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예선 중국전에서 0대 1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축구국가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이 2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기성용, 차두리 코치가 대표팀이 굳은 표정으로 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예선 중국전에서 0대 1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 축구국가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이 2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기성용, 차두리 코치가 대표팀이 굳은 표정으로 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캡틴' 기성용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중앙 수비수와 득점까지도 책임진다. 그러나 그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부상으로 45일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A매치 직전에서야 복귀전을 치렀다. 대표팀에서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이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야 했음은 당연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경기 6실점이란 기록이 보여주듯, 대표팀 수비에는 문제가 많았고, 개선이 필요했다. 수비 지역에서 뒤로 돌리는 패스로 점유율 축구를 주장하고, 후반전 김신욱의 머리를 노리는 뻥축구가 전술의 전부가 아니었다면, 무언가 보여줬어야 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대한축구협회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어야 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고, 공격은 무기력했으며, 전술과 전략은 전무했다. 대표팀에 주어진 숙제가 한둘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개선하려 한 노력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로 간다면 마지막 희망까지도 사라져 절망을 느껴야 했던 시절의 아픔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지난 23일 오후 8시 35분(한국 시각) 중국 창사에 위치한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0-1로 패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들었던 생각들이다.

중국화 논란은 허상 아닌 현실

지난해부터 제기된 '대표팀 수비진의 중국화' 논란은 허상이 아닌 현실임이 확실해졌다. 23일 중국전 패배 전까지 우리 대표팀은 최종예선 5경기에서 무려 6실점을 했다. 시리아전을 제외하면 매 경기 실점했다. 조직력을 다지는 것이 시급했지만, 수비 조합은 매번 바뀌었고,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대표팀 주전으로 뛰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속출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 변화로 개막 후 두 경기 모두 뛰지 못한 장현수가 대표팀에서는 선발 출전했다. 최종예선 3차전 이후 선발로 나선 적이 없는 홍정호가 그의 짝으로 나섰다. 오른쪽 풀백 이용도 지난 2차전 이후 선발 출전은 처음이었다. 왼쪽 풀백 김진수는 최종예선 경기 출전 자체가 처음이었다. 심지어 골키퍼도 최종예선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한 김승규가 아닌 권순태였다.  

사실상 처음 호흡을 맞추는 것이나 다름없는 수비진이었기에 조직력은 기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 수비는 늘 그랬듯이 불안했다. 이용의 실수가 중국의 빠른 역습으로 이어지며 이날 경기 첫 유효 슈팅이 나왔고, 중앙선 부근에서 시도한 패스 한 번에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슈팅을 허용했다.

실점 상황은 더 아쉬웠다. 방향을 절묘하게 바꿔놓은 위다바오의 헤딩슛이 훌륭하기는 했지만, 지동원이 그의 헤딩슛을 충분히 방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다바오가 움직임을 통해 자리를 잡고, 헤딩슛 기회를 만드는 동안 지동원은 가만히 서 있었다. 지동원이 아니었더라도 우리 수비 숫자가 훨씬 더 많았지만, 멀뚱멀뚱 서서 흔들리는 골망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후에도 수비진은 불안감을 유지했다. 특히 우리의 패스 실수가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상대가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는 것을 알면서도 볼을 길게 끌기까지 했다. 다행히 볼을 빼앗기지는 않았지만, 빠른 볼 처리가 생명인 수비진에게는 불필요한 모습이었다.

중국이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종예선 6경기에서 기록한 1승과 3골은 우리 수비진을 상대로 뽑아낸 것들이다. 시리아나 카타르를 상대로도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던 중국이 우리나라전에서만 무려 3골을 뽑아낸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화 논란과 팬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예견됐던 '창사 참패', 원칙 없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한계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예선 A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기성용이 슈팅하고 있다.

지난 23일 중국 후난성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축구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6차예선 A조 한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한국 기성용이 슈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에서 손흥민은 시간 지연 행위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미 경고가 있었던 그는 6차전 중국 원정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큰 걱정은 없었다. 중국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A조 최하위였고, 손흥민의 대체자를 찾을 시간이 무려 4개월이나 있었으니까.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을 너무 과대평가한 듯하다. 손흥민의 대체자는 없었고, 대비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정통적인 측면 자원은 하나도 없었고, 2016년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 실패했던 스트라이커가 또다시 선발 자리를 꿰찼다. 이날 공격진이 기록한 유효 슈팅이 단 하나였다는 것을 보면, 공격이 얼마나 무기력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이 공격에 힘을 더해준다면,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서도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구자철은 몸이 무거워 보였고, 기성용도 부상 여파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깜짝 선발 출전한 고명진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실패했다.

전술이 존재했던 것도 아니었다. 왼쪽 풀백 김진수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크로스, 남태희의 드리블 돌파, 지동원의 중거리 슈팅이 공격의 전부였다. 패스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부족한 개인 능력에만 의존했다. 후반전에는 김신욱의 머리만을 노리는 '뻥축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크로스의 정확도가 심각하게 떨어지면서 위력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이명주와 안현범이 자주 떠올랐다. 이명주는 2016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공격적인 재능에 수비적인 능력까지 선보이며 소속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기성용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그의 대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로도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안현범은 손흥민의 대체 자원으로 가장 알맞은 선수였다. K리그 선수 중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 득점 능력까지 갖췄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고, 올 시즌에도 소속팀 제주 유나이티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경험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중앙이 어울리는 선수들이 측면을 책임지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한 이들이 떠오른 이유에는 원칙 없는 선수 선발도 있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30경기 4골, 올 시즌에는 K리그 챌린지에서 활약하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도, 중동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어도 대표팀 경기에 나서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만약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과 안목이 부족하다면, 코치진이라도 그 점을 메워줬어야 한다. 그러나 경력과 자격을 알 수 없는 아르무아 수석 코치와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차두리, 대학팀을 이끈 것이 경험의 전부인 설기현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지 의문이다. 과연 이 구성이 월드컵 본선을 노리는 팀의 정상적인 모습인지도 궁금하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이제는 정말 변해야만 한다. 원칙 없는 지도자가 이끄는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역사와 현재가 똑똑히 증명한다. 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팀의 미래는 절대 과거의 실패를 뛰어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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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 슈틸리케 대한민국 VS 중국 월드컵 최종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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