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의 스케치북>(아래 <유스케>)을 설명해 줄 최적의 단어. 그런 단어를 찾는다면 아마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가수들은 <유스케>만을 위해 특별무대를 준비하고, 시청자는 다른 데선 볼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를 볼 수 있단 확신으로 토요일 밤을 기다린다. <유스케>의 특별함을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에서 나눈 박덕선-최승희 PD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스케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유스케>의 정체성? 답은 'Only 유스케'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의 스케치북>

'월간 유스케' 3월호는 '더 피아노(The PIANO)' 특집으로 꾸려졌다. 뮤즈로서 노래한 주현미(위쪽)는 <유스케> 출연이 처음이다.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인터뷰는 수요일이었다. 매주 화요일이 <유스케> 녹화날이니 바로 전날 녹화가 있었다. 박덕선 PD는 작년 10월부터 매달 선보이고 있는 '월간 유스케' 특집 방송을 어제 찍었다고 했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서일까? 그의 얼굴엔 녹화의 여운, 기분 좋은 피로감 등이 남아있는 듯했다. 전날 촬영한 월간 유스케 3월호는 피아니스트 특집이었다. 정재형-김광민-조윤성 세 명의 피아니스트가 출연해 그들의 뮤즈 주현미-정승환-자이언티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매달 새로운 특집을 기획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질문에 최승희 PD는 "한 달 내내 특집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이 분명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돌아오는 이 '도전'을 웃으면서 맞이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최PD는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새롭게 계속 만들어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별한 무대'를 만들겠단 목표로 뭉친 두 PD에게 질문 하나를 던졌다. <유스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최PD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정체성이요."

"스케치북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것을 들려드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부연했다. 매번 고민하는 지점 역시 '<유스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무엇일까'에 관한 것이다. 방송국마다 새로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선보이지만 "스케치북 무대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마디로 'Only 유스케'다.

박덕선 PD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박덕선 PD.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박덕선 PD가 녹화에 임하고 있다. ⓒ 박덕선


<유스케>의 정체성에 관해 말하며 박PD는 최근 출연한 그룹 여자친구를 예로 들었다. "컴백주간이라 정신없는 중에도 <유스케>만을 위해 '롤모델 가수 메들리'를 안무까지 준비해주었다"며 고마워했다. 최PD도 최근 출연자인 정준일을 언급했다. "피아노 치면서 노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엔 못한다고 저어했지만 결국 해주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고, 태연도 CD온리 곡인 '기억을 걷는 시간'을 <유스케>만을 위해 선보인 사실을 언급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유스케>의 특별함, 다시 말해 '정체성'을 만드는 요소다. 새로운 걸 보여주고자 하는 가수들의 노력 말이다.

최승희PD <유희열의 스케치북> 최승희PD.

<유희열의 스케치북> 최승희PD가 리허설 현장을 감독하고 있다. ⓒ 박덕선


'<유스케>에 나가서 내 신곡만 부르고 올 순 없다.' 가수들에겐 이제 이런 인식이 자리 잡은 듯하다. 신곡 이외의 새로운 무대, 나의 노래가 아닌 색다른 무대를 보여주고자 하는 자발적 욕심은 이제 자연스러워 보인다. 가수들의 이런 열정은 두 PD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때가 많다. 박PD는 이번 피아니스트 특집을 준비하는 과정을 들려줬다.

"처음 정재형씨에게 섭외를 드렸을 때 예능 출연하는 것도 있고 해서 망설였어요. 그런데 출연을 결정하고 나자 무섭도록 의욕을 불태우셨죠. 새벽 1시까지 연습하고, 노래를 불러주신 주현미 선생님과도 4번인가 만나서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가수분들이 <유스케>를 특별한 무대라고 생각해주시고 '누가 <유스케>에 나간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서로서로 응원해줘요. 전인권 선생님이 출연하셨을 땐 녹화장에 양희은 선생님이 찾아오셔서 무대를 지켜보며 응원하셨어요. 그런 모습이 참 멋있더라고요." (박덕선 PD)

