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현재 최대의 고비에 봉착해있다. 3승1무 2패(승점 10)로 A조 2위를 기록중인 한국은 아직까지 본선 직행권을 지키고 있지만 간발의 차이로 우즈베키스탄(승점 9)과 시리아(승점 8)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한국은 28일 시리아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이 경기가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과 A조의 판도에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표팀은 현재 최종예선들어 거듭된 부진과 함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도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칫 이대로 가다가는 월드컵 본선에 탈락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표팀의 향후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1. 시리아전은 이길수 있나

당장 발등의 불은 역시 눈앞에 다가온 시리아전을 반드시 이기는 것이다. 한국은 최종예선 4경기를 남겨두고 있는데 본선직행권인 2위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3승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만에 하나 시리아전을 비기거나 패할 경우, 한국은 단숨에 조 4위까지 밀려날 수도 있다. 3위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도 가능하지만 4위는 그대로 탈락이다.

설상가상 지금 분위기에서는 시리아도 손쉽게 승리를 낙관할 상대는 아니다. 당초 A조 최약체로 꼽혔던 시리아는 내전의 여파로 홈경기도 제대로 개최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어지만 예상을 깨고 최종예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국은 제3국에서 치러진 지난해 9월 최종예선 2차전에서 시리아와 득점 없이 비겼다. 중국 원정에서 패하며 초상집 분위기가 된 한국과 달리, 시리아는 A조의 강호로 꼽히는 우즈벡을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한창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서 한국과 만나게 된 것도 우리로서는 다소 부담스럽다.

시리아전 이후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남은 3경기 중 2경기가 원정인데 한국은 지금까지 치른 원정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치며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카타르와 우즈벡은 한국이 홈에서 신승하기는 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후반 간신히 역전승을 거둔 바 있다. 더구나 남은 유일한 홈 경기는 A조 최강인 이란이다. 한국은 이란에게 상대 전적에서 열세일 뿐 아니라 최근 A매치 4연패를 당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전에서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손흥민이 시리아전에서는 복귀가 가능한 게 호재지만, 이번엔 지동원이 경고누적으로 빠지며 황의조로 대체됐다. 이정협-김신욱 등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들이 최종예선들어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최악의 골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슈틸리케 감독의 단조로운 선수운용과 전술도 이미 상대팀들에게 충분히 파악된 상황이라 걱정거리다. 고질적인 수비불안에 시달리는 포백 라인도 여전히 확실한 주전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2. 슈틸리케, 교체할수 있나

월드컵 최종예선 통과 여부와 함께 대표팀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에도 한 차례 경질설이 불거진 바 있으나 우즈벡전 승리로 간신히 여론을 무마시킨 바 있다. 하지만 경기력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결국 지난 중국전에서도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며 졸전 끝에 완패하자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봉착했다.

현재 시리아전 결과와 상관없이 슈틸리케 감독을 교체해야한다는 여론이 대단히 높아진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단조로운 용병술과 무원칙한 선수선발 기준 등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문제점들이 최근 갑자기 불거진 것이 아닌데다, 지금까지도 개선된 부분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들어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자기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점에 대한 뚜렷한 진단이나 해결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만 해도 부진한 이정협과 중국파에 대한 무리한 집착과 뻔한 전술이 중국전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평가다. 지동원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게된 시리아전을 앞두고 이번엔 대체선수로 2부리그에서도 올시즌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황의조를 대체발탁한 것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이 아는 선수들만 중용하고 원칙이나 반성이 없는 슈틸리케 감독의 한계를 또 한 번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4개월전 우즈벡전까지만 해도 '교체해야하나'라는 선택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교체할 수 있냐'는 당위의 문제가 됐다. 이제는 설사 시리아전에서 대승을 거둔다고 해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앞으로 한국축구의 운명을 계속 맡길 수 없다는 희의론이 짙어졌다. 만에 하나 이번에도 비기거나 패하기라도 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축구협회가 당장의 최종예선 결과는 물론이고 한국축구의 미래를 감안하여 중요한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다.

3. 대표팀 구원투수, 대안은 있나

슈틸리케 감독의 교체를 전제로 했을 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최종예선이 시리아전 이후 3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다음 카타르와의 8차전은 6월 13일에 열린다. 그나마 감독을 교체하고 팀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줄줄이 중요한 단두대 매치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후임 감독으로 오든 촉박한 시간과 일정은 부담스럽다.

슈틸리케 감독의 대안은 크게 보면 국내파와 외국인 감독으로 나눌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다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축구협회가 일류급 외국인 감독에게 지불할 수 있는 연봉과 처우에는 한계가 있는 데다, 단 2-3경기만에 월드컵 탈락 여부가 좌우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는 외국인 감독은 흔치 않다. 적당히 가격에 맞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어설픈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 바에는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은 바로 슈틸리케 감독의 실패가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파 감독도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대표팀 코치진에 있는 설기현이나 차두리는 아직 A대표팀을 맡을 만한 경험이나 자격조건과 거리가 멀다. 시즌중인 K리그 감독들을 소속팀에서 갑자기 빼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남아공월드컵을 지휘했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총재나 김호곤 부회장의 대타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모두 현장을 한참 떠난 지 오래된 인물들이라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간 축구협회의 대응 방식을 고려할 때, 만일 슈틸리케 감독을 교체한다고 했을 때 당장 '손쉽게 고를수 있는 선택지'는 어차피 하나 뿐이다. 바로 신태용 U-20 대표팀 감독이다. 신 감독은 슈틸리케호의 원년멤버로 지난해까지 A대표팀 코치로 활약한 바 있어서 팀 사정에 밝고 선수파악이 용이하다. 23세 이하 리우올림픽 대표팀에 이어 이번 U20 월드컵 대표팀까지 연달아 대타로 맡으며 각급 대표팀 운영을 꿰뜷고 있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되어왔던 인물이다.

현재 신 감독이 U20 월드컵을 맡고 있는 상황이라 현실성이 떨어져보이지만 월드컵은 6월 초에 끝난다. 한국이 결승전까지 오르지 않는 이상 그보다 일찍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촉박히긴 해도 6월 13일 카타르전부터 벤치에 앉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바로 홍명보 전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장래가 촉망되는 지도자를 섣부르게 이리저리 돌림막이로 사용했다가 대표팀도 본인도 모두 참혹한 실패를 경험한 바 있는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설사 반드시 신 감독이 아니더라도 축구협회가 또다른 대안을 여러 가지로 고민해야할 시점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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