이 오고 가기를 반복하는 모습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우리나라는 반복된 실패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고,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신임을 보내고 있다. 이는 나쁘지 않은 모습이다. 대표팀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우왕좌왕하는 축구계 모습보다는 차라리 이것이 낫다. 다만,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한 이들의 안목이 아쉬울 뿐이다.

"왜 대표팀 성적에 대한 책임은 모두 감독이 져야 하는가?"

대표팀 주장 기성용의 묵직한 외침이었다. 선수들부터 반성하고, 대표팀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대표팀 자질이 의심되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표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선수들의 자세도 문제이기에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월드컵이 우스운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는 팬들을 위한 행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대한축구협회는 팬들을 위한 행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 이근승


매번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 능력이다. 능력이 부족한 선수를 대표팀에 선발하는 것이 감독의 문제라면, 그 감독에게 막대한 권한을 안겨준 자들도 문제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쉬운 성적과 함께 떠나는 감독들에게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수 있는 특권, 언제든 자를 수 있는 자들이 그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슈틸리케 감독에게 떠넘기고, 1년이 조금 넘게 남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책임은 신임 감독에게 안겨주는 모습을 보고 싶지가 않다.

지난 2007년 여름, K리그 부산 아이파크는 박성화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런데 그는 17일 만에 팀을 떠나야 했다. 베어벡 감독의 사퇴로 올림픽 대표팀을 지휘할 사람이 없어지면서, 대한축구협회가 박성화 감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K리그를 무시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은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후에도 그런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떠올려보자. 레바논과 일본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조광래 감독이 물러났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공석이 됐고, 대한축구협회는 바빠졌다. 그리고 전북 현대를 이끌던 최강희 감독을 선택했다. 하지만 소속팀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그는 대표팀 감독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는 최강희 감독을 고집했다. 그래서 나온 안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까지만 대표팀을 지휘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시한부 감독의 첫 탄생이었다. 월드컵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면, K리그를 우습게보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들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슈틸리케 감독에 책임을 묻기 전에 축구판에 원칙이란 것이 존재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거의 실패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 슈틸리케 감독,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과거에는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훌륭한 선수였지만, 지도자의 자격이 없고, 경험도 없는 차두리를 코치로 불러들였다. 그것도 전력분석관이란 이름으로 '꼼수'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설기현 코치가 대표팀 공격 전술을 만든다고 밝혔다. 지도자 경험이라곤 대학 무대뿐이고, 프로는 경험하지 못한 코치가 대표팀에 합류해 공격 전술을 담당하는 것이 정상적인지 궁금하다. 이런 구성으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하며, 16강 이상의 성적을 바라는지 묻고 싶다.

진심으로 한국 축구가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감독만 물러나서는 안 된다. 감독 뒤에 숨어있는 진짜 문제들을 끄집어내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기본을 지키지 않고, 원칙을 무시하는, '낙하산' 인사가 넘치는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를 지켜보면서 확실해졌다. K리그가 우습고, 월드컵이 만만한 자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똑같은 문제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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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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