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오마이스타는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리더의 조건'을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내 이름 찍힌 투표용지 하나 없이, 대통령직 코앞에 와 버렸어. 이 나라 민주주의는 과대평가 됐다고."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절대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종류의 인간형들. 함께 있을 땐 천군만마일지 모르지만, 적으로 만나면 무시무시하게 돌변할 게 빤한 육식 동물형 인간들. 아찔하지 않은가. 그들이 정치하는 것도 모자라 획득해 낸 절대 권력을 무법적으로 휘두른다면, 급기야 '괴물'로 무럭무럭 자라난다면.

게다가 이 '정치' 괴물은 민주당 하원 의회 원내 총무를 거쳐 부통령의 자리를 차지하고(시즌1),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 몰아넣은 후 자진 하야한 대통령의 뒤를 이어 백악관 주인으로 무혈입성하며(시즌2), 경제 위기로 인해 약속했던 불출마 선언은 어느덧 내팽개친 채 재선에 도전한다(시즌3).

올여름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전 세계에 독점 배급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괴물 '넷플릭스'. 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범 인터넷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를 작금의 위치에 있게 한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정치인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스 분)는 한 마디로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과 그 허점을 먹고 자란 괴물과 같은 정치인이다.
양당 체제와 수정 헌법, 의회주의가 지배하는 미 민주주의 시스템이 "과대평가"됐다고 단언하는 그는 거짓말과 협잡, 배신으로 점철된 권모술수가 '진짜 정치'라고 믿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정치철학을 드라마로 현현한 당대 최고의 정치 드라마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시즌4에서 그는 급기야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업보로 인해 총기 암살 시도를 당하고, 사경을 헤매게 된다. 이를 틈타 그에 버금가는 권력욕에 사로잡힌 아내는 유엔 대사에 이어 부통령 자리를 탐하게 된다(시즌4).

딱히 다가오지 않는다고? 그런 '욕망의 화신'들은 곳곳에 널린 것 아니냐고.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역시 팬임을 자임했던 프랭크 언더우드는 전무후무, 유일무이한 정치 괴물 캐릭터다. 아니, 정치인과 '정(치)덕(후)'은 물론 정치에 관심이 많은 일반 국민까지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우리 시대의 텍스트 맞다.

특히나, 현직 대통령을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핵시킨 대한민국 국민들이 조기대선을 앞둔 작금의 시기에 참고로 삼아야 할 최적의 텍스트라 할 만하다. 이 드라마엔 더군다나 비선실세, 대통령 탄핵 과정, 권력자 주위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모두 등장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흡사 단순한 정치 드라마가 아닌 오싹한 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이유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이 드라마엔 더군다나 비선실세, 대통령 탄핵 과정, 권력자 주위에 어른거리는 죽음의 그림자가 모두 등장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흡사 단순한 정치 드라마가 아닌 오싹한 정치 스릴러에 가까운 이유다.ⓒ 넷플릭스


정치적 야망의 화신, 프랭크 언더우드 

프랭크 언더우드. 가난한 백인 하층 계급으로 태어났다. 육군사관학교와 로스쿨을 거쳐, 11번 하원의원에 당선된 '개천에서 용' 난, 일견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그를 지탱해 준 한 축은 젊은 시절 남편의 야망이 가져올 결과를 이미 확신했던 아내 클레어(로빈 라이트 분)였다. 부잣집 딸이면서도 남편의 출신을 문제 삼은 어머니와 의절할 만큼 강단 있는 클레어는 NGO를 이끄는 수완가이자 프랭크의 정치적·정신적인 일급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를 괴물로 만든 건 결국 제어할 수 없는 권력욕이었으리라. 자신을 국방부 장관에 임명하기로 한 민주당 출신 신임 대통령이 '배신'을 때렸다. 자신의 '헌신'을 '정치적'인 이유로 내팽개쳤다. 복수, 복수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정치력을 인정받고, 모든 정치인의 꿈인 대통령직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여기서부터다. 이 유력 정치인의 '막장'급 권모술수의 향연이 출발 궤도에 오르게 되는 것은.

