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는 부상 변수가 없다면 작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진 외국인 원투펀치가 될 것이다. 이태양과 윤규진, 배영수, 안영명, 송은범 등이 경쟁하고 있는 토종 선발군도 양적으로 매우 풍족한 편이다. 송창식의 복귀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 점은 아쉽지만 심수창이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3.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타격 쪽이 문제다. 선수들의 이름만 놓고 보면 한가닥하는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대부분 부상에 허덕이고 있다. 정근우와 하주석은 무릎, 이용규와 송광민은 팔꿈치, 김경언은 허벅지, 윌린 로사리오는 허리와 손목 등 부상 부위도 다양하다. 만약 이들이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오지 못한다면 한화 이글스는 작년에 겪었던 '4월의 악몽'을 다시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를 통해 대체 자원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터트린 김원석과 2016년 1차 지명 출신의 2년 차 김주현 등은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주전 선수들의 대체 자원 1순위로 떠오른 선수는 따로 있다. 바로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뛰어난 장타력을 가진 내야수 신성현이 그 주인공이다.

데뷔 첫 홈런이 '특급좌완'에게 뽑은 역전 결승 만루홈런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마친 신성현은 덕수중 졸업 후 일본의 교토국제학원고로 유학을 갔다. 일본에서도 괜찮은 활약을 이어간 신성현은 히로시마 도요 카프로부터 4라운드 지명을 받고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활약했던 김무영과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신성현은 수준 높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1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5년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일본 생활을 접은 신성현은 한국으로 돌아와 2013년11월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2014년6월 연습경기에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고 결국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2014년9월 고양 원더스 해체 후 다시 무적 선수가 된 신성현은 원더스에서 함께 생활했던 김성근 감독과의 인연으로 한화에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신성현은 한화 입단 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480(25타수9안타)2홈런5타점을 기록하며 7경기 만에 초고속으로 정식 선수가 됐고 그 해 5월30일 제이크 폭스와 김경언의 부상을 틈타 1군의 부름을 받았다. 6월4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신고한 신성현은 6일 후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야구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이 각인시켰다.

신성현은 그 해 탈삼진왕에 오른 삼성의 좌완 차우찬(LG트윈스)을 상대로 무사 만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트렸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를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역전 결승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며 깜짝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타격 후 1루를 향해 달리면서 간절한 표정으로 '넘어가라 제발'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면서 한화팬들의 감동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 2군과 독립리그를 거치며 배운 간절함만으로 KBO리그에서 성공하기엔 아직 신성현은 보완할 부분이 많은 신예 선수였다. 신성현은 데뷔 첫 해 1군에서 64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25 4홈런17타점이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4개의 홈런 중에서 2개를 만루홈런으로 장식하면서 클러치 히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드러낸 부분이 위안이었다.

시범 경기 맹타에 8경기 무실책, 2017년 한화의 히트상품?

2015년 5월에 정식 선수로 등록되면서 그 해 연봉을 2400만원 밖에 수령하지 못한 신성현은 2016년 37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한화의 일원으로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물론 한화의 내야에는 1루수 로사리오, 2루수 정근우, 유격수 하주석, 3루수 송광민이라는 확실한 주전 선수들이 포진돼 있어 신성현이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다.

하지만 신성현은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278 8홈런24타점을 기록하며 첫 시즌에 비해 한층 성장한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우완 상대 타율 .188, 잠수함 상대 타율 .176였던 2015년에 비해 작년엔 우완 상대 .260, 잠수함 상대 .294로 약점을 보완한 부분이 돋보였다(물론 여전히 좌투수 상대 타율이 .311로 가장 좋았다). 뿐만 아니라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수비에서도 다재다능한 능력을 선보였다.

당초 김성근 감독은 2017년 신성현을 외야로 보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내야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리면서 신성현의 외야 전향은 없던 일이 됐다. 현재로서는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며 내야 곳곳의 빈곳을 메우는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 NC 다이노스의 지석훈이나 두산 베어스 시절의 이원석(삼성)과 비슷한 역할이다. 하지만 신성현의 시범경기 활약을 보면 백업 역할에 만족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신성현은 한화가 치른 시범경기 8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타율 .344(32타수11안타)1홈런8타점7득점1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와 타점을 기록 중이고 8경기 중에서 멀티히트를 때린 경기가 5경기나 될 정도로 타석에서 뛰어난 집중력을 과시하고 있다. 신성현은 시범경기에서 유격수로 4경기, 1루수로 3경기, 3루수로 1경기에 각각 선발 출전했는데 아직 실책은 단 1개도 저지르지 않았다.

위암을 극복하고 복귀한 정현석 정도는 아니지만 신성현 역시 젊은 나이(1990년생)에 비해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다. 게다가 얼굴도 상당히 미남이라 기량만 만개한다면 대전 한화 이글스파크에 많은 여성팬들을 모을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과연 시범경기 김성근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는 신성현은 시즌 개막 후에도 작년 시즌 웃을 일이 많지 않았던 한화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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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 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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