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18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 성하훈


영화 표현의 해방구.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이 슬로건 하나에 모든 게 다 포함돼 있다. 블랙리스트와 부산영화제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적 압박에 표현의 자유가 위협당한 현실에서 전주영화제는 영화제 갖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각오가 들어있는 것이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선정한 작품들은 이런 의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주목되는 작품들은 성주에서 벌어진 사드 반대투쟁을 담은 박문칠 감독의 <파란나비효과>, 김재환 감독의 <미스 프레지던트>, 백승우 감독의 <국정교과서> 등이다.

박문칠 감독은 2013년 <마이 플레이스>로 전주영화제 관객평론가 상을 수상한 이후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전주를 방문한다. 특히 사드 반대 투쟁을 담은 첫 번째 다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자백>을 공개해 영화제의 정치적 독립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전주영화제가 올해는 사드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한국경쟁작으로 선정했다. 표현의 해방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셈이다.

방송사 PD 출신 김재환 감독의 <미스 프레지던트>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볼 때 상당히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된다. <트루맛쇼>를 통해 방송에 나오는 맛집의 허구성을 고발하고 <MB의 추억>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비판했던 감독이 이번에는 박근혜와 박사모를 겨냥했다. <미스 프레지던트>는 한 노인과 부부를 취재하며 열혈 박사모 회원의 멘탈리티를 해부하는 가운데 박근혜라는 신화가 어떻게 성립되고 무너졌는지 질문하는 영화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 때문에, 김 감독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이 시장인 부산영화제 보다는 민주당이 시장인 전주영화제가 더 편하다는 입장을 상영 당시 밝힌 적이 있다. 이러한 감독의 뚝심은 전주의 방향성과도 맞아 떨어지며 올해 영화제를 더욱 들썩이게 할 전망이다.

백승우 감독의 <국정교과서>는 폐기 수순으로 접어든 국정교과서 문제의 배경과 의미, 역사를 강요하는 배경을 국내외 정치지형 역사를 분석하며 접근한다. 백 감독은 2013년 전주영화제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공개해 한국사회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만든 전력이 있기에 이번 작품도 주목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지켜내는 광장의 울타리 되겠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이 올해 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승수 전주시장이 올해 영화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전주영화제


민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주영화제를 통해 선보이게 되는 데에는 조직위원장인 김승수 전주시장의 의지도 한몫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18회 전주영화제 기자회견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은 "겸손하지만 당당한 영화제로서 자본과 권력, 사회적 폭력 앞에 당당하겠다"며 슬로건은 전주영화제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주영화제가 영화적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는 드넓은 광장이 되도록 울타리 역할을 하겠다"면서 영화제 수장으로서 각오를 내비쳤다.

<다이빙벨> 상영 외압으로 생긴 부산영화제 사태 이후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제를 망쳐 놓은 주범으로 국내외 영화인들의 지탄을 받는다면, 김승수 전주시장은 그 대척점으로 평가받는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없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선에 근접한 영화제 기간 중 대선 후보들의 방문 가능성에 대해 "정치인들이 대선에 이용하기 위해 영화제에 오는 것은 사절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치영역에서 문화·예술영역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자유롭게 할 것인지, 제2의 부산영화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들을 필요는 있다"며 정책적인 방향을 갖고 전주영화제에 참석한다면 환영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지난 한 해 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블랙리스트 문제 등이 아직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며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새겨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예산상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국내 영화제들이 표현의 자유 최전선 역할을 하면서 박근혜 정권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제 지원을 줄이는 작업을 벌였다. 2015년에는 부산영화제 지원 삭감을 위해 책정된 예산을 불용 처리하는 짓을 서슴지 않았고, 이런 여파로 올해 '국제영화제육성지원사업'은 32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전년 대비 7억 원이나 줄었다.

국내 영화제들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다. 이 집행위원장은 "긴축예산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어려움이 많다"면서 일부 보수진영에서 영화제를 낭비성 행사로 보는 것을 겨냥해 "국내 영화를 해외에 알리고 한국영화산업 성장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하는 예산보다 큰 가치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불교계 반발로 제작 중단된 <비구니> 복원판 상영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제작된 <N프로젝트> <시인의 사랑> <초행> 감독과 배우들이 인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제작된 <시인의 사랑> <초행> 감독과 배우들이 인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성하훈


18회 전주영화제는 이창재 감독의 <N프로젝트>,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 김대환 감독의 <초행>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제작돼 처음 공개된다. 다큐멘터리 <영화판> <미라클 여행기>의 허철 감독은 극영화 <돌아온다>를 내놓고, 지난해 전주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받은 <델타 보이즈> 고봉수 감독은 1년 만에 신작 <튼튼이의 모험>을 선보인다.

영국을 대표하는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영화 10편도 공개되는데 <인 디스 월드> <나인 송즈> <관타나모르 가는 길> 등이다.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의 작품 12편도 특별전으로 준비했는데, 1984년 불교계의 반발로 제작 중단된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 복원판이 한국영상자료원의 협조를 얻어 상영된다.

개막작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헝기리 일디코 옌예디 감독의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몸과 영혼>이, 폐막작은 일본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서바이벌 패밀리>가 선정됐다. 58개국 229편이 상영되는 18회 전주영화제는 4월 27일~5월 6일까지 전주 고사동 영화의거리 일대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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