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종주국' 미국이 11년째 이어진 WBC의 한(?)을 풀었다.

짐 릴랜드 감독이 이끄는 미국 야구 대표팀은 2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제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결승전에서 푸에르토리코를 8-0으로 꺾으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3번의 대회에서 4강 진출(2009년)이 최고 성적이었던 미국은 4번의 대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야구 종주국의 자존심을 회복했다.

1번 타자로 출전한 이안 킨슬러(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선발 마커스 스트로먼(토론토 블루제이스)은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반면에 7연승으로 결승에 진출한 푸에르토리코는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에게 완패를 당하며 2013년에 이어 2회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승으로 올라온 푸에르토리코를 공수에서 압도한 미국

일본이 준결승에서 탈락하면서 푸에르토리코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전승으로 결승까지 오른 팀이 됐다. 지난 2013년 3회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결승 진출. 이제 정예 멤버가 모인 푸에르토리코가 세계 야구에서 손꼽히는 강국이라는 점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푸에르토리코는 WBC 우승을 통해 정점을 찍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푸에르토리코는 작년 뉴욕 메츠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했던 세스 루고를 결승전 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는 '야구 종주국' 미국은 대회 출범 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빅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급 투수들이 대거 제외되면서 다소 불안하게 출발하긴 했지만 탄탄한 팀워크와 적절한 불펜 활용으로 5승2패를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미국은 푸에르토리코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4.2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던 스트로먼을 다시 선발로 투입했다.

선취점을 올린 쪽은 전날 일본을 이기며 기세를 올린 미국이었다. 미국은 3회초 공격에서 선두 타자 조나단 루크로이(텍사스 레인저스)의 중전안타로 만든 무사 1루 기회에서 1번 타자 긴슬러가 루고로부터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총력전을 펼치는 단판 승부에서 선취점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반면에 푸에르토리코는 경기 중반까지 좀처럼 경기의 실마리를 잡지 못했다. 극단적인 땅볼 유도형 투수 스트로먼에게 여러 번의 플라이 타구를 만들어 냈지만 스트로먼의 구위에 밀려 6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했다(그나마 2회 볼넷으로 출루했던 카를로스 벨트란마저 야디에르 몰리나의 병살타 때 아웃되면서 푸에르토리코는 6회까지 단 하나의 잔루조차 만들지 못했다).

미국은 5회초 공격에서 크리스티안 옐리치(마이애미 말린스)의 우전 적시타와 앤드류 맥커친(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내야안타로 2점을 추가했다. 미국은 7회에도 브랜든 크로포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지안카를로 스탠튼(마이애미)의 연속 적시타로 스코어를 7-0으로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은 노히트 투구를 이어가던 스트로먼이 안타를 허용하자 7회부터 불펜진을 가동했고 무사 2루에서 등판한 샘 다이슨(텍사스)은 삼진 2개를 잡으며 가볍게 위기를 넘겼다. 미국은 8회 맥커친의 내야안타로 다시 한 점을 추가했고 팻 네섹(필라델피아 필리스)과 데이비드 로버트슨(디트로이트)이 이어던지며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스라엘 대신 미국 선택한 킨슬러, 결승전 영웅 등극

2003년 텍사스에 17라운드로 지명된 킨슬러는 입단 후 3년 동안 텍사스의 유망주로 꾸준히 마이너리그 과정을 밟아나갔다. 그러던 2006년 간판타자 알폰소 소리아노(은퇴)가 워싱턴 내셔널스로 트레이드되면서 텍사스의 주전 2루수 자리를 물려 받았다. 빅리그 데뷔 3년 만에 올스타에 선발되며 성공가도를 달린 킨슬러는 2009년과 2011년 30-30클럽에 가입하며 소리아노에 이은 텍사스의 호타준족 2루수 계보를 이어갔다.

킨슬러는 2013 시즌이 끝나고 프린스 필더(은퇴)와의 트레이드로 디트로이트 유니폼을 입었다. 필더가 텍사스 이적 후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한 것과는 달리 킨슬러는 이적 첫 해부터 올스타에 선정되며 이름을 날렸다. 그리고 작년 시즌엔 28홈런 83타점으로 타격에서 맹활약했을뿐 아니라 생애 처음으로 2루수 부문 골드 글러브를 수상하며 공수겸장 2루수임을 공인 받았다.

유대계 미국인 킨슬러는 이번 WBC를 앞두고 미국과 이스라엘 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킨슬러는 '조상님의 나라' 이스라엘 대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미국을 선택했다. 킨슬러는 이번 대회 4강까지 타율 .240(25타수6안타) 1타점 4득점으로 돋보이는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결승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터트리며 2타점 2득점으로 미국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타선의 영웅이 킨슬러였다면 마운드의 주인공은 단연 선발 스트로먼이었다. 2014년 11승6패 3.65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스트로먼은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시즌 대부분을 날렸다. 하지만 작년 시즌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부상에 대한 우려를 떨쳤다. 비록 성적은 9승 10패 4.37로 매우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토론토 마운드에서 유일하게 200이닝을 넘기며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다.

이번 대회 1라운드 도미니카전에서 4.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스트로먼은 2라운드 푸에르토리코전에서 4.2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스트로먼은 5일 만에 다시 만난 푸에르토리코 타선을 6이닝까지 노히트노런으로 틀어 막으면서 2라운드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스트로먼은 앞으로도 최소 4년 동안 미국 야구를 WBC우승으로 이끈 에이스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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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결승 미국 푸에르토리코 이안 킨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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