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켄즈>를 통해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동하 감독.

영화 <위켄즈>를 통해 성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동하 감독. ⓒ 친구사이


한국 사회에서 게이로 산다는 것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끝나지 않을 노래'는 양면적이다. 영원할 거란 희망이기도 하며 쉽게 없어지지 않을 편견에 대한 투쟁의 애환이다. 그들이 지닌 일반적인 다양함은 '게이' 딱지가 붙는 순간 특수성으로 변모한다. 성 소수자들은 각기 다른 환경과 다른 가치관을 지녔으며, 공통점은 게이라는 것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일반이나 이반이나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지보이스 단원이었던 고 최영수씨(스파게티나)의 '친구사이(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인터뷰 발언은 성 소수자의 고민을 축약한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그들의 고민을 이동하 감독은 담담히 그려낸다. 동정을 구걸하지 않고 차분히 스크린에 엑스레이를 펼친다. 질병으로 오해받은 것들에 대해 '증상 없음' 처방을 내린다.

대선 주자들의 차별금지법 행보가 갈리는 가운데, 이동하 감독을 만나 영화와 성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제작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오후 5시 20분, 인터뷰 시간에 늦은 그가 급하게 계단을 뛰어 올라와 미안해하는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누적 관객수 4730명... "촛불에 묻혀 서운하다"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한 '친구사이' 사무실 풍경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인형을 좋아하는 '게이'가 붙는 순간, 그들은 특수성으로 변모 된다.

▲ 감독과 인터뷰를 진행한 '친구사이' 사무실 풍경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에서 인형을 좋아하는 '게이'가 붙는 순간, 그들은 특수성으로 변모 된다. ⓒ 조원준


-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원래 '지보이스' 정기공연을 촬영해서 단원들에게 상영하는 내부적인 기록물을 만들었다. 단원들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그러다 단원이었던 최영수씨가 돌아가시고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단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2012년 '친구사이' 10주년 기념사업으로 선정되고 영화화를 시작했다."

- <위켄즈>에서 나타내고 싶었던 게이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사실 게이는 저렇지 않은데, TV나 외국 드라마에 나오는 스테레오 타입의 고정관념이 있다. 유쾌하고 패션 센스가 뛰어나고 잘생기고 등. 모두가 이렇진 않다. 게이들의 민낯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반인들의 다양성과 같은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다."

- 단원들 얼굴과 사생활이 공개되는 건 설득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 본인들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 풀샷을 찍으면 모자이크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 많았다. 얼굴이 공개돼도 괜찮다고 한 단원은 5~6명밖에 되지 않았다. 4년간 차차 촬영에 익숙해졌고 합창활동에 다 같이 나가기도 하니까 변화가 있었다. 연대 활동을 하다 보면 "우리에게도 친구가 있다. 혼자가 아니다"같이 되돌려 받는 감동이 있다. 이런 데서 단원들이 용기를 갖고 취지에 동의했다."

- 개인적으로 위협이나 보복을 당한 분이 있나.
"그 부분을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진 없다. 영화를 많이 안 봐서. (웃음)"

-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3월 21일 기준 <위켄즈>의 누적 관객 수는 4730명이다. 차별금지법과 맞물리는 시국 상 더 많은 관객 수를 기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홍보가 부족한 건 아닌가.
"그럴 수도 있다. 홍보는 어쨌든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 안에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요즘 독립영화판이 너무 어렵다. 예상했던 것보다 스코어가 낮았던 건 사실이다. <종로의 기적>도 7천 명 정도 보셨으니까(KOBIS 통계 03월 22일 기준 누적 관객 수 7762명) 조금씩 나아간다는 의미에서 후속편이 만 명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 재미있게 만들기도 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어수선할 때 개봉해 촛불집회 시기와 겹치며 좀 묻히기도 했다. 우리로선 서운하지만 그걸 증명할 순 없으니…."

