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수상하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다양성 부문에서 상을 받게 되었다. ⓒ JTBC


JTBC <비정상회담>이 지난 20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다양성' 부문을 수상했다. 올해로 9회째인 '방송대상' 측은 "<비정상회담>이 다양한 국적의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가 사는 세상에 관해 자유롭고 심도 있게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타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시상 배경을 전했다.
'다양성'이란 부문이 생소했다 했더니, 올해 신설된 분야라는 전언이다. 20일로 141회를 맞은 JTBC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정상회담>으로서는 꽤 감개무량한 소식이었을 듯싶다. 무려 '방송통신위원회'가 프로그램의 취지를 십분 이해해 신설한 '다양성' 분야의 첫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니 말이다.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세계 정상 회담이 있다면, 여기, 국제 청년들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국 세계 청년들이 뭉쳤다! 기성세대의 멘탈을 흔드는 비정상적이고 재기발랄한 세계의 젊은 시선! 과연 그들은 한국 청춘들이 봉착한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매주 다양한 국가의 청년들이 핫(Hot)한 안건을 놓고 펼치는 토론의 현장! 행복을 갈구하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더욱 명확하고 색깔 있는 미래의 답을 제시한다!"

<비정상회담>이 표방한 기획의도다. 일견 다양한 국가의 '남성' 청년들을 한데 모아 놓고 한 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비정상회담>은 JTBC 예능의 신선함을 대변하며 방송 초기 '핫'한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남성판 <미녀들의 수다>와는 진일보한 프로그램이란 평가가 대다수였다. 타일러 라쉬나 다니엘 린네만과 같은 에듀테인먼트에 더 어울리는 외국인 방송인을 배출하기도 했고, 샘 오취리는 예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다.

한데, 지금 현시점에서 '다양성'이란 미명 하에 이뤄진 <비정상회담>의 수상이 적기인지는 살짝 의아해진다.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던 바다. 그 한계가 훨씬 더 수준 높게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을 갉아먹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도 갈수록 동의하게 된다. <비정상회담>의 다양성은 진정한 '다양성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가.

<비정상회담>의 '다양성' 부문 수상, 적기인가

 JTBC <비정상회담>

JTBC <비정상회담>의 구성은 정작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 ⓒ JTBC


우선 제기될 수 있는, 아니 지금도 지적되는 문제는 여성 '비정상'의 존재 여부다. '최초의 여성 비정상 대표'란 타이틀을 걸고 폴란드의 아델라와 이란의 수데가 출연한 것이 107회째였던 작년 7월경이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꾸준히 제기됐던 남성편향적인 프로그램 전체 시선은 지금도 고정돼 있다.

2기가 출범하면서 간간히 여성 일일 비정상 대표가 출연하긴 했지만, 그 때뿐이었다. 생각할수록 의아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훨씬 더 풍성하고 차별화된 혹은 균형잡힌 시선을 담아낼 수 있는 여성 출연자의 비율을 왜 높이지 않는지 말이다. 실제로, 그런 방송이 존재하기도 했다. 

리바아 대표로 111회와 115회에 출연했던 아미라는 각국의 식민 역사를 토론했던 '광복절 특집'에서 이탈리아와 리비아의 식민-피식민 역사에 대해 열띠게 논쟁하기도 했다. 또 리비아 출신 여성으로서 '부르키니 논란'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쳐내 주목을 받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타일러 러쉬에 버금가진 못하더라도 현 출연자들 못지 않은 지적이고 토론에 능한 여성 출연자를 출연시킬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결국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20대 서구 중심의 남성들이 수다를 떠는 와중에 30대 한국 MC들이 언제나 'K-감성'으로 토론을 마무리하는 작금의 <비정상회담>의 정체성을 버리고 싶지 않아 보인다고 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남자들의 가감 없는 수다는 기존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겹도록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그걸 꼭 외국인들의 한국어로 재생, 반복해야 하나.

<비정상회담>에서 보고 싶은 몇 가지 장면들

 JTBC <비정상회담>

남성 그리고 백인 위주의 패널 구성은 이전부터 여러 논란을 낳았다. ⓒ JTBC


그러면서 협소해지는 것은 결국 <비정상회담>의 성격과 재미 그 자체다. 소위 '남탕', '알탕'이라 칭해지는 남성 중심적인 시선과 함께 아프리카나 중동,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 제3세계 국가 출신 패널이 소수여서 벌어지는 협소한 토론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강대국의 패권주의와 같은 주제들은 현란한 토론이 이뤄진다. 출연진의 국적을 감안하면 고개가끄덕여진다. '브렉시트'와 같은 주제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서 주로 소외되는 출연자가 누구일지는 명약관화하다. 아시아 역시 한중일에 치우침으로서 각국의 민족주의적 편향을 종종 마주해야 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JTBC <비정상회담>

기대를 모았던 JTBC <비정상회담> 141화는 다소 아쉬웠다. ⓒ JTBC


그러면서 주제 역시 협소해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이슈를 가져 온 '찬반 토론'가 자리를 잡았지만, 그 이슈 역시 수박 겉핥기거나 강대국의 논리를 그대로 전파하기 십상이다. 20일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슈나 각 나라의 외교 보복 사례를 주제로 벌인 토론이 그 비근한 예다. 맥이 빠지거나 짧은 촌평에 그치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제작진의 고충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모든 외국인 출연자가 타일러 러쉬와 같은 지적 수준과 한국어 실력을 자랑할 수는 없다. 교양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 본연의 자세를 견지해야겠다는 의무감(?)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안들은 이미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지적돼왔던 바다. 여성 출연자의 부재와 남성 편향적인 시선, 영미 유럽 중심의 출연자 국적과 그리고 'K-예능' 특유의 패거리 감성까지. 2014년 방송된 이후 얼마간 <비정상회담>이 폭발적인 화제를 끌었던 이유는 비단 '신선함'만은 아니었지 않은가.   

적어도 <비정상회담>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시상하는 첫 '다양성' 부문을 수상한 프로그램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려면, 그리고 141회를 넘긴 장수 프로그램으로서의 지속성을 가져가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의 성격과 위상을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애초부터 가져간 '정상', '비정상'이란 수식의 비정상성을 논외로 칠 수 있다면, <비정상회담>은 여전히 유의미한 '포맷'이 맞다. 지금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시사적인 주제를 논하면서도 의미와 균형감, 재미를 모두 갖춘 '교양' 아닌 '예능'으로서의 가치를 뽐낼 수 있는. 이건 정말 아쉬워서 하는 얘기다.

비정상회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