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영옥 광주FC 단장

기영옥 광주FC 단장 ⓒ 연합뉴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광주가 치명적인 오심에 울었다. 광주는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원정 경기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 시작 6분 만에 조주영의 선제골로 앞서 나가던 광주는 후반 오심 때문에 동점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후반 17분 서울 이상호가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크로스를 연결한 것이 태클로 저지하던 박동진의 몸에 맞고 굴절됐다. 심판은 박동진의 핸들링 반칙이라고 판단하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경기 흐름 뒤집은 심판의 페널티킥 선언

하지만 해당 장면 리플레이에서는 공은 박동진의 팔이 아닌 등과 옆구리 사이를 맞은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광주 선수들은 펄쩍 뛰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심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항의를 무시할 뿐이었다. 박동진은 오히려 주심에게 옐로카드까지 받아야 했다.

서울은 키커로 나선 박주영이 오심으로 얻은 PK를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실점 전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나가던 광주는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울은 후반 막판 이규로가 다시 페널티킥을 얻었고, 키커로 나선 데얀이 득점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다 보니 경기 중의 오심은 종종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판정 하나 때문에 승부의 결과까지 완전히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축구는 다른 종목에 비하여 1~2골로 승부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 스포츠다. 이렇게 경기 흐름상 중요한 고비, 더구나 득점과 직접 연결되는 상황에서 오심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을 내리라고 심판이라는 역할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리 심판도 사람이라지만 판정 하나가 승부의 운명이 바뀌는 상황에서, 팔과 등도 제대로 구분 못할 정도로 '시력이 나쁜' 심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긴 서울도 찝찝한 것은 마찬가지다. 서울은 최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연패를 당하는 졸전으로 탈락 위기에 몰려있다. K리그에서라도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지만 한 수 아래로 꼽힌 광주전에서도 전반까지의 내용은 명백한 졸전이었다. 결과를 떠나 황선홍 감독을 향한 비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은 올 시즌 ACL을 통틀어 전반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6경기에서 11골을 허용하는 동안 9골이 전반에 허용한 실점이다. 이날 탄탄한 조직력과 역습으로 무장한 광주에 후반 중반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역전승했지만 오심 논란으로 인하여 '심판의 도움 때문에 거둔 억지 1승'이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한숨 내쉰 기영옥 단장 "팬들한테 할 말이 없다"

한편 오심에 단단히 뿔이 난 광주 측은 이례적으로 경기후 사령탑 남기일 감독도 아닌 단장이 직접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기영옥 광주 단장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다. 팔에 조금이라도 스쳤다면 인정하겠지만 공이 맞지 않았다"며 분노를 감추지못했다. 기 단장은 "우리같은 시민구단들은 정말 어렵게 운영하고 있는데 이렇게 실수 하나로 승패가 뒤바뀌면 선수들이나 팬들한테 뭐라고 할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인터뷰에서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한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해 놨다. 이를 어기면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내린다. 심판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규정이다. 축구협회 임원까지 지낸 기 단장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너무나도 오심이 명백한 상황이라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기 단장의 발언은 이날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 상당히 아슬아슬한 수위까지 넘나들었다. 기 단장은 광주가 작은 시민구단이라 판정에 더욱 불이익을 받는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거듭했다. 작년에도 스플릿을 앞두고 서울과 맞대결하는 상황에서 광주 측의 완전한 페널티킥 상황이 불리지 않은 오심성 판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고의성이나 특정구단에 대한 편파판정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말을 하면 파장이 커진다. 증거가 없으니 섣불리 말을 할 수도 없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기 단장의 발언은 감정적으로 격해진 상황에서 다소 앞서간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현재 K리그에 팽배해 있는 판정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경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이런 상황을 일회성 오심으로 적당히 넘어가고 비판 여론을 징계로만 억누르려고 하다 보면 불신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종적인 대안은 결국 비디오 판독 시스템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프로축구연맹은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결정한 바 있다. 판정 시비를 조금이라도 최소화하며 프로 경기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올해 5월부터 전반기까지는 일단 시범 운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광주전 논란에서 보듯 조기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이미 야구와 농구, 배구 국내 다른 프로스포츠에서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팬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비하면 K리그는 오히려 한참 늦었다. '심판느님이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는 조롱과 한탄이 뒤섞인 축구팬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오심 논란의 피해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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