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2회말 두산 투수 보우덴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2일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시범경기. 2회말 두산 투수 보우덴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는 전신 OB시절부터 한 가지 징크스가 있었다. 바로 우승 다음 해 성적이 떨어지는 좋지 않은 기억이다. 베어스는 1982년 원년 우승을 차지한 후 1983년 6개 구단 중에서 5위로 떨어졌고 1995년 통합 우승 뒤 1996년에는 최하위로 추락했다. 2001년 우승을 차지한 후에도 2002년 5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따라서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도 어딘가 모를 불안함이 엄습해 온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2016년 그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시즌을 보내며 1995년 이후 21년 만에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두산이 세운 정규리그 93승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의 91승을 뛰어 넘는 역대 최다승 기록이었다(믈론 144경기 시대와 133경기 시대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순 없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NC 다이노스에게 시리즈 내내 단 2점만 내주는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과시하며 4승 무패로 우승을 확정 지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와 통합우승, 그리고 30년 넘게 따라 다니던 우승 징크스마저 깨버렸다.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던 주장 김재호와 마무리 이현승을 모두 잡은 두산은 3명의 효자 외국인 선수와도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두산의 2017년 목표는 KBO리그에서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에게만 허락된 고지였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투수] 올해도 '판타스틱4' 건재, 막내만 찾으면 된다

판타스틱4. 2015년8월에 개봉했던 영화 제목 하나면 작년 두산의 마운드가 설명 가능하다. 'MVP' 더스틴 니퍼트, '탈삼진왕' 마이클 보우덴, '빅게임 피처' 장원준, '느림의 미학' 유희관으로 구성된 두산의 선발 4인방은 작년 시즌 무려 70승을 합작했다. 작년 5위를 차지하며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따냈던 KIA 타이거즈의 시즌 전체 승수와 같았다.

올해도 '판타스틱4'에 대한 김태형 감독의 믿음은 절대적이다. KBO리그 진출 후 지난 6년 동안 80승을 거둔 니퍼트는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보우덴의 철저한 자기관리 역시 두산 코칭스태프가 극찬하는 부분이다. 2015년과 2016년 최동원상을 수상한 유희관과 장원준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시간이 아까운 일이다.

문제는 역시 5선발이다. 가뜩이나 약점으로 꼽히는 두산의 5선발은 허준혁(상무)의 입대로 더욱 약화됐다. 김태형 감독은 기존의 안규영, 고원준에 좌완 함덕주, 그리고 루키 박치국과 김명신을 경쟁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까지는 시범경기에서 투구 수를 94개까지 늘린 함덕주가 5선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 만약 함덕주가 두산 선발진의 마지막 퍼즐로 합류한다면 두산은 선발 투수만으로도 난공불락의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다.

이현승과의 재계약으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두산의 불펜은 정재훈과 이용찬의 수술로 많이 허전한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은 각각 군복무와 부상에서 돌아온 홍상삼과 김강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신예 고봉재와 조승수도 1군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타 팀으로 이적했다가 두산에서 재회한 노장 김성배와 김승회 역시 마운드의 큰 형님으로서 불펜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 베어스 2017 시즌 예상 타순과 투수진

두산 베어스 2017 시즌 예상 타순과 투수진 ⓒ 양형석


[타선] 팀 타격 트리플 크라운 타선 건재, 2017년판 화수분도 기대

상대 투수마다 변화무쌍하게 라인업을 바꾸는 타선이 겉으로는 강해 보일지 모르지만 정말 강한 타선은 라인업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작년 시즌 5명의 3할 타자를 배출하며 팀 타율 1위(.298)에 오른 두산처럼 말이다. 두산은 작년 팀 타율뿐 아니라 팀 홈런(183개), 팀 타점(877개), 팀 득점(935점), 팀 출루율(.378), 팀 장타율(.473) 등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다.

가장 잘 치는 팀이 가장 힘도 좋고 가장 눈이 좋으며 주자가 나가면 집으로 가장 많이 불러 들이니 성적이 나쁠 수가 없다. 막강한 타선은 작년 시즌 다소 불안한 불펜진에도 두산이 여유 있게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두산은 상무에서 전역해 단 7경기를 뛴 이원석(삼성 라이온즈)과 군에 입대한 정수빈(경찰 야구단)을 제외하면 작년의 강타선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화수분 야구'로 요약되는 두산의 유망주들 역시 올해도 탄탄하게 주전들을 받치고 있다.포수 박세혁과 내야수 류지혁, 외야수 국해성 등은 이미 1군의 주요 백업 선수로 자리를 잡았고 스프링캠프를 통해 김민혁이라는 대형 3루 유망주를 발굴한 점도 큰 수확이다. 물론 두산에는 허경민이라는 국가대표 3루수가 버티고 있지만 김민혁이 두산이 바라던 거포 내야수로 성장해 준다면 두산의 타선은 더욱 완벽해질 수 있다.

두산은 작년 시즌 박건우, 김재환, 오재일 등 대부분의 타자들이 프로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FA를 앞둔 김재호 역시 주로 9번으로 출전했으면서도 78타점을 기록했고 양의지의 22홈런도 커리어 하이였다. 작년 한 해 단체로 '몬스터 시즌'을 보낸 두산 타자들이 올 시즌 단체로 슬럼프에 빠져 버린다면 두산 타선의 자랑거리였던 '젊음'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키 플레이어] 국가대표 외야수 민병헌도 FA특수 누릴까

최형우가 그랬고 나지완(이상 KIA 타이거즈)이 그랬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했던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은 하나같이 FA를 의식하지 않고 매 순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하지만 FA를 앞에 둔 시즌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고 집중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스테로이드보다 무서운 FA로이드'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2017 시즌이 끝나면 두산의 외야수 민병헌이 FA 자격을 얻는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민병헌은 군 입대 전까지는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했지만 경찰 야구단에서 타격에 눈을 뜬 이후 두산의 주전 외야수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2013년부터 4년 연속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고 작년에도 타율 .325 16홈런87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민병헌은 최근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고 최근 시도가 다소 줄긴 했지만 얼마든지 단독 도루가 가능한 주력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외야 세 자리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뽐내는 선수이기도 하다. 민병헌은 올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최형우의 부진을 틈 타 주전 좌익수로 나선 바 있다. 한마디로 공수주를 두루 갖춘 KBO리그의 정상급 우타 외야수가 바로 민병헌이다.

민병헌이 10개 구단 감독이라면 모두가 탐낼 만한 특급 외야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민병헌의 가치는 올 시즌 활약에 따라 크게 오를 수도 있고 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 올해는 손아섭(롯데 자이언츠), 이용규(한화 이글스), 김주찬(KIA) 등 FA 취득을 앞둔 외야수들도 제법 많은 편이다. 민병헌은 언제나처럼 개인 성적보다는 팀을 위해 뛴다고 밝히고 있지만 올해가 자신의 야구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민병헌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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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 분석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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