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의 인삼공사도 1차전 승리팀 챔프전 진출 확률 100%를 뒤집진 못했다.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지난 22일 화성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1(23-25,25-16,25-11,25-14)로 꺾었다. 이로써 기업은행은 지난 2012-2013 시즌 이후 5 시즌 연속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며 여자부의 새 기록을 썼다.

인삼공사가 예상 외로 선전하면서 3차전까지 가는 힘든 플레이오프를 치렀지만 기업은행에게는 한숨을 돌릴 여유가 없다. 오는 24일부터 곧바로 챔피언 결정전 일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기업은행은 정규리그 맞대결에서도 3승3패를 기록하며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양 팀이 맞붙는 5전 3선승제의 챔피언 결정전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흥국생명] 정규리그 우승보다 중요한 건 챔프전 우승이다

 한지현 리베로의 활약에 따라 흥국생명의 챔프전 경기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한지현 리베로의 활약에 따라 흥국생명의 챔프전 경기력은 크게 바뀔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페네르바체)이 활약하던 2007-2008 시즌 이후 9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진정으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규리그 우승팀을 기억해 주는 사람은 빠르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는 예전의 김연경처럼 홀로 팀을 '하드캐리'할 수 있는 슈퍼스타는 없다. 하지만 득점 3위(758점)에 올랐던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와 득점6위(479점, 국내 선수1위), 서브리시브 1위(세트당 3.86개)에 오른 토종 에이스 이재영으로 이어지는 쌍포는 대단히 위력적이다. 이재영이 수비에서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흥국생명의 쌍포는 챔프전에서도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득점 15위(300점), 블로킹4위(세트당 0.64개), 속공1위(56.03%)에 오르며 V리그 최고의 센터로 우뚝 선 김수지의 존재 역시 든든하다. 김수지가 중앙에서 김유리와 김희진을 상대로 대등한 활약을 펼쳐 준다면 기업은행의 공격루트를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우승을 차지해본 유일한 선수인 주장 김나희의 '경험'도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흥국생명의 키플레이어는 단연 '수비형 라이트' 신연경이 될 것이다. 이번 시즌 정시영과 공윤희를 제치고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신연경은 득점 82점에 공격 성공률은 30.63%에 불과하지만 세트당 3.69개의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와 42.19%의 서브리시브 성공률로 흥국생명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강약을 적절히 조절하며 구사하는 까다로운 서브 역시 신연경이 가진 큰 장점이다.

다만 큰 경기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한지현 리베로는 흥국생명에겐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독보적인 수비 1위(세트당 8.1개)에 오른 한지현이 챔프전에서도 날렵한 수비를 선보인다면 흥국생명의 끈끈한 조직력은 더욱 돋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지현이 챔프전에서 큰 경기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면 흥국생명의 수비 조직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팀 디그 1위(세트당 22.92개) 흥국생명의 수비가 흔들린다는 것은 곧 경기력 저하를 의미한다.

[기업은행] 별2개는 허전하다, V3에 도전하는 신흥명문

 공격력을 갖춘 레프트 김미연은 흥국생명의 블로킹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공격력을 갖춘 레프트 김미연은 흥국생명의 블로킹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 한국배구연맹


기업은행은 2012-2013 시즌부터5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하며 여자부 최다 연속 챔프전 진출 신기록을 세웠다. V리그 역사상 가장 꾸준한 강 팀으로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네 번의 챔프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두 번에 불과(?)했다. 기업은행의 막강한 전력에 비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 확률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에게 통산 3번째 우승은 매우 간절하다.

기업은행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가장 반가웠던 부분은 매디슨 리쉘과 박정아, 김희진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살아났다는 점이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다소 부진하며 이정철 감독을 걱정시켰던 김희진은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 세트당 0.31개의 서브득점과 0.69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국가대표 주전 선수의 명성을 되찾았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자격을 얻기 때문에 이번 포스트 시즌 활약이 더욱 중요하다.

기업은행이 흥국생명과 비교해 공격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김미연의 존재다. 177cm의 신장에 좋은 공격력을 가진 김미연은 자신과 맞붙게 될 신연경이나 조송화 세터에 비해 높이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정규리그 2위(세트당 0.29개)에 빛나는 강한 서브까지 더해진다면 김미연은 충분히 기업은행의 비밀무기가 될 수 있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국가대표 출신 김사니 세터의 건강한 복귀도 이정철 감독을 든든하게 하고 있다. 김사니 세터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교체 선수로 투입돼 세트당 8.5개의 토스를 성공시켰고 3차전에서도 2세트 중반까지 코트를 지키며 승기를 가져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고은 세터가 170cm의 단신인 만큼 182cm의 장신 세터 김사니는 블로킹에서도 기업은행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KGC인삼공사와의 플레이오프가 3차전까지 가면서 휴식시간을 거의 얻지 못한 부분은 기업은행의 불안요소다. 챔프전 상대 흥국생명 역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끈질긴 배구를 하는 팀이기 때문에 시리즈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기업은행이 상당한 체력 부담을 느끼게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기업은행으로서는 원정에서 열리는 1차전 승리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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