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듣기 좋았던 반응이요? 음…. '태호가 또?' 불행한 일이 거듭 겹침이란 뜻이래요. 너무 센스있지 않나요? 하하하."

21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태준은 언제 극악무도한 살인마를 연기했냐는 듯, 밝고 유쾌한 표정으로 웃었다. 여러 아쉬움 속에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 하지만 그 안에서 빛난 배우들의 연기는, 드라마 <미씽나인>을 끝까지 놓을 수 없게 만든 요소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큰 수확이 있다면 '최태준'이라는 배우일 것이다.

<미씽나인>은 '최태준의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어드벤처물일 줄 알았던 <미씽나인>이, 잔혹 스릴러로 장르를 바꾸면서, 최태호(최태준 분)은 극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모든 갈등과 위기의 중심에는 최태호가 있었다.

"처음 캐릭터 설명을 들을 때, 갈등의 중심이고 미움을 많이 살 수 있는 캐릭터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센' 캐릭터일 줄은 몰랐죠. (웃음)"

'최태준의 재발견' 칭찬, "행복했다"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 어떤 위험에도 죽지도 않고 다시 살아나 돌아오는 최태호는 '불사조'나 다름없었다. '태호가 또'라는 우스갯소리도 '또' 살아 돌아온 최태호 캐릭터를 빗댄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최태호 한 명의 악행에 의해 이어지는 드라마 속 상황들을 '개연성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오면, 최태호를 연기한 배우 최태준에게로 화살이 가게 마련. 하지만 최태준의 연기에는 호평이 이어졌다.

- <미씽나인> 속 모든 갈등의 시작과 끝이 최태호였다. 이 때문에 드라마에 혹평이 쏟아졌지만, 최태호를 연기하는 재미는 있었을 것 같다.
"인물 자체가 감정의 변화도 크고, 삶의 파노라마가 어마어마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욕심도 많이 나고, 경험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역할이었다. 액션신도, 감정신도 많았고."

- 최근 드라마에 끔찍한 살인마들이 많이 등장했다. <피고인>의 엄기준이나, <보이스>의 김재욱보다, 최태호는 어느 정도 나쁜 놈일까?
"태호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인물은 아닌 것 같다. 첫 살인은 의도치 않은 거였고, 그걸 감추기 위해 점점 악행을 저지른다. 그러면서 무뎌지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두려워한다. 그래서 태호가 살인을 저지를 할 때마다 차이를 두고 싶었다. 물론 살인에는 어떤 명분과 이유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드라마니까, 태호가 마냥 미움받기보다는, 어느 정도 연민 받길 바랐다.

태호만 놓고 본다면, 가장 약한 캐릭터 아닐까? 처음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죗값을 달게 받았다면 악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 않았을 텐데…. 태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 거다. 하지만 가릴 수 없으니까, 감추려 하면 할수록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거지. 나름 불쌍한 친구다. (웃음)"

'아역 스타의 길' 가지 않은 이유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매직키드 마수리>에도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지만, 10년의 공백이 있었다. 뒤늦게 <빠담빠담>으로 복귀할 때까지, 그는 왜 커리어에 '쉼표'를 택했을까. ⓒ 이정민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최태준의 데뷔작은 2001년 SBS <피아노>다. <피아노>는 방영 당시 아역들의 인상적인 연기로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였다. 이 작품에서 조인성 아역을 맡았던 그는, 이듬해 KBS 2TV 인기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잘나가는 아역'의 길을 갈 수 있었지만, 그는 연기자 생활을 이어가지 않았다. 2011년 <빠담빠담>으로 복귀하기까지, 10년의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 아역을 그만둔 이유가 뭐였나.
"어린 마음에 또래 친구들의 시선과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너무 감사하지만 말이다. (웃음) 그땐 친구들과 편하게 학교도 다니고 싶고, 놀고 싶은데, 다르게 여기는 시선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춘기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연기보다는 학교생활에 전념하며 10대를 보냈다."

- 하지만 결국 연기자가 됐다. 뭐가 다시 최태준을 연기자의 길로 이끌었나.
"막연하게 어릴 때 했던 일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 그러다 예고에 진학했고, 좋은 선생님들과 친구들의 열정을 보면서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소중한 일이었구나!' 깨달았다. 그래서 입시 준비해서 연극학과에 갔고, 무대에 서는 기쁨과 재미를 알게 됐다."

- 연기를 쉰 덕에 연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은 것 같다.
"맞다. 시작은 내가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연기자를 꿈꾸면서, 이게 하고 싶다고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웃음) 그때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 이젠 연기가 소중하고 간절하다."

두 번째 데뷔 후 6년... <미씽나인>은 도전이자 기회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씽나인>은 성인 연기자로서 가히 '두 번째' 데뷔라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익숙했던 모습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 이정민


최태준이 새 마음가짐으로 복귀한 작품이 2011년 <빠담빠담>이었다. 실상 두 번의 데뷔를 한 셈이다. 첫 데뷔 때는 첫 작품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두 번째 데뷔는 달랐다. <엄마의 정원> <부탁해요, 엄마> <냄새를 보는 소녀> 등 여러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주로 착하고 정의로운 인물들을 맡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미씽나인> 최태호는 도전이자 기회였을 것이다.

 드라마 <미씽나인>에서 태호 역을 소화한 최태준. 그에겐 이처럼 인상적인 악역을 맡을 기회가 이제까지 별로 없었다.

