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을용타 사건

2003년 을용타 사건 ⓒ YouTube


한국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출전을 향한 고비에서 다시 한번 중국을 만났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에서 중국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축구 한중전의 역사를 요약하는 최대의 키워드는 단연 '공한증(恐韓症)'이다. 한국축구는 지난 38년간 18승12무1패로 중국에 완벽한 우세를 점하고 있다. 가장 최근 대결인 2016년 9월 최종예선 1차전에서도 중국을 홈에서 3-2로 제압한 바 있다. 한국대표팀이 30번 이상 싸우고도 1패 밖에 없는 팀은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을 자부하지만 축구에서는 국제 경쟁력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공한증은 중국의 축구 트라우마에 쐐기를 박은 징크스로 유명하다. 공한증이라는 표현 자체도 1990년대 이후 중국 언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시작은 1978 방콕아시안게임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이 대회 2차 리그에서 처음으로 맞대결했다. 당시 서독 분데스리가 진출을 앞두고 있던 차범근이 후반 2분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차범근의 처음이자 마지막 중국전이었고, 중국으로서는 30년 이상 계속된 기나긴 공한증의 시작이었다.

이처럼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항상 중국 축구에 우위를 점해왔지만 유쾌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만날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됐던 것이 바로 악명 높은 '소림축구'였다.

쓸데없이 거칠고 비신사적이기로 유명한 중국의 소림축구는 국제무대에서 수많은 사건사고를 양산했고, 한국도 그 피해자 중 하나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8 프랑스월드컵 출정식을 앞두고 열린 평가전에서 벌어진 황선홍의 부상 사건이었다.

당시 한국 최고 공격수였던 황선홍은 중국전에서 전반 14분에 무릎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중국 문전으로 쇄도하던 황선홍은 중국 골키퍼와 충돌한 뒤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고 쓰러지고 말았다. 당시 차범근 감독으로부터 대표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던 황선홍은, 이 부상으로 월드컵의 꿈이 결국 좌절됐다. 프랑스까지 동행은 했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에이스를 잃은 한국은 최악의 부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차범근 감독은 대회 중간에 경질당하는 불명예를 감수해야 했다.

2003년 동아시안컵에서 발생한 '을용타' 사건도 한중전을 이야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사건이다. 중국 선수들의 계속된 거친 플레이에 한국 선수들도 흥분했고, 참다 못한 이을용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볼경합 과정에서 중국의 리이가 의도적으로 이을용의 오른발 발목을 걷어차자 이에 분노한 이을용은 리이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리이는 '을용타'를 얻어맞고 쓰러졌지만 어느 정도는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져있던 양팀 선수들은 두 선수 주위에 몰려들어 집단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을용은 비록 퇴장당했지만 한국은 수적열세 속에서도 결국 승리를 거뒀다. 을용타 이후 쓰러진 리이를 위에서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보던 이을용의 위풍당당한 표정은 이후 누리꾼들에 의하여 수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나오지 말아야 할 플레이였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중국 선수들의 난폭한 소림축구에 여러 번 눈살을 찌푸려야 했던 한국 축구팬들의 심정을 달래주는 사이다같은 장면이기도 했다.

한중전 가운데 유일한 패배는 2010년 2월 10일 일본 도쿄서 열린 동아시안컵이었다. 중국에 무려 32년 만에 처음으로 당한 패배인 데다 0-3 완패를 당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감독은 경질설까지 거론될 만큼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하지만 6년 전 패배 당시 한국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박지성-이청용 등 해외파 주력들이 빠진 상황에서 선수 점검과 전술 실험에 주력하느라 동아시안컵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한국은 그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반면 중국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으나 3전 전패로 조별예선에서 광탈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도 2무 3패로 한국전에 질 경우 탈락이 확정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에 비하여 우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2000년대 이후만 놓고 보면 양국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최근 중국을 상대로 이기더라도 대부분 한 골차 이내의 박빙이거나 혹은 무승부도 많았다. 9회 연속 본선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중국 원정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내야만 최종예선 후반기 일정의 순항을 기대할 수 있다. 승리는 물론이고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인한 전력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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