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포스터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포스터. 이 작품이 국내에서도 흥행하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도 올라갔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너의 이름은.>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문학이 가진 서정적인 문학 특징을 잘 보여주면서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에게도 사랑받았다.

<너의 이름은.>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한국에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인기에 힘입어 올여름 한국 더빙판이 다시 국내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애니 덕후인 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 유일한 친구였던 일본 애니메이션

나에게 일본 애니메이션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청소년기는 물론 대학생이 된 지금도 뗄 수 없는 존재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를 통해서 본 <짱구는 못 말려> <달빛천사> 등은 어릴 적 친구가 없던 나에게 유일한 친구였다. 애니메이션을 보며 웃는 일이 가장 즐거웠다.

 <짱구는 못말려>

어렸을 적 보았던 <짱구는 못말려>. 짱구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 투니버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일본 만화책을 읽었고, 또 일본 소설로 손을 뻗었다. 그중 '라이트 노벨'은 지금도 애독하며 후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의 서브 컬쳐 문화를 대표하는 만화와 라이트 노벨, 애니메이션은 서로 상생하는 관계다.

'라이트 노벨'은 영어로 직역하면 가벼운 소설 정도 된다. 일본에서는 대중소설로 분류되는데, 일반적으로 만화풍의 삽화가 들어간 작은 판형의 소설을 가리킨다(<나무위키> 참조).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라이트 노벨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거나 만화로 추가 제작되는 일이 매우 흔하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원작 소설을 찾아보는 일이 제법 있다. 나는 그렇게 라이트 노벨을 읽게 되었고, 애니메이션 <빙과>의 원작 소설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를 읽은 후 완벽하게 그의 팬이 되어버렸다. 한국에서는 결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흐름이 너무나 멋졌다.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감동한 작품을 다시 소설로 읽을 수 있다는 일이 즐거웠다. 일본 애니메이션 덕후였던 내가 일본 라이트 노벨 덕후가 되어버리는 일은 자연적 섭리에 가까웠다. 지금도 매달 약 15권 정도 일본 라이트 노벨 국내 정식 발매본을 사서 읽는다.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만난 일본 라이트 노벨의 국내 정식 번역 발매본을 읽다가 좀 더 일찍 작품을 읽고 싶어서 원서에 손을 대기도 했다. 처음 일본 원서로 읽은 만화는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한자가 너무 어려웠다. 더 전문적인 한자가 있는 라이트 노벨 원서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일본 애니에서 라이트노벨 번역본으로, 다시 번역본에서 원서로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면서 듣는 수업을 통해 나는 조금씩 아는 일본어 단어와 한자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N1 과정을 공부하며 과연 내가 일본어 원서를 읽을 수 있을지 궁금했던 나는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쓰인 라이트 노벨 중에서도 좀 더 쉬운 작품을 구매해서 읽어보았다.

웬일인걸! 군데군데 모르는 단어가 있어 찾아가며 읽어야 했지만, 책 한 권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일본어 원서를 읽으면서 나는 마음 깊은 곳부터 '일본어를 배워서 정말 다행이야!!!' 라고 외쳤다. 그 이후 정말 읽고 싶은데 국내에 발매되지 않은 작품을 구매해서 읽었다.

일본에서 게임, 애니메이션화 이후 소설로 발매된 <WHITE ALBUM 2>를 직접 구매해서 읽었고, 1부 종료 이후 2부가 발매되지 않는 만화 <다이아몬드 에이스 ACT>라는 야구 만화도 직접 구매해서 읽었다. 모르는 단어와 한자는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찾아가며 읽는 일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직접 구매해서 읽은 <다이아몬드 에이스 ACT>. 원문을 읽어 내려갈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한다.

직접 구매해서 읽은 <다이아몬드 에이스 ACT>. 원문을 읽어 내려갈 때의 희열을 잊지 못한다. ⓒ 노지현


<너의 이름은.> 열풍 이후 한국에서 '혼모노(本物: 진짜)'라는 말이 퍼지며 논란이 되었다. 한 극성팬이 영화관에서 민폐 짓을 했다는 설과 함께 세간에 알려진 신조어다. 개인적으로 이런 말이 부정적으로 쓰이면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 노벨,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상하는 게 썩 불편하다.

나는 '혼모노(本物)'라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극성팬이 아니라 어느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라이트 노벨을 통해 새로운 자기 도전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으면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일본어과에 지원해서 공부하고, 원서를 읽으며 순수하게 즐기는 나처럼 말이다.

내 꿈은 성공한 덕후, 라이트 노벨 쓰고 싶어

한국에서는 종종 '성공한 덕후'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심형탁과 김희철 같은 대중 연예인 중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 성공한 덕후로 불린다. 현재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라이트 노벨을 읽으며 후기를 쓰는 내 꿈도 '성공한 덕후'이다.

나는 내가 운영하는 라이트 노벨 블로그를 통해 국내 1위 일본 라이트 노벨&만화 후기 블로그를 꿈꾸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서 통번역 과정을 걸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라이트 노벨을 직접 번역하는 일을 하거나 일본어로 라이트 노벨을 써보고 싶다.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하지만 그게 나의 꿈이다.

어릴 적 국내 애니메이션 채널을 통해 본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은 힘들었던 시기에 내 곁에서 웃음을 주면서 꿈을 심어준 유일한 친구였다. 책을 읽으며 글을 쓴 덕분에 나는 오늘 여기에 글을 쓸 수 있다.

어릴 적의 순수한 즐거움을 그대로 간직한 채 늙어가는 일은 행복한 일이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라이트 노벨, 만화가 있어 나는 아직 그 즐거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직 20대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도 쭉 일본 서브 컬쳐 문화가 내 인생과 함께할 것이라는 걸 의심치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덕후이니까.

덧붙이는 글 <내 안의 덕후> 응모작입니다.
덕후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오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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