우선 국방부 장관 임명자를 끌어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력자가 필요하다. 출세와 특종에 목마른 <워싱턴 헤럴드>의 초짜 기자 조이 반스가 제격이다. 백악관과 워싱턴을 들썩일 특종을 몰래 제공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를 맺은 프랭크와 반스는 육체적인 관계까지 맺는다. 그러면서 프랭크는 현 대통령이 업적으로 삼으려 했던 교육개혁법안의 공도 무자비하게 찬탈해 버린다. 매사 그런 식이다. 술수와 거짓말은 정치력과 협상의 같은 뜻 다른 말일 뿐이다.

또 한 명, 정치적 들러리가 싫은 부통령을 자발적으로 끌어내릴(?) '인재'도 필요했다. 알코올과 마약 중독에 찌든 젊은 하원 의원 피터 루소를 협박해 수하로 만든 건 더없이 유용했다. 프랭크는 피터를 부통령의 지역구에 주지사 후보로 내보낸다. 이 '젊은 피'가 마뜩잖던 부통령은 주지사로의 복귀를 선언하고, 프랭크는 대통령의 20년 지기 비선 실세인 대기업 총수를 가까스로 제치고 공석이 된 부통령 자리를 거머쥐게 된다.

프랭크 언더우드는 한 마디로 늪 같은 존재다. 그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삶이 파괴되거나 망가진다. '가신'인 보좌관 더글러스 스탬퍼를 비롯해 프랭크가 건드리는 인물들은 죄다 범죄 혹은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거나 그의 협잡에 동조했다가 버림받는다. 죄다 프랭크가 잡은 약점에 휘둘리거나 자신의 욕망이나 곤궁한 처지에 손을 내민 이들이다. 프랭크의 손길은 '메피스토'의 그것만큼이나 달콤하지만 파괴적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프랭크 언더우드는 한 마디로 늪 같은 존재다. 그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삶이 파괴되거나 망가진다.ⓒ 넷플릭스


심지어, 프랭크가 필요하다면 목숨까지 내놓아야 한다. <하우스 오브 카드>가 극적이라고? 박근혜씨의 5촌 살인사건의 정황을 두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우리는 박근혜씨 주변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두고 '소름'을 연발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 프랭크 언더우드가 직접 피를 묻힌 사람은 둘 뿐이었다. 또한 드라마 속 비선 실세는 문자 그대로 '키친 캐비넷'이었다(비록 프랭크 언더우드와의 경쟁 관계에서 중국과의 밀약이 드러나면서 국정조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하게 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 괴물은 대통령의 권좌에 오르고, 재선에 도전하며, 파트너에게 부통령의 자리까지 약속하게 된다. 그렇게 <하우스 오브 카드>는 권력에 도취한 리더십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 괴물은 어떻게 진화하고 권력을 유지하는가에 대한 무시무시한 현실보고서라 할 수 있다.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이 미친 권력자가 드라마 속 미국의 일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그리고 미디어와 정보기관을 어떻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시키고 유지하는가를 '명장'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제작진은 너무나도 그럴싸하게 그려낸다. 그것이야말로 워싱턴과 미 정가가, 그리고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드라마 팬들이 이 무시무시한 현실적인 정치 스릴러를 사랑해 마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드라마를 다시 들춰봐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자를 탄핵으로 내쫓은 한국의 국민이라면 더더욱 이 프랭크 언더우드와 우리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교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프랭크를 지탱해 준 한 축은 젊은 시절 남편의 야망의 결과를 이미 확신했던 아내 클레어(로빈 라이트 분)였다.ⓒ 넷플릭스


프랭크 언더우드와 박근혜

프랭크 언더우드는 일단, 유능하다. 11선 의원만이 지니는 동물적인 정치 감각과 인맥, 금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정치혐오'가 한국 못지않은 미 워싱턴 정가에서 그는 누구보다 성공한 정치인이다. 인간 심리에 관한 이해가 정신과 의사 뺨치는 수준인 데다, 그 감각을 정당정치와 언론플레이, 인간관계의 섭취(?)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줄 안다. 정치인은 물론 미디어와 일반 대중을 압도하는 (거짓말로 점철된) 언행은 '유혹의 기술'을 다시 써도 좋을 법한 교본이라 할 만하다.

