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 직후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 인천 유나이티드 웨슬리에게 다가와 먼저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고 있다.

종료 직후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 인천 유나이티드 웨슬리에게 다가와 먼저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고 있다.ⓒ 심재철


아마도 그는 토요일 밤에 잠을 못 이뤘을 것이다. 김종혁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릴 때 웨슬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숙였다. 약 20분 전 자신에게 온 승리의 기회를 놓친 것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았기 때문이다. 그 때 가장 먼저 웨슬리에게 다가온 선수가 페널티킥을 기막히게 막아냈던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었다. 냉정한 승부의 그라운드가 또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 한 토막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기형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18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숭의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겨 시즌 첫 승리 목표를 다음 라운드로 넘기고 말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문선민, 떨리는 첫 발걸음 힘차게 내딛다

일주일 전 대구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믿기 힘든 명승부를 펼치며 종료 직전에 2-2로 따라붙은 인천 유나이티드가 8,266명 홈팬들 앞에서 야심차게 시즌 첫 승리를 따내기 위해 경기 내내 악착같이 뛰었다.

상대는 지난 해 아시아 최고의 클럽(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영광을 누린 우승 후보 전북 현대였기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도전은 무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마침 숭의 아레나 W석 2층에는 울리 슈틸리케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이번에 뽑은 전북 현대의 국가대표 선수 5명(최철순, 김보경, 이용, 김진수, 김신욱)을 주시하고 있었으니 인천 유나이티드로서는 지지 않는 것이 급선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던 것이다.

 9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웨슬리가 오른발 슛으로 전북 현대의 골문을 위협하고 있다.

9분, 인천 유나이티드의 웨슬리가 오른발 슛으로 전북 현대의 골문을 위협하고 있다.ⓒ 심재철


하지만 축구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경기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장면들이 만들어졌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수비에만 급급한 경기 운영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역습을 감행하여 전현직 국가대표가 즐비한 전북 선수들을 심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대경이 부상당하는 바람에 예상하지 못했던 K리그 클래식 데뷔전이 이루어진 선수가 있다. 바로 스웨덴 유르고르덴 IF에서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린 날개공격수 문선민이다.

후반전 8분도 아니고 전반전 8분에 바꿔 들어온 선수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문선민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갈색 탄환 김용환과 함께 왼쪽 측면을 신나게 누볐다. 그 자리에는 전북의 국가대표 이용이 버티고 있었지만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빠른 속도의 드리블 역습을 주도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새내기 문선민이 71분에 전북 수비수 김민재의 걸기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순간

인천 유나이티드 새내기 문선민이 71분에 전북 수비수 김민재의 걸기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순간ⓒ 심재철


문선민 덕분에 인천 유나이티드는 결정적인 승기를 잡았다. 71분에 동료 미드필더 윤상호의 재치있는 전진 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유연한 방향 전환 기술을 발휘하는 순간 전북 수비수 김민재의 걸기 반칙에 넘어졌다. 가까이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김종혁 주심은 지체없이 길게 휘슬을 불어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웨슬리와 홍정남의 야속한 PK 맞대결

예상했던 것보다 일찍, 그것도 우승 후보 0순위라 일컫는 전북 현대를 상대로 시즌 개막 세 번째 경기만에 귀중한 첫 승리를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찾아온 것이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선수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새로운 공격수 웨슬리 아우베스였다. 전남 드래곤즈, 강원 FC, 부산 아이파크를 거쳐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쇼난 벨마레(일본) 클럽 등을 떠돌며 공격적 파괴력을 검증받은 브라질 출신의 바로 그 웨슬리다.

지난 주 대구 FC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과감한 오버헤드 슛 동작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2-2 명승부 드라마의 주역이 된 웨슬리이기에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믿었다.

 72분, 인천 유나이티드 웨슬리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 오른쪽으로 쓰러지며 막아내는 순간

72분, 인천 유나이티드 웨슬리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전북 골키퍼 홍정남이 오른쪽으로 쓰러지며 막아내는 순간ⓒ 심재철


하지만 11미터의 피 말리는 이 승부가 골키퍼보다는 키커에게 더 큰 부담감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웨슬리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전북 골키퍼 홍정남에게 막히고 말았다. 홍정남이 한쪽으로 몸을 내던지는 것을 확신하고 가운데 쪽으로 낮게 찬 공이 그만 방향이 살짝 왼쪽으로 휘어가면서 홍정남의 왼쪽 다리에 걸렸다. 실축이라기보다는 상대 골키퍼의 빼어난 순발력에 따른 슈퍼 세이브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다 흘러갈 때까지 끝내 골은 터지지 않고 종료 휘슬 소리를 들었다. 예상을 깨고 홈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전북 현대를 상대로 유효 슛 5개를 날리며 빠른 역습의 팀 컬러를 자랑한 것이다. 국가대표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과 강력한 왼발 슛을 자랑하는 에두가 전북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유효 슛은 3개에 그치며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이태희를 넘지 못했다.

김종혁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전북 현대 페널티지역 반원 앞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웨슬리가 주저앉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순간,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축구장의 감동은 계속된다는 스토리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

웨슬리에게 아픔을 준 전북 현대 골키퍼 홍정남이 가장 먼저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며 일으켜준 것이다. 그리고 웨슬리는 E석 홈팬들 앞으로 걸어오면서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다. 그를 두 번째로 따뜻하게 위로해준 인물은 이기형 감독이었다. 관중석의 팬들이 이 장면을 보면서 더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웨슬리를 위로해준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 파랑 검정은 웨슬리의 이름을 가장 크게 외치면서 누구보다 따뜻한 박수와 신뢰를 보내주었다. 축구장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처럼 축구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서포터즈 파랑 검정의 따뜻한 함성을 들었다.

경기 종료 후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서포터즈 파랑 검정의 따뜻한 함성을 들었다.ⓒ 심재철



덧붙이는 글 2017 K리그 클래식 3라운드 결과(18일 오후 3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0-0 전북 현대

◎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
FW : 웨슬리
AMF : 김용환, 윤상호, 박세직, 송시우(78분↔김진야)
DMF : 김경민
DF : 김대경(8분↔문선민), 이윤표, 김대중(46분↔부노자), 박종진
GK : 이태희

◎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김신욱, 에두(60분↔에델)
MF : 김진수, 정혁(68분↔고무열), 신형민, 김보경, 이용
DF : 최철순, 이재성, 김민재
GK : 홍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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