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및 보강 : 29일 오전 11시]

"경악?"

지난 27일 늦은 오후,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악"이란 짧은 소감과 함께 기사 하나를 공유했다. "<무한도전> 국민내각 특집에 MBC 기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제목의 <중앙일보> 기사였다.

'MBC 노동조합'(제3노조)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의 기자는 지난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무한도전>을 비판했다. MBC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 자사를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비난한 것이다.

앞선 지난 25일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말미 '국민내각' 특집과 관련한 예고편을 내보낸 바 있다. 오는 4월 1일 방송을 앞둔 '국민내각' 특집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무한도전>이 내놓은 야심찬 기획이다. 지난 2014년 '선택 2014' 특집을 통해 시청률과 공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무한도전>. 이번에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시청자들과 함께 고민하겠다는 취지의 특집을 마련했다.

 28일 박주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기사와 글.

28일 박주민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기사와 글. ⓒ 박주민


MBC 김세의 기자, <무한도전> 공개 비난, 자유한국당도 논평

"다음주 무한도전 출연자들을 보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자유한국당 김현아, 국민의당 이용주, 바른정당 오신환, 정의당 이정미 이렇게 5명이다. 얼핏 보면 자유한국당 의원이 있으니 형평성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현아 의원은 몸만 자유한국당에 있을 뿐 마음은 바른정당에 있는 사람이다. 비례대표라서 의원직을 뺏길까봐 자유한국당에 있는 것이다. 유승민계 의원으로 분류되며 바른정당 공식행사에서 사회를 맡는 황당한 일도 저질렀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 당원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이 부분은 방송으로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다음 주 토요일 방송 전에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

김세의 기자는 "반드시 조치가 필요하다"며 제작진 고유권한인 출연자 섭외를 놓고 프로그램에 '조치'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이면서 "유승민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김현아 의원을 섭외한 게 문제라는 것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에서 당원권 정지 3년 중징계를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28일 오후 자유한국당 정준길 대변인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제작진의 편파적인 국회의원 섭외, 즉시 시정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자유한국당은 문화방송(MBC)의 간판급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4월 1일 방송 예고편을 보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국민내각' 특집을 기획하면서 입법에 도움을 줄 5개 당을 대표하는 현역 국회의원 5명을 출연시키는데, 놀랍게도 자유한국당 대표로 김현아 의원을 선정하였다.

김현아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비례대표 17번으로 당선됐으나, 바른정당 창당 행사에 참석하고 공식 행사에 사회를 보는 등 해당행위를 일삼아 왔다. 자유한국당은 자진 탈당을 요구했으나, 김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빼앗길까봐 탈당하지 않고 바른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에서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해당행위자 김 의원을 자유한국당의 대표 선수로 초대한 것은 아무리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상식에 맞지 않는다. 형식상 형평성을 맞춘 것 같으나, 실제로는 바른정당 의원 2명이 출연하고 자유한국당 의원은 출연하지 않는 것이므로 방송의 공정성에 정면으로 반한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이런 황당한 섭외는 MBC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한도전 제작담당자의 불순한 의도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무한도전 제작 담당자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에게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방송 전에 상식적이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작금의 MBC와 <무한도전>

김현아 의원은 지난 1월 18일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윤리위원회는 김현아 의원이 "당 존재 부정과 제명을 스스로 요구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은 "의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짓밟은 패권정치"라며 반박했고, 김 의원 역시 "새누리당에 계속 남아서 소신 정치를 펼치겠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김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저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비례대표이지만 동시에 새누리당을 탈당한 30명을 지지했던 분들의 비례대표이기도 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례대표인 김 의원의 경우, 공직선거법 상 탈당을 하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단 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하는 등 당이 출당 조치를 취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김현아 의원은 출당을 요구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무한도전>팀의 김현아 의원 섭외가 딱 맞아떨어지는 게 아닌 건 사실이다. 출연자 섭외는 제작진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마음은 바른정당에, 몸은 자유한국당에' 있는 김현아 의원이 문제라고 다소 정치적으로 '조치' 운운하기보다, 비교적 참신하고 젊은 느낌의,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 취지에 적합한 다른 의원을 자유한국당에서 대표선수로 내보내면 된다.

이에 대해 MBC 홍보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은 상태다.

작금의 '망가진' MBC로 인해 "<무한도전>을 버린 지 오래"라고 고백한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12년, 기록적인 파업 때 경력기자와 대체인력으로 고용된 시용기자들로 제3노조가 구성됐다. 그 MBC의 제3노조 위원장이 <무한도전>의 섭외를 두고 "조치" 운운하며 '감 놔라 대추 놔라'를 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무한도전 김세의 박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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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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