이 모든 능력의 꼭짓점엔 탁월한 '권력관계의 이해'가 자리한다. 한 마디로, 프랭크 언더우드는 '밀당'의 고수다. 하나를 주면 둘을 받고, 받았으면 자신의 사람으로 옭아매며, 자신이 빠져나갈 구멍은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만들어 낸다. 안 되면 정면 돌파요, 제거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 '사익의 공익화'를 귀신같이 합리화시킨다. 그게 다 일단 획득한 권력으로부터 나온다. '언터처블'에 가까운 이 프랭크 언더우드는 능력과 권력, 욕망이 삼위일체를 이룬 괴물이다(아내와 함께 경호원을 유혹하는 이른바 '쓰리썸'을 암시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더욱 오싹하다). 그만큼 탄탄해서 무서울 지경의 강한 '멘탈'의 소유자다. 무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어쨌든, 통치의 기술만큼은 탁월하다.

반면, 우리의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어떠한가. 일단, 무능했다. 토론은커녕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인간관계의 ABC를 모르니, 대면보고도, 토론도, 기자회견도 회피했다. '권력관계의 이해'보다 '절대권력'만 학습했고, 그래서 의전에 집착했다. 연설문과 정책 결정까지 비선 실세나 보좌관들이 없으면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찰 조사 마친 박근혜 2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 넘게 조사와 조서 검토를 위해 머문 뒤 귀가하고 있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 무능한 이가 어릴 적 체득한 권력욕만 지닌 상태로 대통령이 됐을 때 펼쳐낼 수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과 무책임을 전 세계에 자랑한 꼴이 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게다가, 사익도 사익이었고, 공익도 사익이었다. 그게 다 '절친' 최순실과 최씨 일가와의 오래된 관계에서 비롯됐다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무능한 이가 어릴 적 체득한 권력욕만 지닌 상태로 대통령이 됐을 때 펼쳐낼 수 있는 국정운영의 난맥과 무책임을 전 세계에 자랑한 꼴이 됐다. 적어도, '흙수저' 프랭크 언더우드는 일정 정도 자신의 능력으로 권좌에 올랐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리더의 조건'을 제시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국민들은 어떤 정치 괴물들을 피해야 하는가"에 가깝다. 아니, '대통령직'을 위시한 대다수 현대 정치인의 리더십은 어떻게 유지되고 발전되는가에 대한 드라마틱하고 잔혹한 미국식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관객을 향해 말을 걸어 오는 언더우드의 입을 통해 꾸준히 언급되긴 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일화나 단·장점들이.

일견 프랭크 언더우드 역시 '사익의 공익화'만 아니었다면, 지극히 냉정하고 현실적인 능력을 지닌 성공한 대통령의 요건을 지녔다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공익보다 사익이 먼저였고, 스스로 권력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다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재선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재선에 도전한 순간, 집요한 저널리스트와 반대파들에 의해 살인을 비롯한 그의 부패상이 낱낱이 까발려질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는 파면됐다. 박근혜씨는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 까발려지기 직전 개헌카드를 꺼내 들었다. 국민은 웃었다. 프랭크 언더우드 역시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그는 ISIS를 연상시키는 중동 테러집단과의 불필요한, 그러나 실제적인 동시에 잔혹한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테러에 복종하지 않는다. 우리가 테러를 만든다"고. 시즌4의 마지막 장면이다. '우리 시대의 정치학 교과서 <하우스 오브 카드>. 이 정치 괴물이 만들어낼 공포정치를 직접 확인하시라. 처음으로 맞이한 '트럼프 시대'인 오는 5월 넷플릭스가 새로운 시즌5를 예고 중이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현직 대통령을 정당한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핵시킨 대한민국 국민들이 조기대선을 앞둔 작금의 시기에 참고로 삼아야 할 최적의 텍스트라 할 만하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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