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본머스 꺾고 선두 도약 지난 2015년 12월 28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본머스와 아스널과의 EPL 경기에서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영국 런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본머스와 아스널과의 EPL 경기에서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위기는 늘 찾아오기 마련이다. 허나 최근 아스널에게 찾아온 위기는 심상치가 않다. 그저 일시적으로 맞는 단순한 슬럼프라고 치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번 시즌 내내, 아니 지난 몇 시즌 간 줄곧 이어져 온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스널은 최근 리버풀, 웨스트 브롬을 상대하며 리그 2연패, 그리고 원정 3연패를 기록 중이다.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 리그 16강 2경기를 포함하면 연달아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간에 FA컵 경기를 두 차례 치르며 승리를 맛보긴 했지만, 상대였던 서튼 유나이티드와 링컨 시티를 꺾었다고 해서 기뻐하는 팬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승은 이미 바라보기 힘들어졌으나, 지금 프리미어 리그는 2위부터 7위까지 승점차가 매우 촘촘하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 확보를 위해서는 남은 리그 경기에서 착실히 승점을 쌓아야 하는 아스널이 웨스트 브롬에게 패한 것은 상당히 타격이 크다.

# 그 유명한 무패우승도 벌써 13년 전의 일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명장임을 분명한 사실이다. 그가 아스널에 부임한 이후로 팀에 가져온 영광은 매우 눈부셨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배하고 있던 프리미어리그에서 97-98, 01-02, 03-04시즌 세 차례 우승을 했으며, 동시에 벵거 감독은 우승한 시즌에 모두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특히 03-04시즌에는 무려 무패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우며 역사에 남을 만한 팀을 만들어냈다. 또한 FA컵에서는 무려 6번이나 우승을 차지하며 FA컵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아쉬운 점은 단 한 번도 유럽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 했다는 것이다. 05-06시즌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해냈지만,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버티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07-08시즌에는 8강 진출, 08-09시즌에는 4강 지출을 하는 등 꽤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10-11시즌부터는 계속해서 16강에 머무르는 암흑기를 걷고 있다.

아스널의 암흑기는 유럽 대항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03-04시즌 무패우승을 마지막으로 무려 13시즌 동안 리그 우승을 맛보지 못 했다. 그렇다고 아스널이 날개 없는 추락을 한 것도 아니다. 벵거 감독 부임 이후로 아스널은 단 한 차례도 4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강팀이었으나, 항상 딱 그 정도에 그쳤다는 것이 팬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더 이상 아스널의 4위는 과학이라는 얘기가 그저 우스갯소리로 흘려 넘길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아직도 아스널이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신축으로 인해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한다면, 그것은 이제는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2013년 무려 4000만 파운드가 넘는 거금을 들여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메수트 외질을 데려왔으며, 이듬해인 2014년 바르셀로나에서 알렉시스 산체스를 영입할 때도 35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지불했다. 게다가 2015년에는 첼시의 레전드 페트르 체흐까지 영입하면서 3년 연속으로 빅 사이닝을 이어왔다. 이는 아스널도 이제는 이적 시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줄 만한 여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승리를 향한 "집념"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가장 큰 문제는 벵거 감독과 선수들이 팬들에게 우승에 대한 집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극의 본격적인 시작은 챔피언스 리그였다.

토트넘, 아스널, 맨시티 등 프리미어 리그의 팀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지난 시즌 챔피언인 레스터 시티만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리그에서는 15위에 머무르며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만은 EPL 챔피언다운 행보를 걷고 있다. 라니에리 전 감독의 경질되고 선수들의 태업이 있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와중에 스페인의 강호 세비야를 물리치며 8강에 진출한 것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업적이다.

아마도 지금 레스터의 8강 진출 소식에 가장 배가 아픈 팀은 아마도 아스널일 것이다. 아스널은 무려 7시즌이나 연속으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탈락에 그치고 있으니, 첫 출전한 레스터의 8강 진출이 꽤나 충격적일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동화 같은 스토리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해 여러 빅클럽들을 울리더니, 올 시즌에는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활약으로 그들에게 또 다시 비수를 꽂았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과의 2차전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코시엘니가 퇴장으로 나간 후부터는 그 어떤 집념이나 투지도 느낄 수 없었다. 아스널의 진영은 뮌헨 선수들의 놀이터였고, 아스널 선수들은 그것을 막아낼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87분, 3골이나 더 필요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정신력으로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켰던 네이마르. 그리고 또 87분, 경기 스코어 2대0, 합산 스코어 3대2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자 본인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며 자책한 제이미 바디. 이 두 선수의 승리를 향한 집념은 결국 팀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아스널에서는 그 어떤 선수도 "집념"을 보여주지 못 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아스널 팬들은 "첼시의 콘테 감독이나, AT 마드리드의 시메오네 감독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뮌헨과의 경기에서 아스널 선수들 보여준 그런 해이한 모습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은 기세로 선수들에게 불호령을 내렸을 것이다.

# 아름다운 축구도 이겼을 때 아름다운 법이다

벵거 감독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짧고 빠르면서 간결한, 즉 "아름다운 축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더 이상 벵거 감독의 전술에서는 예전의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르셀로나에서 완성시켰던 "티키타카" 점유율 축구도 메시를 필두로 한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유하고 있기에 완벽했던 것이었다. 그저 점유율만 높이고 패스 숫자만 많은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웨스트 브롬 전에서도 아스널은 경기 내내 70%가 넘는 점유율을 유지했다. 하지만 웨스트 브롬은 애초에 점유율을 가져갈 생각이 없는 팀이었다. 기록을 보면 이번 시즌 웨스트 브롬은 프리미어 리그 20개 팀 중에서 점유율과 패스가 가장 적은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하면서 아스널이 한 것은 점유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아스널은 슈팅을 10번 시도했으나 고작 2개의 유효슈팅만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웨스트 브롬은? 12개의 슈팅 시도 중 무려 8개가 유효 슈팅을 기록되었다. 아스널이 앞선 것은 점유율이 전부였다.

이제 와서 벵거 감독에게 새로운 스타일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고 시대는 변해가고 있다. 제 아무리 벵거 감독이라도 그의 능력에 의심을 가지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매 시즌 리그 4위 안에 들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것. 물론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아스널의 팬들은 우승에 굉장히 목 말라있고,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 언제까지나 그 정도의 성적만으로 팬들의 환호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큰 오산이다.

많은 아스널의 팬들이 벵거 아웃을 외치고 있으나,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정말로 개혁이 필요하다면 아스널의 보드진은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김광희 기자
아스날 벵거 EPL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