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 로드>의 한장면

<리버 로드>의 한장면 ⓒ (주)골든럭


위구족 소년 아디커와 바터 형제는 유목 생활을 하는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산다. 형을 먼저 챙기는 어른들에게 늘 뒷전이라서 불만인 아디커, 동생이 태어난 탓에 오래전부터 조부모 손에서 키워질 수밖에 없었던 바터는 서로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학교에 다니며 도시 생활에 적응해 가던 이들은 갑작스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살 길이 막막해진다. 아디커는 바터에게 초원에 있는 부모님의 집을 찾아가자고 제안하고, 결국 형제는 낙타 두 마리를 이끌고 먼 길을 떠난다.

영화 <리버 로드>는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족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업화, 도시화로 황폐해져 가는 중국 북서부 지역의 그늘을 조명한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이들의 유목 생활이 급격한 개발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3대 부계 가족의 서사를 통해 이를 바라본다. 초원을 잠식해 가는 도시에 머물면서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할아버지, 확산되는 도시와 사막화를 피해 점점 더 깊숙이 초원을 찾아다니는 아버지. 그리고 이 사이에서 어떻게든 홀로서기에 나서야 하는 바터와 아디커까지. "어머니 같은 강물이 메마르고, 아버지 같은 초원은 황폐해진" 현실 속에서 두 소년의 여행은 '자연'이란 이름의 부모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리버 로드>의 한장면

<리버 로드>의 한장면 ⓒ (주)골든럭


형제이면서도 내내 날카롭게 부딪치는 아디커와 바터의 관계는 의미심장하다. "학교에 가면 양이 된 기분"이라며 아빠처럼 양을 치며 살고 싶은 아디커가 소수민족이 지닌 전통과 민족성에 대해 역설한다면, 자신을 버려둔 부모에 대한 원망만 남은 아디커는 매사 무표정하고 냉정한 태도로 주어진 상황들을 받아들인다. 말하자면 아디커와 바터는 각각 꿈과 현실, 유목과 정착, 투쟁과 순응을 대변하며 영화의 양쪽 끝에 위치한다.

걸어도 걸어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황폐한 사막은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의 그것처럼 스크린을 압도한다. 그에 비하면 낙타에 탄 채 온통 마른 모래뿐인 사막을 느릿느릿 걷는 두 주인공은 너무나도 작고 연약해 연민을 자아낼 정도다. 높은 협곡과 깊은 동굴, 거대한 바위 언덕들은 겨우 듬성듬성 나 있는 초록과 대비되며 이들을 짓누른다. 과거 언젠가 호수였을지 모르는 사막 한복판에 덩그러니 작은 배 한 척이 놓여 있는 장면, 형제 뒤로 저 멀리서 자동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날카롭게 스크린을 횡단하는 장면 등은 짧지만 강렬하게 뇌리에 각인된다.

 <리버 로드>의 한장면

<리버 로드>의 한장면 ⓒ (주)골든럭


영화 후반부, 물이 바닥을 드러내고 낙타가 죽어가는 등 한계에 다다른 이들의 여정은 뼈아프다. 과거 아디커가 아버지와 함께 지났던 마을들은 텅 비었고, 한때 살았던 집터는 더 이상 초원이 아닌 사막이 되어 있다. 한창 천진난만할 나이에 더할나위 없이 거대한 비극을 맛본 이들의 모습은 그만큼 어른스러워서 더욱 처연하게 다가온다. 자기보다 서너 배는 큰 낙타를 간단히 몰던 아디커가 쓰러진 낙타를 안고 목놓아 우는 장면은 그 중에서도 정점이라 할 만하다.

결국 <리버 로드>는 얼마 남지 않은 유목 문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열어갈 아이들을 통해 끝과 시작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부모님을 찾아 떠나는 아디커와 바터의 여정이 유목 생활에 대한 '불가피한' 안녕을 고하는 것이라면, 불완전하게나마 부모와 재회하는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미래를 대하는 불안 속 일말의 희망을 남긴다. 영화는 사라져 가는 초원과 강을 금광과 공장으로 대치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두 형제의 눈빛이 그들이 견뎌온 시련 덕에 반짝여 보이는 건 그래서다. 그 눈빛 속에 남은 푸른 초원만큼은 언제까지고 그대로일 테니까 말이다. 오는 30일 개봉.

리버로드 위구족 유목생활 소수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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