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지난13일(한국시간) 2016~20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밀월(3부리그)과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지난13일(한국시간) 2016~20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밀월(3부리그)과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 EPA/ 연합뉴스


슈틸리케호가 '주포' 손흥민 없이도 부담스러운 중국 원정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6차전을 치른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으로서는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선 최종예선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중국 원정경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고민이 많았다. 최근 반한 감정으로 민간함 중국 현지 분위기과 극성스러운 중국 홈팬들의 응원도 걱정거리지만, 대표팀 내부적으로도 최상의 전력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슈틸리케호 최다득점자이자 에이스로 꼽히던 손흥민(토트넘)이 경고 누적으로 이번 중국전에 뛸 수 없다는 것은 가장 큰 타격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무려 14골을 넣으며 당당히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손흥민은 A매치에서도 벌써 50경기에 출전하여 17골을 기록 중이다. 대표팀은 가장 강력한 창을 잃은 채로 중국전에 나서야 한다.

더구나 현재 대표팀은 손흥민 외에도 2선에서 전력누수가 크다. 오른쪽 측면을 책임지던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은 최근 소속팀 경기에 오랜 기간 나서지 못해 대표팀 명단에서도 아예 제외됐다. K리그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던 이재성(전북)도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나마 부상에서 회복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정상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며 중앙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줬지만, 측면에서 전문적으로 뛰어줄 수 있는 선수가 매우 부족하다. 그동안 대표팀의 최대 강점과 공격 전술의 중심이 2선에 몰려있음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타격이다.

일단 최전방 공격수들의 득점력 회복이 절실하다. 슈틸리케호는 최종예선 전반기 5경기에서 8골을 넣었지만 모두 2, 3선 미드필더들이 기록한 골이었고 정작 스트라이커가 기록한 득점은 전무했다. 슈틸리케호에서 원톱 역할을 맡았던 선수 중 지동원(아우크스)만이 딱 1골(카타르전)을 기록했지만 당시는 측면 공격수로 투입된 경기였다.

슈틸리케 '히트 상품' 이정협·김신욱, 이번에도 통할까 

 지난 13일 오전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 명단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 명단발표 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중국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자원으로 투입가능한 선수는 이정협, 김신욱, 지동원, 황희찬 등 4명이 있다. 이중 지동원과 황희찬은 중국전에서는 측면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

중국전에 나설 원톱 'A플랜'은 이번에도 일단 이정협이 유력하다. 슈틸리케호의 황태자로 꼽히는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되어 A매치 16경기 출전에 5골을 기록했다. 최전방 원톱이 상대 수비 진영을 헤집고 다니거나 몸싸움을 펼치면 2선 공격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드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공격 전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선수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정협은 지난해 다소 주춤했다. 2016년 K리그 클래식 울산으로 임대 이적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주전경쟁에서도 밀렸고 자연히 대표팀에서도 한동안 멀어졌다. 작년 11월 대표팀에 8개월만에 복귀했지만 정작 중요한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으로 실망감만을 안겼다. 대표팀은 오히려 이정협이 교체되고 난 후 김신욱을 투입하면서 힘겹게 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정협은 올시즌 원소속팀 부산으로 복귀하여 다시 2부리거 신세가 되었지만 2017년 시즌 K리그 챌린지 개막전부터 3경기 연속골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2부리그라고 할지라도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폼이 올라온 모습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정협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며 논란을 무릅쓰고 다시 이번 대표팀에 발탁했다. 소속팀보다 오히려 대표팀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여러 차례 보여준 이정협인 만큼 이번에도 기대를 거는 이유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은 슈틸리케호의 최종예선 최고 히트상품이다. 197cm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제공권과 파워는 상대팀이 알고도 못 막는 치명적 무기다. 최종예선 3경기에서 모두 후반 교체로만 투입되었지만 슈틸리케호가 기록한 두 번의 역전승(카타르전 3-2승, 우즈벡전 2-1 승)이 모두 김신욱의 투입 이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그의 존재감을 증명한다.

일각에서는 김신욱을 선발 주전 공격수로 기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에서도 일단 김신욱을 조커로 아껴둘 가능성이 더 높다. 상대의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하는 것이 위력을 더 극대화할 수 있는 데다, 오히려 처음부터 지나치게 김신욱에게만 의존하는 전략이 자칫 단조로운 '뻥축구'로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일찍 선제골을 넣고 기선을 제압하여 김신욱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다.

손흥민이 맡던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누가 대체할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서는 황희찬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오스트리아 1부리그 잘츠부르크에서 활약 중인 황희찬은 올시즌 벌써 7골을 터뜨렸다. 대표팀 차출을 앞둔 지난 20일  오스트리아 빈과 리그 홈 경기에서는 교체 출전으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5-0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손흥민을 제외하면 현재 유럽파 선수들을 통틀어 최고의 득점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황희찬은 이미 지난 해부터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받아온 선수다. 시태용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막내임에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원톱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기술축구를 선호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황희찬의 침투와 마무리 능력을 극찬하며 "공간이 나지 않더라도 기술력으로 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아직까지 A대표팀 경기에서 많이 중용되지는 못했다. 선배들의 아성이 견고했던 데다 매경기 결과가 중요한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모험적인 카드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중국전은 상황이 다르다. 측면 공격수들의 전력누수가 큰 상황에서 최전방과 2선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황희찬의 전술적 활용도는 주목받고 있다. 어린 나이에도 웬만해서는 주눅 들지 않는 패기와 배짱도 황희찬의 매력이다. 거친 경기가 예상되는 중국전에서 황희찬처럼 상대와의 기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을 만한 담력을 지닌 선수가 필요하다. 손흥민이 빠진 이번 중국전이 A대표팀에서 오히려 황희찬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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