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기둥' 김희진 선수

'IBK기업은행의 기둥' 김희진 선수 ⓒ 박진철


12-20에서 34-32. 믿기 어려운 대역전극이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1(16-25, 34-32, 25-23, 25-23)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2세트였다. IBK기업은행은 12-20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34-32로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했다.

사실 2세트 중반까지는 1세트보다 더 처참했다. 플레이오프부터 이틀 간격으로 5경기를 치르는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경기를 뛰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바닥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2세트마저 내줄 경우 2연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승과 아득히 멀어질 뻔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큰 점수 차이를 극복하고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챔피언결정전 승부를 1승 1패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스포츠에서 최강 팀이 갖추어야 할 품격은 위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응집력과 이를 통해 팬들에게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줄 수 있는 능력이다. 이날 IBK기업은행은 그런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

유미라 투입 '신의 한 수'

역전의 전환점은 11-19로 뒤진 상황에서 센터 변지수(21세·181cm)를 경험이 많은 유미라(30세·178cm)로 교체한 것이었다. 이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유미라는 들어오자마자 이동 속공을 성공시키며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에도 까다로운 서브 공략으로 에이스를 기록하는 등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분위기 반전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그러자 박정아, 리쉘, 김희진 삼각편대도 차례로 경기 리듬이 살아나며 공격·블로킹·서브에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결국 21-24로 뒤진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극적으로 듀스를 만들고, 30점을 넘어가는 숨 막히는 공방전 끝에 34-32로 대역전극를 연출했다. 챔피언결정전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기세가 살아난 IBK기업은행은 3~4세트에도 혼신의 힘을 쏟아부으며 매 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가 끝난 후 김희진은 탈진 증세로 코트에 주저앉았고, 결국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이날 승리로 IBK기업은행은 3번째 우승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3~4차전은 홈 구장에서 펼쳐지는 데다 흥국생명도 체력적인 부담을 안게 됐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이 더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창단 2년 만에 우승... '5년 연속 챔프전' 신기록 행진

IBK기업은행은 지난 5년 동안 여자부 최강 팀으로 군림해 왔다. V리그 출범 이후 여자부에서 5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IBK기업은행이 유일하다.

이전에는 흥국생명이 기록한 4년 연속 챔프전 진출이 최고였다. 흥국생명은 세계 최고 공격수로 성장한 김연경이 활약했던 시기인 2005~2006시즌부터 2008~2009시즌까지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에 우승하면 8년 만에 정상에 서는 것이다.

2010년 막내 구단으로 창단한 IBK기업은행은 2011~2012시즌부터 V리그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첫 시즌에는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하며 아쉽게 봄 배구(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2012~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5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며, 여자부에서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규리그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2회를 차지했다.

IBK기업은행이 최강 팀으로 군림한 데는 김희진, 박정아라는 국내 최고의 쌍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이 끝나면 첫 FA 자격을 얻게 된다. 5월에 열리는 FA 시장에서 단연 최대어다.

'복덩이' 리쉘, 선택은 6순위-실력은 1순위

외국인 선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다. 그동안 IBK기업은행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는 알레시아, 카리나, 데스티니, 맥마혼 그리고 리쉘이다.

모두 외국인 선수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다른 팀들은 외국인 선수의 실력 부족과 팀 이탈로 골머리가 아팠지만, IBK기업은행은 그런 일이 없었다.

2015~2016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이 도입됐고, IBK기업은행은 2년 연속 후순위로 선택했지만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올 시즌의 리쉘(25세·184cm)은 더욱 극적이다. 미국 출신의 레프트 공격수로 트라이아웃에서 맨 마지막 6순위로 뽑혔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 공격성공률 부문 전체 1위, 오픈공격 1위, 후위공격 2위, 득점 4위, 리시브 4위, 디그 7위를 기록했다.

리쉘을 알레나(KGC인삼공사)와 함께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완성형 레프트'라는 점이다. 그만큼 팀에 기여도가 높다. 강력한 파위와 노련한 테크닉, 지출 줄 모르는 체력도 인상 깊은 대목이다.

리쉘은 유럽 리그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였다. 지난 2015~2016 시즌 아제르바이잔 리그에서 아제라일 바쿠(Azerrail BAKU) 팀의 주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소속 팀을 아제르바이잔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MVP까지 수상했다. 2015~2016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주 공격수로 활약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유럽 여자배구에서 터키, 러시아, 폴란드에 이어 4위에 해당하는 리그이다.

그런 리쉘이 맨 마지막 순번인 IBK기업은행에게 왔다는 자체가 천운이다.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IBK기업은행 흥국생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