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배우 이정민.

영화계에선 아직 낯설지만 신인 이정민은 <비정규직 특수요원> 송이 역을 맡아 발랄함을 잘 표현해냈다. ⓒ 에코글로벌그룹


"취업도 힘들고, 어딜 가든 비정규직이니 돈이라고 잘 벌고 싶어 보이스피싱 업체에 취업했죠.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집 한 채를 마련하려 했던 거예요. 근데 그 회사가 사람 대우도 해주고, 복지도 좋아요. 진짜 모순이지 않나요?"

눈을 크게 뜬 채 속사포로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이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속 송이다. 어수룩한 사람들의 푼돈을 가로채며 회사 내에서 인정받아온 이 '문제적 인물'을 신인 이정민이 살렸다. 마침 나이 설정도 실제와 비슷하다. 20대 후반을 지나고 있는 이정민에게 해당 작품은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신인 입장에서 자신과 딱 맞는 배역을 만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이정민은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꿈 많은 청년

배우 강예원과 한채아가 각각 국가안보국 요원과 경찰로 분해 보이스피싱 업체를 일망타진하려 했다면 이정민의 송이는 누구보다 해당 업체의 충성도가 높은 직원이다. 처음엔 누구보다 두 사람에게 친절했던 송이지만 정체를 안 뒤부터 큰 배신감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시나리오엔 나오진 않지만 혼자 여러 가지를 상상했어요. 송이는 분명 학벌도 안 좋을 것이고,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였을 거라고. 대학도 안 나와서 취업하려다 보니 들어온 회사예요. 남을 속이며 돈을 벌기에 죄책감이 컸는데 그 돈으로 적금도 들고, 살길을 찾으니 한편으론 에이스가 되고 싶었죠. 자기 인생을 계획할 수도 없는 위치였는데 회사 사장님(남궁민 분)은 또 굉장히 인간적으로 대우해주시니까 애정이 더 큰 거죠. 그래서 고민 끝에 두 사람의 본모습을 사장님에게 말하게 됩니다!"

첫 상업영화라지만 드라마로는 이미 시청자들 앞에 선 경험이 있다. tvN <몬스타> <미생> 그리고 <응답하라 1994>에 출연했고, 지난해 MBC 드라마 <화려한 유혹>으로는 꽤 길게 출연했다. "사실 긴장하는 스타일인지 몰랐는데 꿈에 그리던 영화를 경험하니 엄청 떨었던 거 같다"며 그가 오디션 당시 기억을 전했다.

"춘천 세트장이 영화의 첫 촬영이었는데 거기서 제가 뭘 어떻게 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감독님은 (짧지만) 이 캐릭터가 중요하니 잘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20대를 대변하는 캐릭터기도 하니까요. 사실 제 친구들 이야기이기도 해요. 정규직임에도 너무 일이 고돼서 이직하려는 이들도 있고요. 비정규직은 그 자체로 문제죠. 전체적으로 꿈을 꾸는 환경이 안 되는 거 같아요. 꿈을 품는 게 엄청난 일이 돼 버린 느낌이랄까. 이게 갑자기 변한 게 아니라 이젠 당연하다 생각할 정도로 서서히 굳어진 거 같아요."

 배우 김성은이 SNS 계정에 올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배우들. 왼쪽 부터 이정민, 강예원, 김성은.

배우 김성은이 SNS 계정에 올린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 배우들. 왼쪽 부터 이정민, 강예원, 김성은. 이정민은 "현장에서 성은 선배가 많이 챙겨주셨다"며 감사의 마음을 보였다. ⓒ @ssung916


열정과 애정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전공으로 이정민은 주변에 광고, 홍보업에 일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의 예를 들며, 자신이 왜 배우를 꿈꾸게 됐는지 설명했다. "어릴 땐 그저 영화 보는 걸 너무 좋아했고 연기는 상상도 못 했다"던 그는 대학에 와서 덜컥 연극학회 활동을 한다. "연기한다는 게 마냥 멀리 느껴지진 않더라"며 "그때부터 조금씩 오디션을 보게 됐다"고 전했다.

"학회 연극을 보러온 영화과 학생이 연락을 줘서 단편 하나를 하게 됐고요. 곧 개봉이죠? <원라인>의 양경모 감독님 단편인 <일출>도 하게 됐어요. 2년 전까지만 해도 조급했던 게 사실입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 됐고, 여러 생각이 들었죠. 근데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지금은 어떻게든 제가 할 역할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주어진 기회를 잡는 게 더 중요하죠!"

5살 때까지 미국에 거주했고, 외국어고교를 나왔다. 이 정도면 충분히 다른 직업으로도 잘해낼 수 있지 않을까. 단번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새 알아버린 연기의 참맛에 이정민 역시 빠져있었다. 알고 보니 홍콩영화에 한창 빠졌을 땐 중국어 삼매경에 빠졌고, <무간도> 정품 DVD를 사기 위해 중국 본토에 다녀오기도 했다.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엄청 충전된다"던 그의 표정이 유독 힘차 보였다. <비정규직 특수요원> 이후 더욱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길 기대해보자.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 출연한 배우 이정민.

ⓒ 에코글로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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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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