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 관련 사진.

▲ 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 포스터. ⓒ NEW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싶을 만큼 돈을 다루고 있습니다. 돈과 인생은 불가분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공통관심사가 담겼기에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생각하는 지점이 많지 않을까요."

배우 임시완의 마무리 발언은 '돈'이었다. 20일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원라인>이 언론에 선 공개됐다. 배우들은 말 그대로 돈에 미쳐 날뛰었고, 돈 때문에 사람을 버리고 속이는 데 집중했다.

영화는 지난 2005년에서 2006년을 배경으로 한창 유행하던 각종 담보대출 사기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은행 대출이 불가한 사람들을 상대로 그 자격을 세탁해 은행권을 상대로 한 당시로선 일종의 신종수법이었다. 임시완은 그 세계에 첫 발을 내디딘 사기유망주 민 대리, 진구는 업계의 고수 장 과장 역을 맡았다. 이와 함께 박병은, 이동휘, 김선영 등이 사기단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본질은 금권

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 관련 사진.

▲ 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의 한 장면. ⓒ NEW


설정만 놓고 보면 한 바탕 가볍게 치고 빠질 속도감 빠른 오락영화 같다. <원라인>은 그보단 묵직하다. 서민을 등쳐먹는 사기단과 그들 사이의 내분을 나름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사실 그에 결탁한 또 다른 제도권 인물들을 놓치지 않았다. 돈에 눈이 먼 일반인들과 양아치들, 이들의 뒤를 봐주거나 결탁해 버린 검찰과 금융권 인사들이 다 맞물려 있다. 곧 빠르게 성장한 한국형 자본주의의 민낯이 묘사된 셈이다.

해당 시나리오를 5년 간 준비한 양경모 감독은 이 작품이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 됐다. 금융 범죄를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먼저 개봉한 <마스터>와 비교될 여지가 크다는 취재진 질문에 "일단은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 영화를 위해 여기저기 작업 대출 업자를 만나고 다녔습니다. 불법적 일을 하고 있음에도 그런 인식이 없고, 오히려 자기들이 사람들을 돕는 일 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믿을까 의아했는데 그들에게 대출받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나쁜 일 하는 사람인 게 맞고 서민을 등쳐먹는 행동을 했지만, 그 이면에 있는 큰 시스템이 본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에 각 은행 관계자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 얘기될 수 있는데 여러 상황과 비하인드가 있어요.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5년간 발로 뛰며 준비했습니다. 다른 부분은 흉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뺏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준비하며 문제에 대한 답은 못 찾았지만 적어도 (자본과 시스템에 대해) 질문하는 역할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양경모 감독)

그만큼 몸으로 준비했다는 뜻이다, 양경모 감독은 출연배우를 섭외할 때도 "사실적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의 목적과 동기가 분명한 분들이 좋았다"며 "함께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배우들을 모시려 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면모   

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 관련 사진.

▲ 영화 <원라인> 영화 <원라인>의 한 장면. 김선영의 모습이다. ⓒ NEW


감독의 자신 있는 말대로 그간 영화에서 충분히 조명 받지 못했던 배우들이 대거 전면에 섰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박병은, 김선영 등이 사기단 패거리로 등장해 긴장감을 더한다. 양경모 감독은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않은 색다른 모습을 배우들을 통해 보이고 싶었다"며 "뻔한 악역이 아닌 세밀한 악역의 모습을 박병은 배우를 통해 보이고 싶었고, 김선영 배우는 <응답하라 1988>로 잘 알려지기 전부터 대학로 무대를 보며 알던 사이"라고 소개했다.

"제작사를 통해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혼자 카페에서 여러 번 읽었습니다. 박 실장(극중 이름) 역을 잘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캐릭터에 접근할 때 수만 가지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제 몸이 그렇게 훈련돼 있는데요. 이번 캐릭터는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하나만 생각하자고 잡았어요. 즐겁게 작업하자였습니다." (박병은)

이어 양경모 감독은 <원라인>에 담긴 몇몇 소품과 설정을 소개했다. 이중엔 지금은 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폴더형 휴대폰, 비디오방, 싸이월드 홈페이지 등도 묘사돼 있다. 양 감독은 "2005년 당시가 많은 것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던 시기였다"며 "그 과정에서 생긴 용어가 원라인이었는데, 누군가는 그걸로 신종 사기를 벌일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양 감독은 "그때가 또 구권에서 신권으로 지폐가 바뀌는 시기였고, 그걸 받기 위해 한국은행 앞에 늘어섰던 사람들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다"며 "그래서 2005년과 2006년을 배경으로 고집했다"고 덧붙였다.

'원라인' 다 합치면 6천만 배우들  배우 진구, 임시완, 김선영, 박병은, 이동휘가 27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원라인>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원라인>은 '작업대출'의 이면을 파헤치며 그 안에서 서로를 속이는 신종 범죄 사기단의 이야기를 담아낸 신종 범죄 오락 영화다. 3월 29일 개봉.

▲ <원라인> 출연배우들. 배우 진구, 임시완, 김선영, 박병은, 이동휘의 모습. 지난 2월 진행된 영화 제작보고회 자리다. ⓒ 이정민


감독과 배우들 말대로 시대와 소재는 과거지만 왜곡된 자본주의 병폐는 여전하다. 영화에서 금융권 인사를 '하나님'으로 그들과의 비밀 만남을 '예배'로 표현한 부분에선 금권이 곧 신권이 된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릴 법하다. 영화의 대사 하나를 옮긴다. 이제 막 사기를 시작한 민 대리에게 향한 장 과장(진구 분)의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 누군 줄 알아? 바로 돈 많은 놈들이야. 뒤에서 각종 더러운 짓들을 하거든."

탄탄한 구성력, 그리고 각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점은 오락영화로서 <원라인>이 갖춘 미덕이다. 케이퍼 무비(범죄물)의 틀 안에서 현실을 나름 충실하게 변주했다. 덤으로 감독이 각 장면에 깔아놓은 여러 오마주와 상징(범죄에 이용되는 은행들 이름이 조선은행, 동아은행, 서울은행이다)들을 찾는 재미 또한 있다. 다만, 131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은 상대적으로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하기엔 좀 길다는 느낌이다.

개봉은 오는 3월 29일.

한 줄 평 : 기성 배우들의 새로운 발견 등 영화적 시도가 가득하다
평점 : ★★★☆(3.5/5)

영화 <원라인> 관련 정보
각본 및 연출 : 양경모
장르 : 범죄 오락
제공 및 배급 : NEW
제작 : 미인픽쳐스, (주)곽픽펴스
크랭크인 : 2016년 1월 30일
크랭크업 : 2016년 5월 30일
관람가 :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131분
개봉 : 2017년 3월 29일


원라인 임시완 진구 박병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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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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