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동현배는 '오랜만에' 상업영화로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걸 준비하려 했고, 치열하게 했다"는 그의 말에서 이번 작품이 그에게 갖는 의미가 남다름을 알 수 있었다. ⓒ 이정민


6년 전 만남, 으레 신인이라면 나눴을 각오와 목표가 유독 간절하게 들렸었다. 영화 <잠복근무>(2008)의 단역을 거쳐 단편 <변신이야기>(2011)로 작게나마 주연을 맡았던 배우 동현배(34)에 대한 기억이다. 가수이자 친동생인 태양과 경쟁하듯 어릴 땐 노랠 불렀고, 음악이 좋아 고등학생 땐 그룹사운드 일원으로 활동하다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연기에 맛을 들였다.

그 후로 동현배는 외길 인생을 걸었다. 지금도 예능 프로나 일부 기사에선 '빅뱅 태양의 형'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곤 하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우리 집에서 연예인 역할은 태양이 한다"며 짐짓 웃어 보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으로 동현배는 4년 만에 상업영화에 모습을 드러냈다. 극중 좌충우돌 형사 나정안(한채아 분)의 동료로 등장해 활발한 액션과 동시에 나름 짝사랑 연기도 펼쳤다. 길지 않은 등장이었음에도 동현배의 존재감이 드러나기엔 충분했다. "정말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서 내 역할로 연기하는 거라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준비했다"며 그는 낮은 목소리를 말했지만 그 안에 일종의 독기가 느껴졌다. 영화 출연에 대한 간절함의 화학작용이었을까.

치열함 더하기 치열함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은 극중 정안을 은근히 챙기고 배려한다. 나름 애정 관계인 셈. 동현배는 "그걸 표현하려 여러 콘셉트를 잡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은 극중 정안을 은근히 챙기고 배려한다. 나름 애정 관계인 셈. 동현배는 "그걸 표현하려 여러 콘셉트를 잡아가기도 했다"고 밝혔다. ⓒ 스톰픽쳐스코리아


지난해 동현배는 연극 무대에 섰고, 몇 편의 단편을 찍었다. 만에 하나를 대비해 액션스쿨에도 꾸준히 다녀 몸을 다져왔다. <비정규직 특수요원> 속 형사 재용(동현배 분)은 어쩌면 그런 그에게 선물 같은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연극 무대에 함께 한 친구가 자긴 모든 스트레스를 무대 위에서 다 해소한다더라. 매회 같은 연기를 보이는 게 아니거든. 그게 부럽기도 했고, 그 기분이 궁금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이 그런 면에선 일종의 한을 푸는 작품이었다. 감독님에게 욕을 먹을지언정 치열하게 더 준비해가려 했다. 액션 장면도 사실 촬영 현장에서 30분 정도 연습하고 만들어진 거다. 즉석에서 제안이 왔는데 진짜 감사했지. 안 그래도 속으로 '액션 한번 원 없이 해봤으면' 생각하고 있었던 때였다(웃음).

일단 영화는 두 여성(강예원, 한채아)이 주인공이다. 이번 영화를 계기로 보다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공주>를 같이 한 천우희씨를 만났었는데 그런 비슷한 얘길 나눴다. 좋은 배우가 정말 많은데 작품이 더 다양해진다면, 내 스스로도 그렇고 관객 분들 입장에서도 더 행복할 것 같다."

이번 작품으로 동현배는 가족들을 당당히 시사회에 초대하게 됐다. 그간엔 너무 역할이 작거나 크더라도 단편 영화들이었기에 애써 모시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당당히 모셨다. "오디션 볼 때보다 가족 앞에서 연기하는 게 더 떨리더라"고 그가 운을 뗐다. 그만큼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봐 온 이들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태양의 이야기도 나왔다.

"우리 집에서 연예인은 단연 태양이다. 연기한답시고 혹여나 내가 부모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아닌가 한때는 마음이 좀 그랬다. 언제였던가, 어머니랑 술 한 잔을 하는데 '영배(태양의 본명)는 참 연예인 같다'고 하시더라. 그럼 난? 물었는데 '넌 아들 같아' 이러셨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뭔가 복잡했다. 알게 모르게 지난해에 내가 가족들 눈치를 본 거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혼자 동 떨어진 느낌이었다. 한동안 대화를 안 하기도 했다. 그렇게 집에서는 수다쟁이인데(웃음).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설날 때 편지를 써서 드렸다. 4장 정도 되더라. 그렇게 쓴 건 처음이었다. 요약하자면 언젠가 인정받을 테니까 연기 계속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신과의 싸움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고등학생 때 같이 연기 연습하고 준비하던 친구들이 다 그만뒀다"며 담담하게 말을 잇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따지고 보면 스타 배우든 무명 배우든 관계자들의 선택을 받고, 나아가 대중의 끊임없는 사랑이 필요한 비정규직에 해당한다. 지난해 배우 다니엘 헤니, 수현 등이 소속한 회사와 계약하기 전까지 3년 정도 홀로서기를 시도했던 동현배는 오디션 기회를 얻기 위해 자기 프로필을 들고 여러 영화 제작사를 전전하던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프로필은 한쪽으로 치워지거나 버려지기 일쑤였다.

"(내 입장에선) 비정규직 이 단어 하나만으로 와 닿긴 한다. 요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절 아는 분도 있고 모르시는 분도 있는데, 배우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뭘 했다고 할 게 많지 않으니까. 어떤 분은 예능인으로 보기도 하더라. 그래도 나름 떳떳하게 배우라고 하긴 한다. 모든 배우들이 그런 면에선 떳떳했으면 한다."

운명적이라 생각한 배우의 길을 벗어나고 싶었을 땐 없었을까. "왜 없었겠나"라며 그가 답했다. "왜 이 길을 택해서 힘들게 살까. 이게 아니었으면 동생과도 더 재밌게 지냈을 거고, 가족과도 더 잘 지냈을 텐데"라던 동현배는 "배우를 안 하면 뭘 할 수 있을까 다른 직업을 생각해보기도 했다"며 멋쩍은 듯 웃어보였다. 이런 면에선 동생과 나눌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사실 동생과 밥 한 번을 같이 먹기 힘들다. 작년에 한 번 같이 고기를 먹긴 했다. 주로 내가 일 얘길 먼저 하는 편이다. 근데 어머니를 통해 이미 들어서 알고 있더라(웃음). 동생은 내 나이나 방향을 걱정하고, 난 동생의 건강을 염려하곤 한다. 요즘엔 문자에 하트도 보내고 웃음 표시를 보내기도 한다. 영배가 좀 달라졌다(웃음)."

무거울 수 있는 질문을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받아낸다. 이것 역시 그가 지난 10년 여를 버텨온 힘일 것이다. 다행인 건 올해 들어 바쁘게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사실. "최근 4편의 영화 오디션을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기회 자체가 소중함을 알기에 더 치열하게 하겠다"고 각오를 다져 보였다.

바야흐로 봄이 다가온다. 올해 <비정규직 특수요원> 출연으로 첫 단추를 나름 잘 채운 그의 이후를 응원해본다.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에서 재용 역의 배우 동현배가 16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족이 지난 시간을 버티게 한 힘이다" 동현배는 자신있게 말했다. 익명의 다수에게 인정받기 전에 가족에게 자신을 증명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어쩌면 이미 이뤄졌는지 모른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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