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1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kt 이진영이 2루타를 치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1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kt 이진영이 2루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원활한 세대교체는 상위권과 하위권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구단의 커다란 고민거리다. 기존 고참 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할 때즈음 신진 세력이 등장해 자연스럽게 팀의 주역이 바뀌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가끔은 팀의 미래를 위해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선수와의 이별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지난 2015년 11월의 LG트윈스처럼 말이다.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가 2015년 성적이 9위로 하락한 LG는 포화상태에 있던 외야진의 교통정리를 위해 LG 유니폼을 입고 7년이나 활약했던 선수와 이별하기로 결정했다.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퍼펙트 4강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이었던 '국민우익수' 이진영이다. LG는 2015년 11월 3번째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고민 끝에 이진영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2차 드래프트는 프로 입단 후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구단들에게는 부족한 포지션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프로 입단 후 엘리트 코스만 걸었던 '거물' 이진영이 2차 드래프트 시장에 나오자 시장 전체가 들썩였고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kt위즈는 망설임 없이 이진영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적 2년 차를 맞는 지금, 이진영은 변치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kt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천과 서울 넘나들며 3할 타율을 보장하던 국민 우익수

이진영은 현역 선수 중 '비운의 제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 유니폼을 입었던 유일한 선수다. 군산상고 시절부터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보이던 이진영은 2000년부터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은 후 꾸준히 경험을 쌓다가 2002년 타율 .308 13홈런40타점을 기록하며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특히 2003년에는 타율 .328로 타율5위, 2004년에는 타율 .342로 타율2위에 오르며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이진영의 이름이 야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역시 두 번의 국제대회를 통해서였다. 이진영은 2006년 WBC 일본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한국을 위기에서 구해냈고 야구팬들로부터 '국민 우익수'라는 애칭을 얻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큐지(한신 타이거즈)로부터 동점 적시타를 터트린 선수도 바로 이진영이었다.

이진영은 김성근 감독(한화 이글스)이 부임한 2007년과 2008년 각각 .350과 .315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SK의 한국시리즈2연패에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결장하는 경기가 많았고 국민우익수라는 애칭에 걸맞지 않게 수비에서는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이진영은 2008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LG로 전격 이적했다.

LG에서도 이진영의 뛰어난 기량은 여전했다. 이진영은 계약 기간 4년 동안 세 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하며 FA 선수로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물론 이진영이 LG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4년 동안 LG는 한 번도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LG로서는 3할 타율을 보장해 주는 강견의 외야수와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진영은 2012 시즌이 끝난 후 4년34억 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이진영과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한 첫 해 LG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았고 이진영도 타율 .329 3홈런62타점으로 맹활약하며 LG의 비상에 크게 기여했다. 이진영은 2014년에도 .325의 타율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2015년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타율 .256로 부진했다. 이에 LG에서는 '세대교체'를 이유로 이진영을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고 이진영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19일 한화전서 비야누에바 상대로 역전 투런 작렬

언제나 엘리트 코스만을 걸어온 이진영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팀을 이적하게 된 것은 프로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kt에서는 전성기가 지난 이진영에게 개인 기록보다는 풍부한 경험을 살려 FA로 영입한 유한준과 함께 후배들을 다독이며 타선을 이끌어 주는 리더 역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2016 시즌 예상을 뛰어넘는 대활약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갈비뼈 부상을 당하며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이진영은 작년 시즌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32 10홈런7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SK시절이던 2007년(.350)이후 가장 높았고 타점은 프로 데뷔 후 최고 기록이었다.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하긴 했지만 20대 시절의 폭발력과 30대 초반 시절의 노련함을 동시에 되찾은 시즌이었다. 2016 시즌이 끝난 후 세 번째 FA 자격을 얻은 이진영은 kt와 2년 15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진영의 '회춘'은 올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진영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출전해 타율 .545(11타수6안타) 1홈런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18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9일 한화와의 시범경기에서는 0-1로 뒤진 2회초 승부를 뒤집는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진영에게 홈런을 맞은 한화의 투수는 김성근 감독이 캠프에서 눈 여겨 봤던 '재미있는 아이'가 아니라 15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거물 외국인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였다.

SK 시절부터 이진영의 주포지션은 우익수였지만 실제로 작년 시즌 이진영은 지명 타자로 81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나이가 든 선수가 지명 타자로 변신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지만 이진영이 50경기 이상 우익수 수비에 나서준다면 김진욱 감독은 선수 기용과 타순 변화에 훨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kt엔 윤요섭, 유민상 등 수비는 다소 불안해도 방망이 솜씨가 쏠쏠한 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DTD), '야구 몰라요'와 함께 야구팬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야구에 관한 격언 중 하나가 바로 '야구는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한다(야잘잘)'이다. 이는 이진영이 SK시절 후배 외야수 박재상에게 들려준 말이기도 하다. 프로 18년 동안 11번의 3할 시즌을 만들었고 통산 타율 .305를 기록 중인 '야잘잘의 산 증인(?)' 이진영은 충분히 후배에게 그런 조언을 해줄 자격이 있는 선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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