-'3대 멀티플렉스'를 포함해서, 개봉했을 당시 개봉관의 수는 충분했고 납득 가능한 상영시간대로 편성됐나.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도 운 좋게 'CGV 아트하우스'에서 2주간 개봉했다. 첫 주 정도는 시간대도 좋게 주셨다. 상영관에서 관객과의 만남이 있으면 좋은 저녁 시간을 주기도 했다. 나머지는 조금 불리한 시간대이긴 했다. 상영관 측도 첫 주 관객 수를 보고 시간을 빼거나 분산하는 등의 판단을 했다. 어찌 되었건 독립 다큐멘터리를 멀티플렉스에서 받아주는 것도 귀한 일이다."

- 평론가들 반응은 좀 살펴보는 편인가?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이것을 감안하면 평론가들의 평점이 좀 '짜다'는 느낌이 있다.
"김혜리·김현민 평론가님이 좋은 평을 해주셨다. 이동진 평론가님도 개인 SNS에 '굉장히 인상적인 영화였다'고 언급해주셨다. 우리끼리 상을 받은 거에 비해 좀 서운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일단 영화 자체가 큰 쟁점이 되지 않았다."

- 노래 '북아현동 가는 길'의 모티브는 지보이스 단원이었던 고 최영수씨(스파게티나)다. 결핵균에 의한 뇌척수막염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조금 더 자세한 사정을 듣고 싶다.
"최영수씨 이야기는 영화 <종로의 기적>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그게 파일이 없다.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 지방에 살다 서울에 상경해서 대형 프렌차이즈에 요리사로 취직했다. 그러다 충정로 뒤쪽에서 작은 스파게티집을 차렸다. 맛있고 양 많은 동네 스파게티집을 했었다. 흥이 많고 정도 많던 사람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은 명절날 전 부쳐서 주던, 좋은 형이자 동생이자 친구였던 사람이었다. 근데 갑자기 아프게 된 거다. 치료를 받고 호전이 된 줄 알았는데 갑자기 급속도로 악화돼 돌아가셨다."

- 영화를 보는 내내 대단히 감정을 절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자가 지니고 있는 상처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개개인의 사연과 상처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담아냈다면 더욱 공감과 설득이 크지 않았겠나.
"현실적인 측면이 있다. 일단 인물이 너무 많아 그걸 다 담을 수가 없다. 또한, 너무 상처를 파고들면 '우리 너무 힘들어요'의 느낌이 될 거 같았다. 그게 싫었다. 성 소수자가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구걸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이렇게 살고 있고 이런 아픔은 당신도 있지 않냐'를 말하고 싶었다. 친구가 죽는 아픔은 누구나 한 번씩 있을 수 있다. 성 소수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말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고 싶어서 절제했던 것 같다."

"만인은 평등한데 그들은 왜 조용히 음지에서 살아야 하나"

<위켄즈>의 한 장면 감독은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도 유쾌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 <위켄즈>의 한 장면 감독은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들도 유쾌한 사람 중 하나일 뿐이다. ⓒ 친구사이