드라마 <미씽나인>에서 태호 역을 소화한 최태준. 그에겐 이처럼 인상적인 악역을 맡을 기회가 이제까지 별로 없었다. ⓒ MBC

- 결과적으로 <미씽나인>을 통해 '최태준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기분이 어땠나. 악역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연기자가 연기로 칭찬받는 일보다 행복한 게 있을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신다. <미씽나인>은 내게 너무 좋은 기회였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악역에 대한 부담은 없었던 것 같다.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지 않나. 기회가 왔을 때 마다치 않고 열심히 하고 싶었다. 평소 세고, 남자다운 것들에 대한 욕심이 많기도 했고."

- 태호를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
"외로움. 무인도 분량 촬영할 때는 배우들과 다 같이 있었다. 대부분 같이 시작하고 같이 끝났고, 숙소도 같으니 늘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 끝나면 같이 맛집도 많이 다녔고. 덕분에 제주도 맛집에 빠삭해졌을 정도다. 너무 즐거웠다. 이렇게 함께하는 촬영의 재미를 알았는데, 서울로 오고 나서는 장도팔(김법래 분) 말고는 대부분 혼자 돌아다니니까 외롭더라. (웃음)"

-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좋아하나 보다. 원래 성격은 어떤가.
"최태호랑 비슷하냐고 물으신 분도 계셨는데 절대 아니다. (웃음) 긍정적이고 밝은 편인 것 같다."

- 예능도 잘할 것 같다. 얼마 전까지 <우결> 출연도 했고, 요즘 <안녕하세요>도 고정 출연 중인데.
"최근에 <런닝맨> 촬영도 했다. <우결>은 공개연애하는 느낌도 들더라.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요즘 <안녕하세요>도 출연하고 있는데, 내 말이 도움될진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고민 해결에 영향을 준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다. 그만큼 책임감도 들고. 신중하게 말을 건네려고 노력한다. 멋진 선배님들과 함께하고 있어서 배우는 게 많다."

이름 앞 '배우' 수식어, 아직은 어색하다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씽나인>과 그리고 최태호와 이별해야 하는 배우 최태준. 아쉬우면서도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건, 그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흡입력' 때문이다. ⓒ 이정민


-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많은 걸 배운다고 들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거니까 느끼는 것도 많을 테고. <미씽나인>을 통해 어떤 걸 얻었나.
"우선 배우가 편하면 안 된다는 걸 배운 것 같다. 배우가 노력하고, 힘들고 절실하게 연기하는 만큼, 시청자분들이 편하고 재미있게 봐주시는 것 같더라. 나태함 속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는 거, <미씽나인>에서 함께한 선배, 동료들을 보며 배웠다. 작품 끝날 때마다, 멈춰있지 않고,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배우이고 싶다. 그래야 시청자분들이 기대하실 테고,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을 테니."

- 차기작에 대한 고민도 클 것 같다. 뭔가 정해진 건 있나. 최태호가 너무 강렬해서 악역을 연달아 맡는 건 조금 부담스러울 것도 같은데.
"아직 차기작이 결정되진 않았다. 악역을 한 번 더 하는 것도 상관없을 것 같다. 악역이라고 다 같은 악역이 아니니까. 물론 밝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로코도 해보고 싶다. 동정의 여지가 없는,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해보고 싶다. 누아르 장르도 너무 좋아하고, 권력을 두고 처절하게 싸우는 이야기도 멋있는 것 같다. 아직 내가 뭘 잘하는지,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여러 장르와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 시청자로서는 어떤가. '인생 드라마', '인생 영화' 같은 게 있나.
"<하얀거탑>. 이 드라마에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부터 정치, 사랑, 배신…. 인간사의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않나. 배우들 연기도 너무 좋았다. 김명민 선배님 너무 존경한다."

- 김명민과 한 소속사 아닌가.
"처음 인사했을 때, 너무 벅차고 설렜다. 아직 선배님과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지만, 선배님과 한 회사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선배님이 낚시를 좋아하시는데 한 번은 직접 긴꼬리벵에돔이라고 엄청 귀한 고기를 잡아다 주시기도 했다. (웃음)

아직 내 이름 앞에 붙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 내게 '배우'하면, 김명민 선배님처럼 멋지고 존경스러운 선배님들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나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니까. 언젠가는 선배님들처럼 '배우'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

  MBC수목미니시리즈 <미씽나인>에서 살인자 최태호 역의 배우 최태준이 21일 오후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 그런 배우는 어떤 배우일까?
"믿음직스러운 배우. 내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시청자들이 의심하지 않는 배우."

- 이제 <미씽나인>과 이별해야 한다. 드라마와 인터뷰를 통해, 못다 한 말이 있다면?
"마지막에 다 같이 페인트칠하고 즐겁게 웃는 장면이 있지 않나. 그건 그냥 에필로그다. 태호가 죗값을 치르지 않은 게 아니다. 태호의 엔딩은 재판 장면인 거고, 태호는 지금도 감옥에서 열심히 죗값을 치르고 있을 거다. 에필로그에도 보면 태호 뒤에 경찰관 두 분 서 계신다. (웃음) 절대 살인에 대해 용서한 게 아니다. 이 기사를 읽고 계실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최태준 미씽나인 태호가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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