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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의 '화장실 볼 일'도 지켜봐야 하나. 두 남성 출연자가 수갑에 묶여 활동해야 하는 (영화 <공조>에서 가져 온)설정이라도 해도, 꼭 그 둘의 화장실 볼일까지 고스란히 방송에 내보내야 했을까. 화장실 내부까지 따라온 카메라를 향해 이기광은 "요새 예능 정말 무섭다"며 "이렇게 리얼하게 하나요?"라며 당혹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얼굴만 내보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까. 이게 <공조7>의 제작진이 내세우는 리얼 예능의 '현재'인가.

어김없이 '남성 예능'이다. 거기에 '브로맨스'를 강조한다. 이경규, 김구라, 박명수, 서장훈, 은지원, 권혁수, 이기광(여기에 프로그램 책임 프로듀서까지 출연한다) 등 <무한도전>에, <1박 2일> <아는 형님>을 찍어도 아까울 것 없는 멤버다. 이경규를 보고 있자니, <남자의 자격>이 문득 떠오른다. 최근 종영한 <꽃놀이패>를 포함하면 지상파와 종편 JTBC, 케이블 tvN까지 '남성'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은 각 방송사 예능국이 갖춰야 할 필수 코스인 듯 보인다.

지난 26일 처음 방송한 <공조7>도 이러한 전통적인(?) 형식을 가져갔다. 그런데, 1화만 봐서는 도무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출연자 간 짝짓기로 시간을 보내더니, 수갑을 차고 생활해야 한다는 미션을 준 뒤, 난데없이 브로맨스를 강조하기 시작한다. 출연자들은 일견 화려한데, 일단 거기까지다.

'화장실 볼 일'까지 따라 잡는 리얼 예능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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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는 어김없이 상대의 말을 자르고 무시하기 일쑤다. 이경규의 "짧은 녹화 시간" 운운도 여전하다. 박명수의 말실수도, 서장훈의 투덜거림도 낯익은 풍경이다. 은지원은 예의 그 의뭉스러움 그대로고, 권혁수는 계속 무시당하며, 그 안에서 이기광은 당당하게 진행을 한다. 익숙한 데다 예상됐던 풍경이다. 웃음 포인트를, 아직은 발견하기 쉽지 않다.

결국, 첫 회에서 공개한 <공조7>의 주요 포인트는 이들 출연자 간의 신경전이 도드라지는 '캐릭터 쇼'다. 부연하자면 이러하다.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구라, 앞으로 10년만 더 방송하게 해 달라는 백전노장 이경규, 10년 넘게 출연한 <무한도전>의 매너리즘을 걱정하는 박명수, 이 프로그램을 굳이 안 해도 잃을 것 없다는 투의 서장훈, "마흔 살 동안 연예인" 중 둘째가라면 서러운 은지원, 예능 프로그램에 필사적으로 적응하려는 권혁수, 그리고 비스트라는 이름에서 자유로워진(?) 이기광까지.

익숙하고 낯익다. 이경규와 박명수가, 김구라와 서장훈이 티격태격하며 서로를 챙겨주는 풍경은 이미 <나를 돌아봐>나 <썰전> 등 과거 예능에서 비쳐왔던 바다. '초딩' 은지원은 tvN의 전작 <신서유기>에서 활약했다. 이기광까지 수년 전 <용감한 형제들>에서 만났던 박명수와의 관계를 강조한다. tvN <SNL 코리아> '더빙극장'으로 친숙한 권혁수만이 섬 같은 존재로 고군분투한다.

아마도 제작진은 이들이 향후 엮어갈 친숙한 듯 새롭고 엉뚱한 관계들에 주목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수갑'을 채우고 활동해야 하는 이 날 미션이 그 증거다. 출연자들은 서로 짝을 지어 밥을 먹고, 택시를 타고, 심지어 화장실에 가야 한다. 호텔 방에서 무엇을 하든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김없이 카메라가 따라 다니고, 중간중간 '속마음 토크'가 이어진다.
행여 조금이라도 서로에게 호의적인 속내가 비치면 여지없이 '브로맨스'라는 단어가 자막으로 두둥실 떠오른다. 아마도 제작진은 '리얼'이란 미명하에 일어나는 '독함'과 '브로맨스'를 내세우면서 예상되는 훈훈한 분위기를 둘 다 포착해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 시청자들은 이 58세부터 28세 남자들이 엮어가는, 이른바 강제 '브로맨스'를(남자 화장실에서의 '볼 일'까지 포함해) 지켜봐야 하는 건가.

이제 '강제 브로맨스'까지 봐야 하나

 <공조7>

ⓒ tvN


후반부, 김구라와 서장훈은 손이 수갑에 묶인 채로 '사이좋게' 식사를 했다. 서장훈은 김구라의 끊임없는 투덜거림이 일종의 배려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전반부 탐색전과 중반부 짝짓기 이후, <공조7>은 급작스레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영희 CP와 짝을 이룬 이경규는 제외하더라도, 제작진은 다음 회 예고편을 통해 다른 커플(?) 역시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것을 예고했다.

일상을 공유하는 출연자 간의 호흡과 간극이 주는 재미는 이미 <나를 돌아봐>에서 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박명수가 이경규(는 그에 앞서 하차한 조영남의 매니저였다)의 매니저 역할을 했던 <나를 돌아봐>는 김수미 등 여타 여성 출연자들이 존재했었다. <공조7>은 그러나 권혁수나 이기광을 제외하고는 현재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남성들로만 출연자들은 꾸렸다.

결국, 변주, 또 변주다. <무한도전> 이후 정형화된 '남성 리얼 예능'은 미션과 직업에 도전하고, 국내외를 여행하고 국토를 순례했다. 갖가지 게임도 하고 요리까지 하다못해 이제는 적극적으로 '브로맨스'를 내세우기에 이르렀다. (<공조7>의 연출자가 <우리 결혼했어요>를 연출했던 전성호 PD라는 점은 사뭇 흥미롭다)

'리얼 예능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은 협소하다. '남성 리얼 예능'의 끝이 어디인지 물어야 옳다. 이제 첫 회를 방송한 <공조7>이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리얼 예능'을 표방한 만큼 미션에 따라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분명한 것은 강제 '브로맨스'까지 소환한 만큼, 그간 지겹도록 보아온 '남성 리얼 예능'의 서사를 충실히 따를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화장실 볼 일'까지 보여주는 이 '남성 리얼 예능'이 어디로 귀결될지, 일단 지켜볼 일이다.



공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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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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