- '종로의 기적' 가사 일부 중, "자고픈 남자는 많지만, 손잡고픈 남잔 너뿐이야"를 포함해 잠자리에 관련된 언급들이 있다. 이것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이 있다. 아직은 성적 표현에 대해 보수적인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이에 대한 혐오는 게이에 대한 혐오가 아닌 음란함에 대한 혐오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100% 편견이다. 섹스 자체가 음란한 건 아니다. 그런데 동성섹스가 음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나오는 거다. 사람은 혼전 관계를 갖기도 하고, 혼후 관계를 갖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과 즐기지 않는 이상 그게 음란한 건 아니지 않나. 아이도 아니고 자기의 삶을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성인들에게 문란하다고 얘기하는 건 이상하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이들을 다루는 다큐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피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 쌍용자동차 투쟁 현장을 비롯해 '지보이스'가 연대했던 장면들도 담았다. 이 때문에 그들이 찾아갔던 집단에 '없던 혐오'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대 공연하면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다. 쌍용자동차 현장 갔을 때도 처음에는 노동자분들이 당혹스러워하셨다. "아니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라는 조합원분들도 초반엔 일부 계셨다. 근데 지금은 매우 편해졌다. 계속 드러내고 만나야 한다. 성 소수자의 운동은 그거밖에 없다. 이들이 당신의 친구일 수도, 아들일 수도, 누나일 수도 있다. 각자가 드러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다. 그 어떤 편견을 걷어내 주시라. 당신과 똑같이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 냉정한 누리꾼은 이런 의견을 내기도 했다. "어지러운 시국에 조용히 음지에서 지낼 것이지 부끄럽게 이런 영화까지 제작하는지 답답하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들려 달라.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시국을 걱정하는 사람이 아직도 그런 논평을 할 수 있다는 게 걱정된다. 사회적 약자의 존재에 대해 그렇게밖에 얘기할 수 없는 것은 안타깝다. 소수자들은 그게 생존의 문제다. 소수자이기 때문에 계속 피해를 받고 살 순 없다. 만인은 평등한데 그들은 왜 조용히 음지에서 살아야 하나. "더는 그렇게 살 수 없다. 죄를 짓고 사는 게 아닌데 왜 숨어 살아야 하나?" 소수자들은 이렇게 생각할 거다."

-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생각하는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영화 관객들을 만나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체감했다. 지방 가면 독립영화관에서 상영한다. 그럼 그 지역의 고정 방문객이 있다. 거기엔 어르신들도 많다. 그분들은 오히려 재미있어 하셨다. 어르신들은 낯설거나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데 솔직한 질문도 하고 관심을 두신다. 그럴 때 영화를 만들기 잘했다 생각했다. 단원들도 마찬가지 생각이고. 물론 모든 게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을 거다. 성소수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이게 개선되려면 몇 명이 죽어야 된다는 얘기도 한다. 큰 사건이 터지고 안타까운 일이 생겨야 사람들이 '그제야 우리가 너무 했구나'할 텐데, 일부러 그럴 수도 없으니…."

- '차별금지법'이 통과된다면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요원하다. 결국, 권력싸움이다. 유력한 대선 주자도 차별금지법을 철회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기독교 조직이 워낙 힘이 세니 그들이 장악하고 정치권이 눈치를 본다. 인권 변호사였던 박원순 시장도 기독교 목사들과의 만남에서 성 소수자 지지를 철회했다. 원래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성 소수자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권력관계에서 저분도 자유롭지 않구나, 힘이 밀리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들 철회하신 분들과의 대립을 안타까워했다."

- 구상하고 있는 다음 작품이 있는가.
"극 영화를 준비 중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단계다. 성 소수자를 둔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좀 더 대중적이면서 한국의 특수성을 노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한국에선 자녀가 가족에게 커밍아웃했을 때 그걸 존중해주는 것이 아닌 부모는 자기가 자식 잘못 키웠다고 생각하며 탓한다. 아니면 애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고치려 한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다루고 싶다."

- 마지막으로 이 영화감독으로서 이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 그리고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린다.
"<위켄즈>를 만들 때 사랑에 관한 영화라 생각했다. 동성애자를 규정짓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건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냐다. 여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이 남성일 때 게이가 되는 거다. 이 사랑을 거부할 수 없고, 사랑 때문에 생긴 모든 일을 겪어야 한다. 차별을 당한다거나 공연하다 인분을 맞는다거나 욕을 먹는다거나. 허나 이렇게 나와서 '우리 사실 괜찮아요'라며 손잡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숨어서 용기를 못 내는 성 소수자들에게 힘을 줄 수도 있다. 아니면 일반 이성애자들에게도 조금 더 마음의 움직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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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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