아이유-혁오-볼빨간사춘기, '유스케 안목' 이 정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지난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신인 볼빨간사춘기는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출연한 신인 볼빨간사춘기는 큰 주목을 받았고, 음원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최PD는 기존 가수들의 새로운 무대뿐 아니라, '새로운 가수'를 소개해주는 것 역시 <유스케>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것 또한 <유스케>의 정체성이다. 한 달 전쯤 밴드 잔나비가 출연한 사례를 언급하며 "전부터 이 팀을 저희 무대에 꼭 세우고 싶었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웠다"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유명 가수' 반열에 오른 혁오와 볼빨간사춘기도 <유스케>가 빛을 비춘 사례다. 뛰어난 음악성으로 '아는 사람은 아는' 혁오밴드를 <유스케>가 초대해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이들의 음악을 들려줬다. 출연 이후 혁오밴드는 MBC <무한도전> 가요제를 비롯, 다양한 방송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얻었다. 볼빨간사춘기도 <유스케> 출연으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방송 이후 음원차트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이들의 노래 '우주를 줄게', '좋다고 말해', '나만 안 되는 연애' 등은 지금도 차트 상위권에 머물며 롱런 중이다.  

 2011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아이유와 그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MC 유희열.

지난 2009년 <유스케>에 출연한 아이유와 그를 '매의 눈'으로 바라보는 MC 유희열.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이유도 <유스케>의 탁월한 안목이 조명한 원석이다. 유희열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매의 눈' 별명도 아이유와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기타치며 노래하는 아이유를 아무 말 없이 홀린 듯 바라보던 유희열의 소름 돋는(!) 눈빛을 기억하시는지? 이 어린 여학생의 음악성을 MC 유희열과 <유스케> PD들은 알아봤고, 아이유는 '뮤지션'으로서 진지하게 조명받을 수 있었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친구가 "<유스케>에 나온 '아이유'란 가수의 영상을 봤느냐"고 물어와서 그때 처음 아이유를 알게 된 기억이 난다.

<유스케> PD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을 물었다. 대답에 담긴 핵심은 같았다. "좋은 가수를 소개했을 때"라고. 박PD는 볼빨간사춘기가 출연해 큰 주목을 받고, 이들의 무대 영상이 SNS로 퍼져나가는 걸 보며 뿌듯했다고 한다. 최근 '오빠야'로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신현희와김루트도 마찬가지다. 무대에 서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들의 얼굴을 보는데 문득 '보람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잔나비도 다시금 언급했다. 멤버들의 부모님이 객석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자녀의 무대를 지켜보시는 모습을 보고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헤이즈씨가 자기는 <유스케>에 출연하는 소원을 이뤄서 더 바랄 게 없다고 했을 때, 주현미 선생님이 '내가 여기 나왔다는 게 놀랍고 꿈같은 경험'이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노사연 선생님도 처음 출연하여 백아연과 함께 '만남'을 불렀는데, '후배와 이런 무대를 꾸미는 게 감격스럽다'고 하셨는데 저희도 듣고 감동을 느꼈죠." (최승희 PD)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한 혁오 밴드.

혁오 밴드는 <유스케>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화요일에 녹화하는 <유스케>는 그 주 토요일에 방송된다. 자정에 방송이 시작되다보니 시청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화제성 순위에선 늘 상위권을 지킨다는 점이 그 '인기'를 방증한다. 최PD는 "만약에 저희가 시청률만 좇았다면 혁오나 볼빨간사춘기 같은 팀을 무대에 세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 균형을 잡고 있다"고 했다. 박PD는 "거창한 말일 수도 있지만 '사명감' 같은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지상파에서 이런 형태로 노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스케치북 말고 없기 때문에 다들 '음악 이야기'에 고파해요.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을 보여주고 싶을 때 저희 프로그램을 찾으시는 것 같고요. 신곡 활동을 시작할 때 스케치북에서 첫 무대를 갖고자 하고 또 팬분들도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스케치북에서 활동을 시작하길 원하시는데, 그런 걸 볼 때 우리가 더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죠." (최승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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