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월 4일, 첼시와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한 장면. 첼시의 선수 캉테가 수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 4일, 첼시와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한 장면. 첼시의 선수 캉테가 수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은골로 캉테에게 과연 '제2의 마켈렐레'라는 호칭이 어울릴까?

첼시의 은골로 캉테가 다시 한 번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앞두고 있다. 캉테는 지난 시즌 레스터시티 소속으로 기적을 이끌어 낸 주역이었다. 공격진에서는 제이미 바디와 리야드 마레즈가 주목을 받았다면 미드필드에는 캉테가 있었다. 레스터시티의 역습 전술에서 캉테는 포백을 보호하고 볼을 운반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캉테가 떠난 뒤, 레스터시티는 지난 시즌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캉테를 영입한 첼시는 현재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체리는 이미 우승을 향한 8, 9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평가받고 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캉테는 2시즌 연속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캉테 혼자서 레스터시티를 이끈 것도, 첼시를 이끈 것도 아니다. 그러나 캉테의 영향력만큼은 팀 내 최고 수준이다. 첼시의 쓰리백 전술은 이미 초기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물론 계속해서 승리를 이어나가며 리그 선두의 자격을 증명하고 있지만, 한창 좋을 때의 경기력보다는 못하다. 그런데도 첼시가 '꾸역승'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은 캉테의 공이 굉장히 클 것이다. 많은 이들은 캉테에 대해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 클로드 '마켈렐레의 재림'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였던 클로드 마켈렐레

마켈렐레는 FC낭트에서 1군 생활을 시작했으며,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한 경험이 있다. 이후 마르세유와 셀타비고를 거쳐 레알 마드리드에 입단하게 된다. 마켈렐레는 수비적인 역할에만 집중하면서 팀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아줄 수 있는 미드필더였다. 그가 팀을 받쳐준 덕분에 공격진의 슈퍼스타들이 공격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마켈렐레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경험했다. 그런데 당시 데이비드 베컴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마켈렐레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한다. 그는 높은 연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뒤 레알 마드리드는 팀의 중심을 잃고 급격하게 무너졌다. 레알 마드리드가 다시 우승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4시즌이었다. 마켈렐레는 이전부터 레알 마드리드 내에서 활약에 비해 저평가되고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페르난도 이에로와 지네딘 지단을 마켈렐레가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마켈렐레의 이적을 반대했지만 결국 마켈렐레는 첼시로 이적한다. 신기한 점은 그 당시 첼시에서 마켈렐레를 데려온 감독이 바로 캉테를 레스터시티로 영입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었던 것이다.

마켈렐레는 첼시에서 또 다시 전성기를 구가한다. 비록 그를 영입한 라니에리 감독은 다음시즌 팀을 떠났지만 조제 무리뉴 감독이 첼시에 도착했다. 무리뉴 감독은 마켈렐레에게 자리를 지키는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겨 공격진들에게 더 큰 공격력을 부여한다. 덕분에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다. 첼시는 2004-05시즌,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승점 95점, 최소 실점 15점, 리그 1패를 기록하면서 우승한다. 마켈렐레는 수비진을 보호하고 상대를 1차 저지, 수비에서 공격 전환의 시발점 등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를 보여준 전설의 미드필더였다.

어디에나 있는 듯한 '도깨비' 캉테, 과연 '제2의 마켈렐레'일까?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 도깨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캉테는 경기에서 정말 어디에나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미 누군가는 캉테에게 '캉깨비'라는 별명을 붙이고 그의 실력을 칭찬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은 그가 '어디에나 있다'는 표현이다. 잘 생각해보면 캉테는 마켈렐레처럼 위치를 지키며 팀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첼시의 콩테 감독은 캉테가 그 이상의 롤을 부여한 상황이다. 캉테는 오히려 예전에 첼시에서 활약했던 '미친개' 마이클 에시앙과 더 닮아있을지도 모른다.

에시앙은 제2의 마켈렐레로 주목받으며 첼시로 왔지만 그의 스타일은 마켈렐레와 달랐다. 수비력도 훌륭했지만 공을 몰고 앞으로 전진하는 공격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마다 엄청난 중거리 슛으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천후 미드필더의 정석을 보여준 에시앙이었다. 그 이후 마켈렐레의 후계자로 인정받았던 것은 네마냐 마티치였다. 그는 무리뉴 2기에 첼시로 돌아와 홀딩 미드필더로서 최고의 모습을 보이며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파트너로서 활약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폼이 떨어졌고, 최근에는 전천후 미드필더에 가까운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최근 첼시의 미드필더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인터뷰에서 캉테의 다재다능함을 강조한 바 있다. 사람들은 캉테의 수비적인 능력에만 주목하지만 캉테에겐 그 이상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캉테는 레스터시티에서도 1차 저지 이후 역습 상황에서 공을 운반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드리블이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간결하고 빠르다. 심지어 캉테는 수비위치 선정 뿐만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매우 높은 선수이다.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순간적인 침투도 종종 보인다. 캉테에겐 분명 지금보다 더 발전할 여지가 존재하는 선수이다.

캉테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7번 출전해 패스 횟수 4위를 기록하고 있다. 62회의 인터셉트를 기록하고 있으며 101번의 태클을 성공했다. 패스 성공률도 90%에 가깝다. 이미 기록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그의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던 킥 자체도 개선됐다. 물론 아직 롱패스와 중거리 슛 능력에서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맨유와의 FA컵 경기에서는 중거리 골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꾸준히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캉테에게 더 이상 '제 2의 마켈렐레'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은골로 캉테는 '제 1의 캉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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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서서빈기자
캉테 첼시 EPL 마케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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